본문 바로가기
글 속의 글들

우리 엄마 안 와요?

by 비말 2023. 3. 20.
320x100

Waiting for Mama (엄마 마중)

요즘의 고운 새내기 엄마들이 이쁜 아가들한테 읽고 보여주는 느낌과는 전혀 다를 수도 있을 것 같은 '엄마 마중' 이 동화책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그런 느낌으로 보게 된 어른들 동화 같았습니다. 오래전 미국 대학교 도서실에서 만난 한국인이 쓰고 삽화를 그려넣은 아이들 동화책이 어찌나 가슴 먹먹하게 울렸던지 외국인 친구들한테도 빌려 보라고 권장했더니 나중엔 그 책이 너덜해 졌다는 얘길 도서실에서 일하는 어느 학생이 귀띔해 주더랍니다.

1938년, 원래는 한국의 신문에 게재된 거 였다네요.그 배경은 일제시대 였으니 춥고 배고프고 내 나라이나 남의 나라같은 느낌의 땅에서 애틋함 쓰라림 부질없는 희망 같은 것들이 '아리아리 콕콕' 눈속에 양파물이라도 한 방울 튕겨 들어간 것처럼 맴맴 눈물이 흐르고 '내가 왜 이러지 애들 동화책에..' 그러면서도 누구한테 들킬세라 얼릉 고개를 외로 꼬며 애먼 하늘만 올려 보게도 되더랍니다.

장에 가신 엄마는 늘 먹을 것과 함께!

Waiting for Mama (엄마 마중)

추워서 코가 새빨간 아가가 아장아장 전차 정류장으로 걸어 나왔습니다. 그리고 ‘낑’ 하고 안전 지대에 올라섰습니다. 이내 전차가 왔습니다. 아가는 갸웃하고 차장더러 물었습니다. 우리 엄마 안 와요? 너희엄마를 내가 아니? 하고 차장은 ‘땡땡’ 하면서 지나갔습니다. 또 전차가 왔습니다. 아가는 또 갸웃하고 차장더러 물었습니다. 우리 엄마 안 와요? 너희 엄마를 내가 아니? 하고 이 차장도 ‘땡땡’ 하면서 지나갔습니다. 그 다음 전차가 왔습니다. 아가는 또 갸웃하고 차장더러 물었습니다.

우리 엄마 안 와요? 오! 엄마를 기다리는 아가구나 하고 이번 차장은 내려와서, 다칠라, 너희엄마 오시도록 한군데만 가만히 섰거라, 응? 하고 갔습니다. 아가는 바람이 불어도 꼼짝 안 하고, 전차가 와도 다시는 묻지도 않고, 코만 새빨개서 가만히 서 있습니다.

Summary: An unaccompanied child waits patiently for Mama to arrive at the streetcar station. It grows colder and colder outside and with each passing streetcar she does not seem to appear. The child is told to stand safely in the waiting area for Mama so as not to get hurt. As it begins to snow, readers wonder if Mama will ever arrive. With very little text, this story was originally published in a Korean newspaper in 1938. Kim Dong-Seong added illustrations in 2004 that add emotion and meaning to the text according to his interpretation.

글: 이 태준 (Lee Tae Jun), 그림: 김 동성 (Kim Dong Seong)

우리 엄마 언제 와요? 엄마 마중

아가가 코가 빨갛게 된 체 눈 내리는 전차 정거장에서 엄마를 기다리는 이야기로만 마무리 되고 엄마를 만났는지 못 만났는지~ 눈내리는 전차 정거장에서 얼어 죽었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지금 이 나이가 되어도 눈이 빠알게지고 가슴이 뻐끈해 집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흘러 또 다른 버젼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들은 더는 가슴 아플 이유도 양파물 눈안에 넣고 울 필요도 없는 해피엔딩 이었습니다.

김동성 선생님의 그림들로 새롭게 동영상이 만들어지면서 함박눈이 소복소복 거리를 덮을 때 전차역에서 엄마를 기다리던 아가는 머리에 양동이를 이고 돌아온 엄마를 만나고 엄마 손을 놓칠세라 꼭잡고 재잘대면서 눈 내리는 언덕길을 오르며 집으로 가는 행복한 모습을 볼 수도 있었습니다. 책에서는 '아가가 얼어 죽었다' 는 말들도 있을 만큼 온갖 억측들이 알려주지도 않던 슬픈 마지막이었는데 동영상 속에서는 기다리던 엄마의 손을 잡고 함박눈 내리는 길로 집으로 돌아오는 아가의 행복한 재잘거림이 따뜻하게 봄 햇살과 함께 너덜해지려는 몸과 맘의 잔상들을 어루만져 주기도 했습니다.

함박눈길을 아가는 엄마와 함께 집으로

인터넷에서 검색한 것으로 간단 요약을 해봤습니다. 오리지널도 일제 강점기도.. 이젠 '우리 대한민국' 입니다.

 

*이 태준 (1904–1970 ?) 님은 이북에서~ 출판은 21살 때 처음, 엄마 마중은 1938 년에 최초로 신문에 실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2007년 영어와 한국어로 출판됐다고 합니다.

 

*김동성 화가님은 1970 년생으로 이태준 작가님의 짧은 동화를 아름다운 그림책으로 재탄생 시킨것은 순전히 그림 작가님의 '상상력 덕분' 이라고도 합니다. '좀더 긍정적인 미래를 담고 싶어서 환상이나마 엄마랑 만나는 장면을 넣었어요.’ 라고.

보기만 해도 울컥했는데 이젠 웃습니다.

원작은 하염없는 기다림으로 우울하게 끝나지만 이야기가 끝난 지점에 말없이 이어지는 다음 3 장의 그림을 넣으면서 마지막 장면에는 엄마손을 잡고 걸어가는 아가의 뒷모습이 눈오는 마을풍경 속에 작고 포근하게 파묻혀 있기도 합니다.

그 외롭고 추웠던 겨울 어느 하루를 지나고 또 다른 세월이 흘렀습니다. 2023년 어느 봄날 아침 바둑이네 뜨락 자카란다 나무를 뚫고 동녘 하늘을 깨고 나온 노란콩처럼 그 아가에게도 쌍둥이 동생이 둘이나 생겼습니다. 바둑이네 할매, 비말이가 뾰삽으로 만들어낸 사진이 행복한 느낌으로 콩콩콩~ 날으는 슈퍼 바둑이와 함께 어른들의 잔혹 동화가 아닌 포근하고 따뜻한 마음들로 이어져 가는 봄날을 함께 합니다.

동영상은 유튜브에 깔려 있으니 '엄마 마중' 이라고 찾아 보시면 됩니다. 멋지고 따뜻한 한 주 시작하셨으면 합니다.

 

비말 飛沫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