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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방동 우물가엔

한용운 독자에게

by 비말 2025. 1. 16.

예전에 해외 블로그를 할 때 어느 여성블로거님은 늘 '내 구독자' 그렇게 블방 글친구님들을 부르셨는데 비말이는 살짝 부끄러워 감히 그리 소리내어 불러보질 못했습니다. 내 수필집을 읽으시고 그 책에 대한 비평이나 감상문을 써주신 것도 아닌데 블로그에서 무슨 구독자.. 그러면서요.

배추 묵은지-단호박-파로-퓨전 김치찜 준비
배추 묵은지 단호박 파로 퓨전 김치찜 준비

 

헌데 티스토리로 오니 전부가 구독자요 모두가 맞구독자로 일컬어지며 '내 독자' 그렇게 부릅니다. 아직도 블로깅하는 것을 블방질이라는 제겐 낯설고 입에도 맘에도 익숙치않은 말이고 글인데 오늘 한용운님의 '님의 침묵 시집' 을 다시 들척이다가 97쪽의 '독자에게' 라는 글과 눈을 맞췁니다.

파무침은 실종-예전-부추오이 무침사진으로
파무침은 실종 예전 부추오이 무침사진으로

 

한용운/ 독자에게

독자여 나는 시인으로 여러분의
앞에 보이는 것을 부끄러합니다.

여러분이 나의 시를 읽을 때에, 나를
슬퍼하고 스스로 슬퍼할 줄을 압니다.

나는 나의 시를 독자의 자손에게
까지 읽히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그때에는 나의 시를 읽는
것이늦은 봄의 꽃수풀에 앉아서,
마른 국화를 비벼서 코에 대는 것과
같을는지 모르겠습니다.

밤은 얼마나 되었는지 모르겟습니다.
설악산의 무거운 그림자는 엷어갑니다.
새벽종을 기다리면서 붓을 던집니다.

(乙丑 八月 二十九日 밤)

한용운/ 님의 침묵/ 독자에게 97쪽)

철모르는 남의 집-분홍 배롱나무는-지난 달 거
철모르는 남의 집 분홍 배롱나무는 지난 달 거

 

한 겨울인데 종이꽃처럼 파르르 떨면서 피어있던 남의 집 울타리옆을 지키던 배롱나무분홍꽃이 물기없이 꼬질꼬질해 진 이파리와 함께 가는 길을 막아서길래 한 캇 찍어둔 걸 글과도 시와도 관련이 없을 듯한데 기여코 올립니다. 배롱나무 꽃말이 '벗을 그리워하는 마음' 이라니 '독자에게' 도 얼추맞을 것 같다고 혼자 피식거리면서요.

파김치-고구마 찹쌀밥-퓨전 김치찜을 국물있게
파김치 고구마 찹쌀밥 퓨전 김치찜을 국물있게

 

'그때에는 나의 시를 읽는 것이 늦은 봄의 꽃수풀에 앉아서, 마른 국화를 비벼서 코에 대는 것과 같을는지 모르겠습니다' 하는 글에 제 자신이 마른 국화가 되어 억쎈 누군가의 손아귀 힘으로 부서러져 내리는 느낌이 되기도 합니다.

비말네 퓨전 음식들이 안드셔 보셨지만 사진색들 보다는 훨씬 먹을만 합니다. 유명 쉐퍼들이 온갖 쌩쑈를 해대면서 처벅처벅 비싼 식재료로 한 것보다 더 맛나다는 짝꿍의 말을 믿어주면서 저도 맛나게 먹었습니다. 고구마 찹쌀밥과 잘 익은 파김치랑 함께요. 몸맘 아프지들 마시고 좋은 하루 되셨으면 합니다. 색바랜 편지를 들고 선 비말이 구독자님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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