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호숫가를 산책하다가 오리알 하나를 발견했는데 갑자기 여름이 닥친 것 같은 날씨에 그대로 두면 큰일날 것 같아 마음만 조바심치면서 둘이 보고 섰는데 마침 호숫가 주위를 청소하는 분이 있어 도움을 청합니다. 아직 젊은 외국인이 웃으며 하던 일손을 접고 장갑낀 손으로 알을 집어 나무 그늘밑에 놓아줍니다. 멀리서 지켜보고 있을 오리가족들이 바로 찾아올 수 있읗 만한 거리에.
'오케이?' 짧은 영어로 이만하면 되겠느냐 우리한테 묻습니다. '오케이!' 우리도 즐겁게 사인을 주며 서로 고맙다는 인사들을 하고 돌아섭니다. 오리알을 보면서 몇 년전 '새둥지 짓는 닭' 이라는 포스팅 글을 떠올리고 찾아봅니다.
바람불면 날아갈까? 비오면 젖을까! 노심초사하며 올려다보는 자카란다 나무위 새둥지에 온 식구가 메달려 하루를 마음 졸입니다. 강쥐 바둑이는 집안에도 안들어오고 나무밑을 지키며 옆집 냥이뇬이 근처에만 와도 으르렁 거리면서 짖어댑니다.
비 올거라는 일기예보에 요며칠 소나기처럼 바람에 떨어지는 자카란다 나무가지들을 쓸어 모으면서 걱정되어 올려봅니다. 유난스럽게도 바람잘 날 없었던 며칠 동안 세 식구의 걱정은 온통 자카란다 나무위에 있는 새둥지에 가 있습니다. '새야, 너는 언제 알을 깨고 나올래?
아침까지도 잘 메달려 있었는데 이른 저녁을 먹다 무심코 일어나 부엌 창밖을 내다보다가 놀래서 먹던 밥수저를 집어던지고 뛰어나갑니다. 지난 번 바둑이가 올라서서 땡볕도 마다않고 지켜주던 그 돌테이블위에 처참하게 내동댕이 쳐진 새둥지.. 만지기도 그렇고 그저 멀찍이 서서 바라만 봅니다. 새 알들은 괜찮나? 알이 깨지지는 않았나? 숨 조차 멈춰고 바라만 봅니다. 다행히 알들은 무사한 것 같은데 비까지 내립니다.
늘 엊갈리는 일기예보를 반쯤만 믿고 있었는데 빗방울이 떨어지니 제일 만만해 보이는 유카나무위에 일단 올려놓자고 해 얼기설기 나무를 만들어 그 위에 올려줍니다.
비닐과 사닥다리들을 가져다 자카란다나무 건너편 부겐베리아와 무화과나무에 꽁꽁 묶어 중간에 사닥다리들 놓고 안전점검을 하는 동안에도 새둥지 짓는 닭과 용은 '이러구니 저러구니' 계속 엇갈리는 각론을박으로 흠뻑젖은 체 새 집하나 옮겨 앉히면서 난리부르스를 칩니다.
어미새는 작은 구멍 사이로 들락거리며 조금은 안정된 듯 여유있게 빼종거리며 가슴에 빛날 빠알간 카네이션을 기대하나 봅니다. '그런데 새알한테 뭘 먹여야 되지?' 갑자기 또 다른 걱정에 묻습니다. '왜 이래? 새 아직 알속에 있어, 아무것도 못 먹어!' 백가지도 넘는 상념들에 작은 닭Daegari 머리속이 생난리를 쳐대면서 생각이 널뛰기를 해댑니다.
새벽에도 새둥지가 무사한지 걱정에 아닌척 번갈아 나가 부엌창으로 내다보면서 '괜찮은 것 같아!' 한 마디씩 던지듯 알려주고는 아침을 기다립니다. 하늘높이 뻗친 자카란다나무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지 보랏빛 꽃을 피운 체 물그러미 건너편 유카나무위 새둥지를 지켜봐 주고 있습니다.
키친 창밖을 내다보는데 어디선가 십수 마리의 작은 새들이 자카란다와 유카나무 사이를 맴돌다 다 날아가고 한 마리가 알로에 마른가지에 앉아있습니다. 카메라를 가지고 오는 동안에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꿈꾸는 늘근소녀는 혹시 연흥부네 박씨라도 물고왔나 주위를 살피며 김칫국부터 마시고 앉았습니다.
새둥지 짓던 닭용개.. 바둑이는 어느 4월 돌배나무 꽃잎이 휘날리던 날 혼자 소풍을 떠났습니다. 아마도 똘순언니가 보고 싶었던가 봅니다. 유룡견 (酉龍犬) 이라 부르며 시끌벅쩍했던 아직은 코로나 19라는 글이 사전에 등재되지도 않았던 시간들입니다.
비말 飛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