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색바랜 편지를 들고

비말뜰 호박요리

by 비말 2025. 2. 27.

봄여름가을겨울, 사계 경계없던 비말네 동네 미국 캘리포니아도 봄같은 느낌입니다. 두꺼운 패딩들 벗어던지고 아침햇살 부서져 내리는 창가에 붙어섭니다. 철도 없이 창안에서 창밖에서 사계절 만나지던 호박 몇 개가 말라 비틀어진 넝쿨과 함께 뒹굴고 있습니다.

비말 퓨전식이라며 이름도 성도 없이 소속 불분명하게 만들어 먹기도 했더랬는데, 오늘은 오래전 이미 포스팅으로 올려지고 다먹어 치운 호박요리들로 '비말뜰 호박요리' 라며 새로운 듯 같은 걸로 엮어냅니다.

비말뜨락의 호박으로-병아리콩 (Chickpea) 밥
비말뜨락의 호박으로 병아리콩 (Chickpea) 밥

 

미국의 외국 마켓들에서 사온 호박을 요리하면서 속을 긁은 씨는 빼내 텃밭에 묻었더니 온갖 종류의 호박들이 싹을 틔우고 이을 내면서 꽃피우고 종내에는 호박을 주렁주렁 달고 넝쿨째 뜨락을 뒹궐기도 합니다.

Chickpea, 일명 병아리콩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콩으로 단호박콩밥을 하고 고추장 비빔밥으로도 해먹은 사진을 보면서 입맛을 다시기도 합니다. 호박 감자 양배추 햄 치즈들을 넣고 고로께같은 부침개를 달궈진 후라이팬에 굽기도 합니다.

고로께같은 부침개-호박-감자-양배추-햄-치즈
고로께같은 부침개, 호박 감자 양배추 햄 치즈

 

*병아리콩 (Chickpea) 은 기원전 7,500년경부터 재배된 것으로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재배 작물 중 하나라고 하는데 맛만이 아니라 건강 효능에도 탁월하다고 합니다. 고단백 식품, 식이섬유, 비타민과 미네랄, 혈당 조절, 심장 건강, 항산화 작용.. 다이어트에도 좋다고 하네요.

건강식이라며 열심히 쪄먹던-호박과 친구들
건강식이라며 열심히 쪄먹던 호박과 친구들

 

호박꽃의 꽃말이 '겸손, 배려, 풍요, 번영, 풍성함, 대담함, 멋진 자태, 광대함' 참 많기도 합니다. 겨울부터 봄, 여름, 가을까지 새순을 내놔으면서 초록 이파리, 가시달린 줄기, 노란꽃 한송이, 배배 뒤틀린 넝쿨들이 비말뜨락에 뒹굴면서 '나 할일 다했어! 하던 날들을 떠올립니다. 지난 가을부터 같이 한 고춧대하나 옆에 두고 땅콩호박들이 '우리도 좀 봐줘!' 합니다.

봄여름가을-열 일후 비말뜨락-겨울 땅콩호박
봄여름가을 열 일후 비말뜨락 겨울 땅콩호박

 

동글동글 복스럽게 생긴 여자를 선호하면서도 활짝핀 멋진 자태의 황금 호박꽃은 못난이 취급받던 게 아이러니합니다. 요즘은 살을 찢고 뼈를 깍는 고통을 감수하면서도 얼굴을 뽀족하게들 다듬는 성형미인이 대한민국에서는 최고로 꼽히는가 보던데 말입니다.

어느 해 늦봄에는-호박잎만 무성하기도 했던
어느 해 늦봄에는 호박잎만 무성하기도 했던

 

'호박꽃도 꽃이냐?' 는 말에 반감하면서 비말뜨락을 채웠던 황금색과 초록색, 호박이 넝쿨째 굴러다니던 오래전을 꿈결같이 더듬습니다. 요리쿡 조리쿡 해가면서 요리에 진심이던 어느 한 때도 있었는데 요즘 밥상이 맑은 죽사발들로만 말끔합니다. 늦은 봄부터 가을까지 초록 호박잎을 따서 양념고추장으로 쌈장을 만들어 쌈싸먹던 생각에 입안에 다시 침이 고입니다.

풍성한 호박잎-대담하나-배려로 쌈을 쌉니다
풍성한 호박잎, 대담하나 배려로 쌈을 쌉니다

 

'호박꽃은 꽃이다' 면서 그 꽃말들을 다시 눈으로 입으로 찜해봅니다. 겸손, 배려, 풍요, 번영, 풍성함, 대담함, 멋진 자태, 광대함.. 좋은 건 다 품고 있는 듯 합니다. 동서양에서 사랑받는 호박꽃과 호박들로 남은 삶의 여정길을 맡겨볼까 합니다.

미국이나 유럽 지역에서는 호박꽃을 요리에 사용하며, 특히 튀김 요리로 인기가 있다고 합니다. 호박꽃 튀김은 바삭하고 맛이 있어 가끔 만들어 먹는데 미국 마켓에서는 호박꽃이 꽤 비쌉니다.

호박꽃 튀김도 하고-호박잎 쌈장도 만들고
호박꽃 튀김도 하고 호박잎 쌈장도 만들고

 

며칠 남지않은 2월, 2025년 이 봄은 내려놓은 것도 많았고 앞으로 삭제되는 것도 많겠지만 호박의 꽃말처럼 겸손과 배려, 멋진 자태, 대담함으로 새롭게 건강한 노년의 꿈을 피워볼까도 합니다.

비말뜰 호박요리를 위해 좀더 부지런 떨어야 하는데 자꾸 늘어지는 몸맘이 살짝 걱정스럽기는 하지만 블방질 조금 줄이고 호미질 조금더 해서 세계 각나라의 호박들 심어 호박요리를 좀더 업그레이드 할 고민도 해보면서 '아자 아자' 호박넝쿨 잡고 다시 일어섭니다.

비말 飛沫

'색바랜 편지를 들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황금둥이 사랑이  (68) 2025.03.01
땅콩호박 버터넛  (90) 2025.02.24
올리브에 꽂히다  (68) 2025.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