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바랜 편지를 들고

3년 전 오늘아침

비말 2025. 3. 30. 05:37

텃밭의 치커리가 깍뚜기 노릇을 하며 비말쟁반을 건강하고 싱싱한 초록으로 만들어주기도 했던 시간들을 다시 만납니다. 키친창으로 보이는 텃밭에서 풀인 듯 채소가 돼주던 어느 해 3월의 풍경을 달립니다.

엊저녁 꿈에는 블방 포스팅을 만드는지 노랑연필 쥐고 백지한장 방바닥에 펼치고는 얘를 써댑니다. 하얀백지에 달랑 '3년 전 오늘아침' 이라는 제목하나 써놓고는 전전긍긍입니다. 색바랜 편지방 쥔장은 블로그 포스팅에 제목부터 다는 법 거의 없는데.. 꿈에서 오류가 났나봅니다.

어느 해 3월의 비말뜨락-비개인 아침
어느 해 3월의 비말뜨락 비개인 아침

 

몇년 전 해먹은 떡볶기사진을 올립니다. 엊그제도 해먹었는데 비쥬얼이 별로라.. 어차피 색바랜 편지방이라 그 때나 지금이나 시간지나면 헌신문지 취급받는 거지요. 몇년 전에는 블로그를 위해서 사진 한장을 올려도 지금보다는 지극 정성이었던 것 같습니다.

오래전 지구별 별똥별되어 날아간-떡볶기
오래전 지구별 별똥별되어 날아간 떡볶기

 

야채 떡볶기 사진에-다시 해먹어야 겠다고
야채 떡볶기 사진에, 다시 해먹어야 겠다고

 

호박, 당근, 양파, 파들을 집합시켜 전을 부칩니다. 간단하게 '호박파' 라 이름 붙입니다. 비말뜨락의 풀꽃나무들은 초록의 향연인데 창밖 풍경은 잿빛 내려앉아 음흉한 겨울 얼굴로 혼자 달리는 시간.. 사이프러스 나무와 자카란다 나무가 '그 때는 그래었지!' 하면서 옛 이야기들을 하는 듯 합니다.

한 때는 전 뒤집는 여자- 비말이였는데
한 때는 전 뒤집는 여자, 비말이였는데

 

시들어 죽고 다시 새순 피우는 풀꽃나무들이 정신없이 얼키고 설켜 난리굿을 해대는데 물주고 어야 자라라고 온갖 정성 다 쏟더니 그예 가지치고 나무둥치 잘라내고 뿌리 조차 뽑아내느라 삭신이 쑤시고 아프기도 했던 시간들입니다.

재작년 이웃 백인분이 울집 붉은 제라늄을 보고는 '뷰티풀' 그러시길래 화분하나 만들어 줬더니 돈주고 사온 당신댁 분홍제라늄 주신다기에 가지 하나만 꺽어 가져왔는데 알로에와 금은화 넝쿨에 기대어 이뿌게도 꽃을 피워냅니다.

요즘 이뿌게 피는-비말뜨락-분홍 제라늄
요즘 이뿌게 피는 비말뜨락, 분홍 제라늄

 

*70년대 초 우리 문단의 통념으로는 좀 늦은 나이에 소설가로 등단을 하게 되었다 (중략)/ 75년 무더운 한 여름을 나는 남편의 옥바라지로 보내야 했다.. 졸지에 파렴치범의 가족이 되어 검찰청과 교도소 주변을 드나들면서 겪은 수모.. 다음해 나는 '조그만 체험기' 라는 100매 안팎의 단편으로 써서 '창작과 비평' 지를 통해 발표하게 되었다.

76년 그 단편이 발표되고 나서의 겨울이니까 77년 정초쯤이 아닌가 한다. J일보 사회면에 여류작가 P씨의 '조그만 체험기' 가 법원에 던진 파문이란 요지의 제목이 달린 기사가 난 것이었다. 눈에 잘 띄게 박스 기사로 뽑기도 했지만 여류작가 P씨란 큰 제목이 충분히 독자의 흥미를 끌만했다. 나도 난생 처음 나의 성이 상품화된 듯한 모욕감에 치를 떨었다/ 나는 왜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가/ 1990년 3 월 박완서 (99~102 쪽)

부산오뎅 어묵탕이-속을 확 풀어줍니다
부산오뎅, 어묵탕이 속을 확 풀어줍니다

 

언젠가의 블로그 포스팅에 박완서님의 저 글을 올렸는데 꽤나 오랜 동안 대화란에서 글주고 받으시던 어느 여성블로거님이 '아, 그래서 비말님 한국에 못 들어오시는 구나!' 그런 글을 놓고 가셔서 숨이 터억 막힌 적도 있었습니다. 소설책 내용을 인용한 것 뿐인데 갑자기 비말이가 범죄자되어 고국에 발도 못 붙이는 인간이 됩니다?

어제 해먹은 부산오뎅, 어묵탕이 시원하고 국물맛이 좋았습니다. 멸치다시다와 파만 넣고 맛을 냈는데 먹을만 합니다.

3년전 둥치를 다 잘라냈는데-다시 새순이
3년전, 둥치를 다 잘라냈는데 다시 새순이

 

오늘 아침은 3년 전에 둥치째 잘라낸 나무가 다시 새순을 틔우는 걸 만납니다. 뿌리가 깊어 다 파내지 못하겠다는 짝꿍말에 그냥 둬보라고 했는데.. 비말이 늘 하는 말처럼 '미안타, 사랑한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 그러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3년 전 오늘아침은 커녕 아까 뭘 했는지도 헷갈리는 시간들입니다. 블방질 않했으면 어쩔 뻔~ 손가락 마주치며 '그 맘이 이 맘이야' 마음 쓰다듬으며 어제와 다름없이 덤덤하게 살아내는 오늘의 우리들 입니다.

비말 飛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