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늘근소녀 일탈기

원더우먼이 슈퍼할매 됐던 날

by 비말 2022. 12. 27.
320x100

 

원더우먼이 슈퍼할매 됐던 날

할매가 심혈을 기울려 꾸민방을 다시 되돌려 놓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고 허리가 휘청하게 해놓긴 했지만.. 뜨건 물 한잔 맘놓고 마실수도 없던 그 시간들이 살짝 그립기도 합니다. 이젠 애들이 너무 커 버렸고 저도 늙었네요.

 

 

기저귀차고 게임 삼매경에 빠진 2살 반 손녀는 언제 엄마 태블랫 비밀번호까지 찾아냈는지 형사 콜롬보가 울고 갈 실력에 오빠 5 살 반 손주는 아빠 아이패드로 심오한 경지의 게임까지 접근해 노느라 불러도 못 들은 체 슬쩍 눈을 피합니다.

낮에는 공원에서 오리들과 쫓고 쫓기며 먹이 주고 할아버지랑 노느라 피곤 했던지 정신없이들 골아 떨어졌습니다.

 

 

침대가 불편할까 매투리스 2개를 붙여 줬더니 '애들 떨어질까 걱정돼 한 잠도 못 잤다' 는 애엄마 아빠 말에 짝꿍과 둘이 눈이 마주쳐지며 웃음을 참습니다. 문을 활짝 열고 자길래 문 살짝 닫으면서 봤더니 부모들이 더 편하게 자더니만~

침대박스 빼고 메트리스만 깔았더니 지들이 가져온 각자의 배낭들을 깔고~ 안방에서 자라고들 했더니 그냥 캠핑 온 것처럼 하겠다길래 맘대로 하랬더니!

 

 

식구넷이 왔는데 신발은 10 컬레, 그래도 집쥔들 신발은 보이지도 않네요. 스맛폰들 아이패드 태블랫도 모자라 할매 컴퓨터까지 넘보는 게임 마니아들.. 잠자는 동안에 충전해서 아침에 울고불고 난리치는 건.. 막아야 겠습니다.

 

 

빵도 굽고 만두는 시간상 못 만들어 사와서 고구마와 바나나와 함께 오븐에 굽고.. 빵에 상처가 (?) 난 것은 애기가 손가락으로 푸욱 찌러는 바람에 ‘으아앙’ 또 다른 난리부르스를~ 누가 옆의 의자타고 테이블까지 올라갈 줄 알았나요?

침대 내주고 밥해 먹이고 애들까지 봐준 공은 어디로 갔는지 '허어, 참!' 둘이서 미안해 죄 지은 느낌만 들었습니다. 울언니 늘 '애 봐준 공은 없다더니..' 그러시면서 아들 며느리들한테 조금 섭섭해 하시더니.

 

 

단호박에 잡곡밥, 대추, 콩 종류들.. 호박을 너무 쪄서 물컹은 했지만 속에 들어있는 보물같은 맛들이 신기하다고 애들도 어른들도 잘 먹으니 됐고, 또띠아 10 인치 젤로 큰 사이즈에 치즈를 얹고 반으로 접어 만든 퀘사디아도 먹기 편하게 할베가 가위로 싹둑깍뚝~ 나물꺼리 사오는 걸 깜빡 잊어 있는 것들로 대충~ 10 파운드 콩나물과 숙주나물 무우나물 고사리 나물로 문어넣고 국 끓이고 모두가 다 잘 먹었습니다.

2022년 12월은 그냥 색바랜 편지들로만 펼쳐 봤습니다. 전화기로 컴퓨터로 다 되는 세상이 더 심심하다는 비말이,  '원더우먼이 슈퍼할매 됐던 날, 나는야 무수리' 그러면서 즐깁니다. 오늘도 건강 지키미 제대로들 하셨으면 합니다.

비말 飛沫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