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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짓는 여자

벽난로 벽에 돌 붙이는 여자

by 비말 2022.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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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 전 집을 구입하러 다닐 때
벽난로가 있고 마당이 있고 키가 큰 나무가
몇 있는 집이면 좋겠다고 했는데

 

인터넷에서 보여주는 집들은
턱없이 모자라는 돈을 가지고 나선 우리를
'흥칫뽕이다' 비웃는 듯 같았다

 

사고 이후 로봇처럼 어기쩡 거리며
운전도 못하고 혼자서 잘 걷지도 못하면서
그래도 아파트는 아니었기에

 

배운 것이 컴퓨터라 눈 뜨고 있는
시간은 거의가 컴앞에 앉아 밤낮으로 톡톡
가격도 괜찮은데 벽난로가 없었다

 

'가서 보기나 할까?' 늦은 시간
일 마치고 온 짝꿍과 온 몸에 붕대를 두르고
동네와 집 주위만 대충 보고 왔다

 

반 년 넘게 버려진 집 기대도 없이
'오픈 하우스' 가서 보라는 이메일을 받고
갔더니 '벽난로다' 가슴이 콩콩

움직일 만 해지자 벽에 페인트로
색깔들만 바꿔다가 '한번 해볼까?' 돌 붙일
생각을 하면서 준비 태세 돌입

 

키 큰 나무들도 있었고 집 앞뒤에
꽤 넓은 마당도 있었고 '삽시다' 두번 생각할
틈도 없이 싸인하고 그냥 사 버렸다

누워만 있다가 이듬해 봄 페리오
문을 열고 슬리퍼 끌고 만난 뒷뜰에는 봄이
혼자 버려진 체 놀고들 있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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