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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여자

골프장에서 오리 길들이는 여자

by 비말 2022.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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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봄부터 한 여름까지 골프
라운딩하며 만났던 열두마리 오리가족들
아빠는 멀리 뒤에서 엄마는 앞에서

 

비말이의 서툴은 휘파람 소리에
일사분란하고 힘차게 오리발 저어서 오는
그들을 기다리며 짝꿍눈치를 본다

 

오라고 불러놓고 공 하나치고
홀컵과는 상관도 없는 곳에 공 날려 보내고
한번더 짝꿍 눈치보며 '잘 않맞네'

 

멀리 날아간 공 찾아다 치려니
어느새 다들 홀컵 주위로 올라와 모여있다
'애들아, 아니지~ 나무밑으로 가'

 

엉터리 삑삑거리는 휘파람 소리에
발맞춰 행진하 듯 나무밑에 선 오리들이
신통방통해 골프에는 관심밖이다.

 

군것질 좋아하는 짝꿍 먹으라고
사둔 과자들이 오리 사료로 다 탕진이 된다
물론 내가 아니고 짝꿍이 시작했다.

 

세 봉지를 다 털었건만 땅을 파댄다
'애들아, 그만하고 어여 물로 들어가~ 덥다'
삐약거리던 아가들이 이젠 청년이다.

 

며칠 후 오후에 라운딩을 갔는데
세상에나 '이게 무슨 일이야' 오리들이 떼로
몰려와 짝꿍웃음을 뒤로 하고 튄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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