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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바랜 편지를 들고

이별은 美의 창조

by 비말 2024. 12. 4.

이런저런 속 시끄러운 뉴스들이 한강을 넘어 태평양 바다 건너 개헤엄치 듯 허우적대며 빠르게 달겨듭니다. 철 모르고 날뛰던 계절은 황금색과 초록색으로 '비켜~ 비켜..' 철없이 금 밟고 선 넘으며 훅 들어섭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비말네 뜨락 뽕나무와 배롱나무가 초록의 이파리들을 도금하 듯 살짝씩 색들을 내려놓습니다. 뽕나무는 늘 그러하 듯 '흥칫뽕' 하면서 아직은 고집을 피우고 있네요.

배롱나무-뽕나무의 이별은-미의 창조였던가
배롱나무 뽕나무의 이별은 미의 창조였던가

 

배롱나무는 강아 아씨꽃이라는 그 닉처럼 빨리도 마음을 바꿥니다. 일편단심 사랑하는 이를 위한 배려겠지요. 황금빛 찬란하게 몸바꿔 맘바꿔 가을을 벗어나 추위에 떨고 있을 님께로 가고 싶은 마음인가 봅니다. 함께할 때는 낙엽 떨어져 마당을 더렵힌다고 눈치도 많이 줬는데 사진으로 만나지니 황금빛 찬란함이 예술입니다.

아침의 바탕없는-황금과-금딱지로 씌일-이파리
아침의 바탕없는 황금과 금딱지로 씌일 이파리

이별은 美의 창조 (創造)

이별은 미 (美) 의 창조입니다/ 이별의 미는 아침의 바탕 (質) 없는 황금과 밤의 올(絲) 없는 검은 비단과 죽음 없는 영원의 생명과 시들지 않는 하늘의 푸른 꽃에도 없습니다/ 님이여, 이별이 아니면 나는 눈물에서 죽었다가 웃음에서 다시 살아날 수가 없습니다. 오오! 이별이여/ 미는 이별의 창조 (創造) 입니다. (한용운 님의 침묵 중 79쪽)

아무리 긍정적인 것이라도 부정적인 것이 없으면 어떤 의미도 지닐 수 없다는 뜻 이라 하고.. 반대로 님과의 재회를 전제로 한 이별은 의미있는 것이다. 그 이별은 눈물에서 죽었다가 웃음에서 다시 살아날 수가' 있으므로 새로운 미의 창조가 될 수 있는 것이라며 위키백과에서 부연 설명을 해 줍니다.

비록 네 속은 파먹혔으나-'이듬해 봄' 에-보자
비록 네 속은 파먹혔으나 '이듬해 봄' 에 보자

 

*아침의 바탕없는 황금과 밤의 올 없는 검은 비단, 영원한 생명, 시들지않는 꽃에 이별의 미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는데 짧은 글로 그 뜻을 다 헤아리기에는 너무 심오하고 벅찬 것 같기도 합니다.

아직 가을도 당도 못한 비말네 뜨락의 석류나무는 새밥으로 남겨준 석류알이 속을 다 파먹히고 껍질만 남아 데롱거리기도 하고 이미 황금빛 옷을 걸친 잎들은 홍보석 쏟아내던 석류의 진홍색 껍질과 노닥거리며 파아란 하늘아래 섰습니다.

황금색 석류나무-이파리와-진홍색-석류껍질
황금색 석류나무 이파리와 진홍색 석류껍질

초혼 (노래 가사)

살아서는 갖지 못하는 그런 이름하나 때문에/ 그리운 맘 눈물 속에 난 띄워 보낼 뿐이죠/ 스치듯 보낼 사람이 어쩌다 내게 들어 와/ 장미의 가시로 남아서 날 아프게 지켜 보네요/ 따라가면 만날 수 있나 멀고 먼 세상 끝까지/ 그대라면 어디라도 난 그저 행복할 테니

살아서는 갖지못하는 그런 이름하나 때문에/ 그리운 맘 눈물속에 난 띄워 보낼 뿐이죠/ 스치듯 보낼 사람이 어쩌다 내게 들어 와/ 장미의 가시로 남아서 날 아프게 지켜 보네요/ 따라가면 만날 수 있나 멀고 먼 세상 끝까지/ 그대라면 어디라도 난 그저 행복할 테니/ 난 너무 행복할 테니 (초혼)

어느 해 줏어모은-이별 이파리들과-만납니다
어느 해 줏어모은 이별 이파리들과 만납니다

 

나뭇잎이 색바래 떨어지면서 비명을 지런다고도 하고 '아파라' 며 병들어 떨어진다고도 하는데 색고운 이파리들이 너무도 곱습니다. 몇년 전에 줏어와 비말이 색바랜 편지방에 오르고 또 올라도 색깔하나 변하지않고 그대로 입니다. 그 시간처럼.. '이별은 美의 창조' 시들지않는 꽃에 이별의 미가 없다는데 색바래지않은 사진속에서는 이별도 미 (美) 로 남아있습니다.

가을은 그리움의 계절인 건 맞지만 주검을 묻고 따질 계절은 아닌 것 같습니다. 가을겆이로 들판을 비우고 김장김치로 일년먹을 양식을 준비해 둔 풍요로움과 한가함으로 삶의 여정길에 금동아줄 잡아채고 황금빛 찬란하게 마음길 달리며 철없이 금 밟고 선 넘으며 대문을 들어 선 이방인한테도 맘 한자락 내줄 수 있는 그런 시간이었으면 합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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