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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근소녀 일탈기

헤어 컷하던 날에

by 비말 2023.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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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 끓이고 머리깍고

 

식전에 이발기구들은 벌써 대기중인데 새 것들로 사자고 해도 '아직은 쓸만한데?' 이발소에 가서 깍으라고 해도 '훨씬더 잘 깍는데!' 팔목도 시큰거리고 눈도 침침하고 손끝 감각도 맹한데~ 내 나이가 몇 갠데 '아, 울고 싶어라~'

이제 그만 졸업장 받고 싶은 일들

넘편이 가끔은 이발소도 다녀오고 미장원도 한번씩 따라 가더니 십 수년째 미장원 안가는 마눌 따라하는 건지 이발소를 안 가려고 해서 이발 기구들만 보면 짜증이 나 툴툴거리기도 합니다. 나도 늙어서 힘들다며 암만 소리없는 아우성으로 소리쳐 봐야 쇠귀에 경 읽기라 더러는 '나, 힘들어!' 큰소리도 내고 '이발소 가!' 엄포도 놓고.. 했더니 '나, 머리 기를께!' 합니다.

머리는 오늘 깍고 사진은 몇 년전에 것

그러라고 해 놓고는 나이들어 가면서 추레해지면 않되니까 '머리 자릅시다!' 하면 '내가 준비할께!' 하면서 신이 나 잰걸음으로 달립니다. 남자들은 이발소에 다녀오기만 해도 한 십년은 젊어 보이는데 여자들은 왜 미장원 다녀오면 킨타쿤테 며느리들처럼 뽀글뽀글인지 모르겠습니다. 사고 이후 미장원 두어번 다녀와서 허리 아파 죽을 뻔 한 이후로 미장원은 사절인 저는 홈펌으로 하다가 요즘은 그것도 귀찮아 아예 긴 생머리로 묶어 올리고 삽니다.

2018년 3월 어느 날 석류나무 가지치던 날

옛 집은 이제 꿈에도 안 나오는데 블방용 사진들은 예서제서 툭툭 튕겨져 나오면서 기억으로 추억으로 도배를 합니다. 2018년 3월의 어느 봄날 비말네 뜨락의 석류나무들을 둘이서 전기톱으로 손톱으로 자르고 깍아준 후에 짝꿍이 호스로 목욕 시켜주는 걸 한 컷 찍은 사진이네요. 선물받은 한 그루 화분으로 시작해 끝도 없이 번지고 퍼지던 다산의 상징이라던 석류나무 가지치던 날.

남들은 나이들면 여행도 가고 부엌에서도 졸업하고 친구들과 노는 일정 스케즐이 더 바쁘다는데 어쩌다가 비말이는 모든 라이센스를 혼자만 거머쥐고 흔들려고 했던지요.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었다면 법원에 고소장이라도 내고 싶습니다.

죽 끓이기는 귀찮아도 맛은 좋았네요

머리 깍고 나면 손에 힘 빠질까 죽도 두어가지 끓여놓고 시작합니다. 얼릉 치과 치료라도 끝내야 죽 끓이는 일이라도 졸업하지~ 아무거나 먹어도 된다지만 그럴수는 없잖습니까? 이 없으면 잇몸이라는 말도 말짱 거짓말 같더라고요. 한국은 월요일 시작이시네요. 미국은 점심도 끝낸 일요일 오후입니다. 좋은 출발로 한 주일 기분좋게 시작 되셨으면 합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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