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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근소녀 일탈기

봄날을 노래하다

by 비말 2023.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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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동트고 석양질 때

너무 빠르지도 너무 늦지도 않은 동이 틀 무릅이면 동녁의 먼동이 하늘과 나무들만 알게 온갖 요시락을 떨어대며 뜨락의 풀꽃나무들과 놀다가 서쪽으로 사라지는 뒷모습까지 운좋게도 다 만나볼 수 있는 날들도 더러 있습니다. 같은 사진 다른 모습으로 만나지면서 '너가 너였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고맙다' 는 눈인사로 다음을 기약하기도 합니다.

새벽부터 기다리던 해가 떠오릅니다

더러는 게으런 쥔장의 손길을 기다리다 못해 지들끼리 서로 눈을 맞추는지 손발 걸쳐 풀꽃나무들 사이를 사닥다리 삼아 응차 뻗어 오르기도 하고 앞서거니 뒤쳐져서 '비켜 나도 서자!' 물오른 가지에서 싹을 틔우고 잎과 줄기를 내놔으면서 '봄이다' 난리굿을 해댑니다. 그 맘때 쯤이면 먼동이 사라지기를 기다렸다는 듯 햇님이 동쪽 하늘가를 빛의 속도로 달리며 삐집고 나옵니다.

물오른 가지에 싹틔운 너는 누구니?

물오른 나무들이 가지를 뻗쳐 높은데서 낮은데로 이름모를 나무는 키가 모자라 바짝 고개 치켜든 체 하늘만 올려다보고 햇살은 점점 빛을 쏟아내더니 노오란 콩알 하나를 뱉아내면서 신들이 하던 일을 지들이 합니다. 빛이 되어라~ 생명이 태어나라~ 만물을 소생 시켜라~ 잠시 볼일 보러 갔는지 빛이 어둠에 갇히려 해도 작은 생명의 소리들이 때를 기다립니다.

점점 높아져만 가는 콩알이 못내 아쉬운 듯 나무들은 더 바짝 고갤 치켜들고 햇님은 그의 아바타들을 수도 없이 만들어내고 누군가들은 배꼽시계가 뭔가를 지시하는 소릴 감지하면서 키친으로 들어섭니다.

이름도 성도 몰라, 그래도 우린 한가족

다시 햇살이 거실창을 두들기는 소리에 블라인드를 비집고 노을이 물든 서녁하늘이 그림같아 디카를 찾아들고 현관문을 열고 나섭니다. 집안에서 보던 것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만나집니다. 소나무와 뽕나무가 알은체도 않더니 이 시간만은 친구되어 함께 나란히 서서 노오랗게 물드는 서쪽 하늘가를 바라보고 서 있습니다.

똑같은 장소에서 다른 모습들로

서산 너머 노을은 집으로 가고 다음날 아침 서쪽 하늘은 '어제 무슨 일 있었냐?' 묻기라도 하는 양 새침한 얼굴을 드러내면서 봄날의 하루해는 짧은 듯 긴 여운으로 먼동이 틀 때부터 석양이 질 때까지 조는 듯한 봄을 노래합니다.

오락가락 하는 비요일로 인해 비 피해없이 저런 이쁜 햇님과 함께할 수 있는 날들이 자주는 아니어도 고맙기만 하고 이젠 무지개까지 욕심내 봅니다. 쟁반은 어느 봄날에 이미 다 먹고 포스팅에도 올린 사진일 텐데 깍뚜기로 낑가줍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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