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며 만들어가는 페티오 도어
오래전 옛집에서 뒷마당 나가는쪽 문을 가지고 칼로 물베기 싸움을 했던 사진을 다시 봅니다. 페리오 문 (Patio Door) 때문에 한 달간은 넘편과 침묵과 묵언의 시간도 갖고 소리없는 전쟁을 치뤄기도 하면서 속 시끄럽게 쿵광거린 적도 있었는데 이번에 엘에이 (LA) 둘째 시누이집에 가니 더한 전쟁들을 겪고 있었습니다. 터마이트 (Termite 흰개미) 가 먹어 손가락만 살짝 닿아도 우수수 터마이트알이 쏟아져 내리고 나무가 얇은 종잇장처럼 부서져 떨어졌는데 그 쪽 넘편께서 '괜찮다!' 고집을 피우고 있어 비싼 집이 나날이 병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귀가 좀 얇고 마음이 모질지 못하고 걱정을 사서하는 시누이는 혼자서 여기저기 전화해서 사람을 불러 괜히 고치는 값만 더 올려놘 상태라 골치가 아팠는데 집주인 본인들이 먼저 해결을 못한 일 우리도 어찌할 도리가 없어 그냥 왔지만 남의 일 같지않아 속이 상하기도 해 짝꿍한테 '봤지? 자기도 저랬어!' 했더니 '내가 뭘, 저 정도는 아니었다!' 그럽니다. 남들한테 무시 당하는 것도 서러워라 커덩 평생 함께 가는 내 짝이 나를 못 믿어줄 때는 참으로 억울하고 힘이 드는 일입니다.
일단은 동네 홈디포 (Home Depot) 와 로우스 (Lowe;s) 로 놀러가 보자면서 꼬셔 (?) 함께 갑니다. 밖에 나가는 것 보다 집안에서 일하기 좋아하는 마눌이 나가자면 '얼씨구나' 운전대를 잡는 넘편인지라~ 그러기전에 먼저 인터넷 시장 조사를 끝낸 마눌은 이미 설계도가 머리속에 펼쳐져 있는데 넘편은 자꾸 딴지를 겁니다.
다른 집들은 작은 문을 크게 만들기 위한 건데 저희는 너무 큰 문을 줄이기 위한 거라 사람을 불러 견적을 떼 봤더니 문은 스페샬 오더를 해야 하는데 그냥 만들어 두고 파는 것의 두 배가 넘고 집까지 실어다 주는 것도 공짜가 아니요 적어도 3 사람 이상이 일을 해야 하니 그 인건비도 엄청 납니다. 그 위에 집에 도착하려면 두 달 정도는 기다려야 한답니다. 대충 내 보라고 한 견적이 우리가 생각한 4 배도 넘는데 작은 문을 넣고 남은 뻥둟린 벽은 자기들이 막아줄 수 없으니 목수를 따로 고용해야 한답니다.
'자기야, 나 이래봐도 공대 출신이야~ 내가 할께!' 농담처럼 살짝 운을 뗐더니 웃기는 짬뽕이라며 '니가 뭘 해?' 하는 눈으로 쳐다봅니다. 차마 입밖으로 내지 못한 말이 속눈썹 일렁거리는 눈속에 빤히 바라보입니다. 허리도 제대로 펴지 못하는데 다치면 어쩌려고?' 얼렁뚱땅 걱정하는 척 하며 좀더 기다려 보잡니다. '진통제 미리 먹고 파스 바르고 압축붕대 전체로 감으면 돼!' 그러면서 시작을 한 겁니다.
우여곡절 끝에 이틀만에 끝을 내고 밤에도 키친에 나와 보면서 디카를 눌려봅니다. 어디 흔들리는데 있나 만져도 보고 뭐가 더 필요한지 점검도 하면서 쫄대를 덧댈 곳도 찾아내고 몰딩붙일 것도, 페인트할 색도 골라놓고.. 하나씩 내 손으로 만들어져가는 내 집이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내 것일거라 생각하며 열과 성을 다합니다.
*홈디포 (The Home Depot, Inc., NYSE: HD) 와 로우스 (Lowe's Companies, Inc., ) 는 미국의 가정집 인테리어, 익스테리어, 조경, 조명과 가전제품, 가구, 건축자재, 원자재, 바닥, 타일, 정원 관리등의 집 관련 가전, 가구와 도구, 용품, 제품, 설비들을 제공하는 기업이라고 인터넷 사전에 설명돼 있네요.
전문가 불러다 한 집들도 '별 볼일없는 것 같더라' 며 넘편은 아침에 키친으로 나와 페리오 밖 뒷뜰에 풀꽃나무들 물주러 나가면서 한 마디합니다. 페리오 도어 하기전에 바깥의 페리오 지붕하면서도 엄청 싸웠는데 일은 거의 짝꿍이 다 했습니다. 문밖의 페리오지붕 하얀 페인트 칠도 거의 혼자 다했습니다. 망치로 못 하나 박으면서도 자기 손가락치던 사람이 에어건으로 쏘고 전기톱으로 자르고 붓질하며 자기 혼자 하나씩 완성시켜 가더니 어느 날부터는 먼저 하자고 하더라고요. 다시 새 집에 와서 우리 살기 편하게 만들어야 할 게 많은데 이젠 제가 일손잡기가 귀찮아 집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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