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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전식 비말맛집

뽕나무 뽕뿌리차

by 비말 2025. 4. 28.

가끔 엊갈리고 헷갈리는 생각들 속에서 '내 맘 아시죠?' 누군가 그런 글을 놓고 가면 대놓고는 맞대꾸를 못 하지만 '내 맘도 내가 모르는데 님의 맘을 내 어찌 알겠소?' 그러면서 혼자 허허거립니다.

뽕나무 잎이 바람에 나폴거리는 걸 보면서 옛집에서 넘편이 마눌눈치 봐 가면서 살려낸 화분속의 키작은 뽕나무들을 생각합니다. 평생을 삽질 커녕 망치질도 제대로 해보지 못해 자기 손등찍는 사람이 뽕나무 뽕뿌리차를 마시게 해 주다니 기적의 순간이었습니다.

비말뜨락-부겐베리아 나무옆의-뽕나무차
비말뜨락 부겐베리아 나무옆의 뽕나무차

 

블로그 글방에서 소리나는 일기장을 쓴 답시고 매일 새벽 일어나 답글 댓글 공감으로 내.남의 방을 달리면서 '비켜, 비켜 나 바빠!' 그러다가 한국의 자정 쾌종이 울리면 신데렐라의 황금마차가 호박으로 변하고 빛나던 크리스탈 구두 한 짝은 일찍 눈뜬 어느 비렁뱅이의 손에 들려지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그 구두 한 짝은 버려져 다시 어느 누군가의 손에 들려지기도 합니다. 뽕나무 얘기하다 갑자기 호박 얘기는.

짝꿍 혼자-뽕나무를 화분에서-키워냅니다
짝꿍 혼자 뽕나무를 화분에서 키워냅니다

 

딱 한번 뽕나무 뿌리를 캐서 먹은 그 뽕뿌리 차가 오랜 기억에서 맴돌다 날 잡아 톱과 호미를 들고 넘편과 마눌은 뒷뜰로 나섭니다. 이케저케 혼신의 힘을 다해 캐낸 뽕나무 뿌리로 차를 끓여 마십니다. ‘아, 바로 이 맛이야’ 속이 따뜻해지고 화해지는 느낌입니다.

찻잔에 뽕차 부었더니-램프가 빠져 있네요
찻잔에 뽕차 부었더니 램프가 빠져 있네요

 

고마운 것도 좋은 것도 그 때 뿐인 게 사람의 마음이라.. 뽕나무 뿌리를 잘라내고는 금방 흙을 덮어줄 꺼라고 약속을 하곤 그대로 두고 해를 넘길 때도 있습니다. 놀부보다 그 마눌보다 더 독하고 야박한 잉간들이 됩니다. 뿌리가 드러난 뽕나무한테 못내 미안해 하는 걸 보고 짝꿍이 혼자 키워낸 어린 뽕나무가 연둣빛 잎을 내놓으며 '나도 좀 봐줘!' 합니다.

연둣빛을 내는 화분속-뽕나무가 이뿝니다
연둣빛을 내는 화분속 뽕나무가 이뿝니다

 

꽃도 사람도 앉을 자리 선 자리에서 대접받고 그 값도 하며 능력도 우대도 받는 것 같은데, 니들은 자리를 잘못 골라 앉았나 보다며 '미안타, 사랑했다, 그래도 어쩔 수가 없었다' 너스레를 떨어댑니다.

가지치기 당한 뽕나무들아 니들은 살아 잘려져 나가 쓰레기통으로 버려지니 썩어 다시 새 삶을 살아내진 못 하겠네, 그래서 더 미안타! 혼자 별 소리를 다해대는 마눌의 마음이 좀 그랬던지 넘편은 헛 짓한다고 쓴소리 해대는 마눌 몰래 저리도 이쁜 화분을 만들어 냅니다.

옛집에서 따먹은-오디맛이 어쨌더라?
옛집에서 따먹은 오디맛이 어쨌더라?

 

뽕나무 뽕뿌리차를 마시기 위해서는 일년, 이년의 짧은 세월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옛집의 뽕나무는 우리, 그 이전에 심어진 거니 적어도 50년 세월은 됐을 지도 모르는데 이제 겨우 일년 차 저 여리디 여린 뽕나무들은 언제 거목이 되어 뽕뿌리차 맛을 보여 줄런지는 모르겠습니다.

오른쪽 오디는 언젠가 비말뜨락 뽕나무에서 따먹은 거고 그 위는 그 때의 뽕나무입니다. 가운데와 왼쪽 화분속 뽕나무들이 황금색 뽕뿌리를 자랑하는 날까지 기다리기엔 좀 긴 시간이지만 기다리면서 가꿔져얄 것 같습니다. 좋은 하루 되셨으면 합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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