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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근소녀 일탈기

행복한 사과상자

by 비말 2023.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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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Now and Long Ago 지금 그리고 오래전 노래

이사온지 몇년 째가 됐는데도 집안 살림들이고 책들이 박스속을 벗어나지 못한 것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그대로 도네이션 하거나 쓰레기통에 던져 버리기엔 좀은 아쉬운 마음에 박스 하나를 열어봅니다. 워싱톤에서 온 과일상자? 그 속엔 사과가 들어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은 가물거리고 그 맛만 입안을 맴돕니다.

From Washington Fruit & Produce Co. 사과상자

 

사과상자의 테잎을 칼로 긋고 맨위의 두꺼운 포장을 걷어내니 노래책이 먼저 튀어나옵니다. 한국의 영화, 드라마, 뉴스에서 사과상자 안에는 돈 다발 오만원권 신사임당이 단아한 모습으로 그득 채워져 있었는데~ 살짝 아쉬운 마음이긴 합니다. Music Now and Long Ago '지금 그리고 오래전 노래' 라는 1956년생, 제 나이보다도 더 오래된 책 입니다.

Music Now and Long Ago 지금과 오래전 노래

 

미세스 하트선생님이 선물해 주신 거였네요. 호적상으로 같이 해본 적도 없는 부모 자식으로 수 십년을 함께 했는데 한국의 제 친부모님들보다 더 오랜동안 제 곁에 계셔 주셨던 것 같습니다. '우리 한국인 딸!' 하시면서 이뻐해 주시던 하트씨 부부~ 오랜 동안 참 많은 사랑을 받았던 것 같네요. 아마도 그런 날들이 '행복한 날들 (Happy Days)' 이 아닌가 싶습니다.

Happy Days 행복한 날들, 1956년 출판된 노래책

 

일기장 한권도 나왔는데 이것도 누군가한테 생일 선물로 받은 거 였습니다. 속은 거의 깨끗한 채로 제 글들은 별로 없네요. 이 당시는 컴퓨터 자판기를 두들기며 워드 (Word) 로 채우고 있을 때 였겠지요. 매일을 써내려가던 손글씨 일기장은 이젠 블로그 포스팅 글들로 '소리나는 일기장' 이라며 많은 분들과 함께 채워져 갑니다. 댓글과 답글이 공감이라는 하트로 소통의 다리를 놓아 주면서요.

손으로 썼던 비말이 일기장 Book of Days

 

일기장 시작 페이지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의미하는 건지 남녀의 환한 웃는 표정들이 크로즈업 됩니다. 잊어버린 날들~ 잃어버린 사람들~ 지금이라도 좀더 노력하면서 순간의 고마움을 전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매분 매초가 행복할 수는 없지만 추억의 노래들과 함께요. Music Now and Long Ago~ 글한 줄, 말 한마디가 위로가 되어 누군가의 하루를 즐겁게 해 줄수 있도록 말입니다.

하루 또 다른 하루가 일주 한달 일년 몇 십년..

 

김치담는 자세가 제대로 안돼 엉망이다 보니 굵은 소금이 없이 노랑 우산 바쳐든 소녀통속 맛소금으로 간을 했더니 종일 절여도 배추가 살아서 팔팔~ 마늘도 생강도 대충 찧어넣고 새우젓 멸치젓 찹쌀가루로 풀죽쒀어서 배추 3포기 무우 2개로 버물버물~ 겉절이도 아니고 배추김치도 아니었지만 그냥 김치라는 이름만으로도 맛나게 먹어줍니다.

미국에서 한국인의 삶~ 행복한 비말이 밥상

 

행복한 날 미역국~ 누구 생일은 아니지만 가끔 먹는 미역국이 속도 편하고 좋습니다. 처녀적 육상선수로 달리시고~ 배구선수로 하얀공만 쳐 내셨다던 시엄니의 음식솜씨야 말로 안해도~ '울엄마 미역국은 뱃속에서 살아 헤엄치는데~' 시엄니를 이겨먹고 은근 칭찬도 들을만큼 미역국은 잘 끓입니다. 산모용 미역으로 소고기 한덩이 넣고 푸욱 잘 고우 듯 끓여낸 미역국에 하얀찹쌀 밥말아 먹으면서 행복해 하기도 하면서요.

해피 데이스 (Happy Days~) 판도라 상자를 열기전 느낌처럼 잠시의 두근거림으로 행복한 사과상자와 함께 하시는 2023년 11월 끄트머리 새로운 한 주도 행복한 시작이셨으면 합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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