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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근소녀 일탈기

4월 잔디밭 풀꽃들

by 비말 2023.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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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탉과 병아리 민들레 제라늄

비개인 다음 날 4월 초 햇살 고운 아침은 빛줄기 따라 춤추는 아이들이 유난히도 많습니다. 창틀옆에 붙어서서 빛들의 향연에 구경꾼 되어 함께 합니다. 4월이 오면.. 기다리던 그 사월안에서 풀꽃들과 빛으로 바람으로 눈비로 세상에 함께 떨어져 어느 한 점에서 만나져 아는 체를 합니다. '안녕 하셔요 또 만났군요 날마다 이 시간에 지나더니 어쩐 일인지..' 그런 노래처럼 매일이 그 타령이다가도 전혀 다른 느낌으로 인사를 나눠면서 '너가 너였구나!' 새삼 반갑기도 합니다.

어제의 석양도 먼동처럼 한 몫해 줍니다

민들레 홀씨되어 떠나는 마음들이 바쁘겠고 잔디들 씨앗품어 씨받이를 하니 쥔장맘이 다급해 지기도 합니다. 민들레가 끝무릅인지 그 맛이 ‘쓰고 질겨 에퉤퉤’ 마당 뒷켠에서 민들레 노랑꽃은 땅에서 파닥이고 하얀 홀씨들은 둥굴게 뭉쳐 털실을 풀어내면서 날개 펼쳐 허공을 날아 오릅니다. 어제 그 비에도 오롯이 제 모습을 지닌 솜뭉텅이가 신비롭고 당차 보입니다. 비말네 민들레의 영토에서 민들레 찾기가 어려울 만큼 잡초가 우거지고 온갖 풀꽃나무들이 엉켰는데도 짝꿍을 말립니다. 그냥 두라며 잔디밭 풀꽃보호 명령을 내립니다.

잔디밭에 들어가지 마시오, 풀꽃보호

나이가 들어가면 붉은 색이 좋아진다고들 하셨는데 저는 이제서야 나이를 먹는 걸까요? 요즘은 연분홍도 진분홍도 진홍색까지도 눈안에 살짝씩 차고 앉습니다. 십 수년 동안을 해마다 집안팎을 연분홍으로 물들이던 제라늄들 때문에 골치를 앓다가 보이기만 하면 뿌리째 뽑아 쓰레기통으로 다 던져 넣었는데 뭔 일인지 요즘은 핑크도 레드도 이뻐 보이기 시작합니다. '아, 이렇게 나이를 먹으면서 익어가는구나!' 할머니같은 생각을 하네? 하다가 '아참 나는 할매지!' 누구한테 들킬세라 혼자 피식 웃고 맙니다.

아직은 잠자는 진분홍 제라늄들

풀꽃들은 새 오줌 만큼의 물만 마시고도 참으로 잘들 자라줍니다. 뚝뚝 모가지 잘려져 땅에 꽂아주면 앉은 그 자리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소리내지않고 뿌리내려 시든 이파리 떨어뜨린 후 새순을 내면서 노랑꽃 분홍꽃 이쁜 꽃들을 내 보입니다. 어느 한 때 사랑을 혼자 독차지하던 꽃도, 뿌리째 뽑혀 쓰레기통으로 실려가던 꽃들도 하나가 되어 해찰들을 떨어댑니다. 싫어도 다시 한번 더 봐주길 잘 했네! 혼자말로 옹알이를 하는 날도 잦아집니다.

다육이들이 암탉과 병아리라는 이름으로

복사꽃 개나리 진달래가 아니어도 이 봄 비말네 뜨락은 죽은 듯 숨죽이고 있던 아이들이 또 다른 봄을 노래합니다. '난 한적한 들에 핀꽃 밤 이슬을 머금었네' 야생화 그런 노래만 불러대던 쥔마눌이 '내가 나를 모르는데 넌들 나를 알겠느냐' 며 맑은 주양도 탁한 주군 한 모금도 입에 담지않고도 술취한 듯 흥얼대는 노랫가락에 지들도 신이난 듯 '바람에 흔들리면서 물방울을 털어냅니다.

게으런 쥔장이 버리겠다 뽑아둔 풀들이 꽃을

황금색 암탉과 병아리들만이 뜨락 구석을 활개치다가 분홍색 제라늄들이 함께 엉켜서 마주보며 혹은 등 기대고 서서 다른 듯 같은 마음들을 색깔로 내 보이며 햇살 고운 날도 비오는 날도 사방팔방에서 깍꿍 얼굴을 내밉니다. 4월의 아침이 시린 눈을 뜨게 하는 햇살을 보며 '오늘도 좋은 하루' 듣던가 말던가 알은 체를 합니다. 굿모닝 이라고.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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