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저녁 미뤄둔 한국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4편을 최종회까지 앉은 자리에서 봅니다. 가만히 그림같이 앉아보기만 한건 아니고.. 먹으며 울고 웃으면서 이바구도 나눠고 병든 달구Saeggi처럼 졸기도 합니다.

넘편 소리없이 쿨쩍거리는 마눌을 훨껏보더니 '우리 낼 아침은 뭘로 먹어?' 합니다. 저녁도 굶었는데 내일 아침 걱정이라니~ '뭐 먹고 싶어요?' 그런 건 아니라면서도 '뽕나무 잎이 많이 자랐던데..' 합니다. 예전집에서는 뽕잎밥도 뽕나물무침도 뽕닭구이도 많이 해 먹었는데.. 아직은 뽕잎들이 더 커지길 기다립니다.

지난번 무우 한 박스를 사와서는 도저히 다 해치울 기운이 없어서 그냥 깍뚝썰기로 팩에 넣고 냉장고에 얼려뒀던.. 무우와 브로콜리를 넣고 통영멸치로 간을 맞춰면서 찌개인 듯 조림으로 했는데 식은 밥만 한 그릇 남짓 남았길래 누렁지를 만들어 끓입니다.

이 맘때면 깍뚜기처럼 등장하는 옛비말네 키친 유리창밖 사진입니다. 아침먹고 설겆이후에 '오늘은 뭘 할까?' 일 계획 세우며 서성이던 창가.. 유카나무, 자카란다나무, 무화가 나무가 열 일하던 봄이오는 길목.

아침 산보길에서 탐스럽게 달린 이웃집 오렌지를 보면서 비말네 거랑 좀 달라보여 한참을 서성이니 백인 할아버지가 수상한 낌새를 느끼셨던지 문을 열고 나옵니다. '하이~' 인사를 하니 '오, 유..' 마음대로 따가라시는데 딱 3개만 가져옵니다. 이렇게 맛날 줄 알았으면 좀더 따올 껄..

폭싹 속았수다~ 그 뜻이 무엇이든 간에 엄청 속은 느낌입니다, 기분좋게! 내가 저 엄마가 돼야 하는 나이인데 나는 저 딸이 되고 싶은 마음입니다. 울엄마가 많이 보고 싶어서요.

너무나 어렸고, 여전히 여린 그들릐 계절에 미안함과 감사, 깊은 존경을 담아. 폭싹 속았수다. 눈이 짓물리게 숨어 울다가 함께 웃다가 눈치보면서 등을 돌린 체 같이 웁니다. 나이드니 좋은 게 녕감 할매가 남녀의 선을 넘고 금을 밟으며 비슷해 지는 겁니다.

다음 주 쯤에는 뽕나무 가지치기도 해주고 뽕잎도 뜯어 뽕밥과 뽕잎무침을 해볼까 합니다.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걱정을 말라셨지만 그 걱정을 않하는 시간은 지구별을 떠난 후가 아닐까 싶습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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