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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여자

골때녀 아닌 볼친녀

by 비말 2023.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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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와잇볼 사이를 아슬하게

미국 캘리포니아 날씨로는 사계절 중 가을 겨울 봄 여름~ 어떤 계절이라 불러도 좋을 것 같은 날씨, 파란 하늘 하얀 태양이 퍼플색 무지개빛을 마구 쏟아내도 뜨겁지않아 골프채 휘두르기에는 시야도 넓고 참 좋은 날씨였습니다. 고국에는 '골때녀' 가 있었다면 비말이는 '볼친녀' 가 되어 즐긴 하루였습니다.

남극의 햇빛을 좀더 받은 야자수와 나무

 

남극의 햇빛을 한 웅큼 더 전해받은 야자수나무들이 키 자랑을 하고 블루 스카이 하늘색은 멍텅구리 느낌이긴 했지만 골프공을 닮은 하얀 태양이 얘를 써대며 열 일해 댑니다. 초록의 잎파리들은 봄인지 가을인지 이미 둥치는 고목이 되어 갈라지고 잎들만 무성해져 흔들리는 우람한 나무사이로 바람을 밀어넣기도 합니다.

톰 존스의 green, green grass of home 처럼

 

봄볕이 내려앉은 양 초록의 잔디는 어디선가 Tom Jones (톰 존스) 의 노래 green, green grass of home (그린, 그린 그래스 오브 홈) 이 들려올 듯도 싶습니다. It's good to touch the green, green grass of home~ 우리 집의 푸르고 푸른 잔디의 느낌은 이렇게나 좋군요~ 넘편이 불러도 입틀막 하며 말리던 비말이는 올만에 밥쏭 아닌 팝송까지 입안에서 오물거립니다.

꽉 낀 청바지에 길을 나섰네, 아 더워라~

 

오랫만에 라운딩 오느라 바깥 온도를 감지 못해 껴입고 나왔더니 조금은 더운 느낌입니다. 두꺼운 청바지와 모자까지 달린 후드 자켓이 혼자만 겨울차림인데. 짝꿍 왈, '더우면 자켓은 벗지?' 괜찮다며 고집스럽게 입고 한홀 두홀 옮기면서 혼자 전쟁을 치뤄며 볼친녀가 아닌 골때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오후에 다닿은 태양은 비말이 키만 키우고-

 

운좋게 파4에서 버디를 했는데 지나가던 이들이 '굿샷' 을 외치는 바람에 놀래 흔들린 마음이 계속 보기와 더블보기를 해댑니다. '신경써서 해!' 갑자기 넘편은 소릴지러며 잠시 잊고 있던 '티칭 프로' 코치 모드로 돌변합니다. '흥칫봉이다!' 봄빛도~ 그린 잔디도 사라지고 갑자기 여름의 땡볕아래 버려진 느낌으로 헉헉 댑니다.

햇살도 바람도 나무잎도 잔디도~ 난 볼친녀!

 

11월의 하얀 태양이 정오를 훨씬 넘긴 시간 배도 슬슬 고파지고 그 후 파3에서 파 두번하고는 계속 보기 더블보기로 까먹기만 하니 새벽까지도 아픈 등뼈 거머잡고 진통제 생각했던 느낌이 살아나 진짜로 아픈 것 같아 숨을 몰아쉽니다. '안 아파~ 그냥 생각이 그런거야!' 오모나 넘편님 드뎌 욕 주세요 하시네~ 혼자 옹알이처럼 하다가 종내에는 입밖으로~ '니, 당신이나 잘 하세요!' 딱 숫자 여덟까지만 세고 갔으면 되는데 마눌은 찬물을 끼얹고 맙니다. 머쓱해진 넘편 '배 고파 졌나보다 집에 가자!' 그래도 끝마무리는 해야지~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둘은 잔디를 밟으며 그린위를 말없이 올라섭니다.

사계를 돌아온 바람~ 민들레꽃, 포플러 이파리

 

이젠 바람까지 몰아치며 가을잎들이 한꺼번에 날려 와 사각거리는데 정신을 쏘옥 빼놓고 있습니다. 잔디도 제대로 깍지않은 곳에 슬라이스까지 난 공은 보이지도 않아 찾는 척하면서 발 밑의 노랑 민들레들에 마음 뺏겨 슬쩍 폰카를 꺼내 듭니다. 낙엽들이 포플라 나뭇잎이라 예전 서울거리에서 가로수 나무로 만난 날들을 잠시 떠올리기도 합니다.

가지 말라고~ 민들레 노랑꽃이 다리를 잡네요

 

9인홀 겨우 돌면서 버디, 파, 보기, 더블보기~ 언더에서 백순이까지.. 칭찬과 쎄한 눈총을 한 몸에 받았지만 몸도 맘도 기분좋은 시간들이었습니다. 경쟁하며 시합하는 게임이 아니었기에 오랫만에 봄볕같은 하얀 태양과 빛살놀이로 가을 겨울 봄 여름, 사계를 넘나들기도 했습니다. 그림자 놀이로~ 공치기로~ 잔디 밟기로.. 섭씨 20도 (화씨 70도) 의 온도로 블랙 (Black) 홀과 와잇 (White) 볼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면서요.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 꺼야~' 라며 자꾸 미뤄지만 마시고 오늘, 마음먹은 순간 시작하셨으면 합니다, 뭐가 됐든~ 우리들 삶의 여정길은 '끝이 나야 끝' 나는 거잖습니까? 티스토리는 판만 깔아주는 거지 블로거님들의 모든 걸 책임져 드리지 않습니다. 골때녀가 되든~ 볼친녀가 됐든.. 내가 하고 내가 만들어가는 게 진짜입니다. '라이프 분야 크리에이터' 비말이 하얀 태양을 뚫고 나온 노랑콩 하나보다 작은 티스토리 노랑 로고를 보면서 웃습니다. 저걸 위해 난 뭣을 해줘야 하나?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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