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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근소녀 일탈기

2013 해오름달

by 비말 2013.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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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고 비상하고 스며들다

고요하다 조용하다 태평이다
누구들의 마음을 억지로 헤아리려
얘써지않아도 상채기 날 말 속 끓일 맘
전하지 않아도 이렇게 저렇게 자유를 꿈꾸고
비상하며 추락하고 스며드는 거 아닌가?

엄마 먼 길 떠나시던 그 시간
12월 31일 자정을 막 넘긴.. 시간을
찾아서 나홀로 떠나는 맘속 여행을 한다.
새 달력에 '생일과 기일' 들을 초록과 빨강
색연필로 동그라미를 그리면서 올해도 많이들
겹치는 친정과 시가의 삶과 주검의 날들을
재조명하며 또 다른 한 해를 흘긴다.

2013년 새해 아침
또 다른 한 해, 2013년 새해 아침이 밝았다

작년에 강쥐 병간에 들락거리다
빗길에 미끌어져 그 나마 멀쩡하던 내
오른쪽 복숭아뼈, 궁디뼈까지.. 아구구야~

초저녁 살푼든 잠, 폭죽소리에 놀라 보채던
강쥐 똘순이 생각에 미치자 마음이 바빠진다.
사람 나이로 백살을 넘긴 강쥐가 움쩍도
못 하고 있을 텐데.. 짝꿍 출근하기 전에
단도리는 해겠지만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

꿈꾸고 비상하며 스며들다
똘순이가 좋아하던 보랏빛 자카란다 꽃잎

흐느적 삐꺽 급한 맘에 보이는 대로
옷을 걸치고 절뚝거리며 페리오 문을 나선다.
하늘이 바다같다는 생각을 잠시 뒤로 미뤄고..
똘순아~ ~ 숨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헥헥..'
맑은 눈에 눈물이 고인 걸 보며 내 맘이
살풋 교차점을 찍고 돌아서는 걸 느낀다.

다리를 끌며 다시 안으로 들어와 찢어둔
소고깃살에 밥 한숫갈을 말고 국물을 끼얹는다.
짝꿍이 약먹기 전에 먹으라며 데워놓고 나간
사골국이 다 쫄았다. 내 뼈를 위해 끓인 걸
강쥐 똘순이 생명 연장식이 된다.

도베르만 미니 핀쳐 강쥐 똘순이
미니 핀 강쥐 똘순이 꿈꾸고 비상하며 스며들다

무심코 머리속을 흘러 들어오는
조각기억 하나 50년도 더 된 일인데..
국민학교 내짝꿍 진숙이 조모도 노망들어
똥싸 벽에 황칠하면서 하시던 식탐을 떠올린다.
뒷뜰에 동네서 젤로 큰 감나무가 있었는데
절벽처럼 된 담벼락은 고운 색색의 흙들이
시루떡 솥안처럼 겹겹이 얹혀져 배고픈
우덜도 먹고 싶었는데 어른인 진숙이 조모는
'그 흙들을 파묵꼬.. 맛나다' 시며 웃으셨는데..

도베르만 미니 핀 우리 강쥐 똘순이는
치매도 아닌데 뜬금없이 진숙이 조모의 노망을
떠올리는 나를 질타하며 혼자 중얼거립니다.
'그러길래 그냥 안에서 있지.. 왜 나가서는~'
뜨락에 하루 풀어줬더니 안들어 온다고 해
보랏빛 꽃잎날리는 자카란다 나무밑에
이글로 집을 만들어 줬더니 먹고 자고 뛰놀면서
안에 들이면 페리오문을 박차고 나갈 기세라~
이젠 내가 더 지치고 힘든 날들이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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