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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짓는 여자

추억 한 조각, 샛강다리 밑에서 줏어온 애들

by 비말 2022.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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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한 조각, 샛강다리 밑에서 줏어온 애들

지아야, 가시내야 빨리 인나봐라! 오빠야, 니 와 그래쌌노? 눈이 잘 않떼진다! 니, 이제 큰일났다! 빨리 인나서 아부지 거울 쫌 가서 봐라! 니 콧등에 똥포리가 시커먼 똥을 한거썩 싸났다 아이가~ 와 그라는데, 얼굴에 뭐 묻었따꼬.. 똥포리가?

아직 아침 일곱시가 되려면 아침 먹을 때까지 한잠더 자도 될 것 같은데 뭔일이고. 이불을 걷어내고 아부지 거울을 향해 일어선다. 밤새 내 얼굴에 탈이 났따꼬?

 

 

아침부터 와들 시끄럽게 뛰고 솟고 난리들이고 이불에 걸려 자빠져서 발꼬락들 다칠라! 정지에서 아침준비를 하시던 엄마의 걱정과 성화를 뒤로 하고 후다닥~ 안방거울은 키가 커신 아버지 키에 맞춰서 안방봉창을 조금 비켜선 벽에 걸려 있었다. 똥파리가 내 콧잔등이에 뭔 사단을 내놨다는 건지..

이래서 나는, 나도 모르게 깜빡 잠들어 버리는 게 무섭따! 잠들면 아무것도 내 맘대로 할 수가 없으니까~ 오빠야! 거울이 너무 높아서 잘 안보인다, 빨리 온나~

 

 

얼굴 가득 걱정반 웃음반인 오빠는 얼굴 표정 만큼이나 걱정스럽게 되묻는다. 나보고 우짜라꼬? 그러면서 늘 하던 식으로 무릎을 방바닥에 대고 몸을 웅크려 내가 딛고 설수있게 키높이 사닥다리를 만들어 준다. 까치발로 할 수있는 만큼 몸을 세워서 거울을 향해 발을 꼼지락 거린다. 가시내야 근지롭다, 아직도 안보이나? 내 말이 맞제, 포리똥 있제?

 

계속 다그치며 밑에 깔려 등을 내준 오빠는 힘든 듯 몸을 움칠거린다. 아직도 가? 가시내가 똥빼만 키웠나 보다며 무거워 죽겠다고 궁시렁거린다. 아이다, 째끔만 더 올리봐라 보인다아! 오빠야~ 아악~ 쨍그랑!

 

 

궁시렁거리며 끼들대던 오빠가 내 발가락에 간지럼 당한 등과 몸무게를 견디다 못해 그냥 무너져내리고 말았다. 반지르르 윤기 흐르는 노오란 장판위에 봉창을 뚫고 들어온 아침 햇살에 반사된 깨진 유리 조각들에 눈이 부시다. 황홀한 헷갈림으로 정신을 잃고 저만치 내동댕이 쳐진 체 고운빛과 빤짝이는 햇살에 잠시 머리속이 몽롱해진다.

 

 

네살 터울 작은오빠는 어린시절 나의 우상이었지만 무서운 훈육선생님 같기도 했다. 김 홍신작가님의  소설 '인간 시장' 의 주인공 장총찬 같은. 학교에서 소설책을 읽은 지지배들이 모여 앉아 지들 남자친구며 오빠 자랑들 하면서 자주 써먹던 소설, 그 책의 주인공 머스마같던!

 

 

아침 세수를 하고 문득 거울속에 비친 아직도 흐릿하게 남아있는 콧등의 주근깨에 눈이 가면서 50 (2022년 지금은 60년 전?) 년도 지난 그날 아침이 생각날 건 또 뭐람! 엊그제 새벽 어떻노, 몸은 안아프고 괜찮나? 어둠을 가르고 새벽을 깨우며 한국에 잠깐 다니러 왔다는 작은 오빠와의 전화통화 때문이었나?

2011년 샛강다리 밑에서 줏어온 애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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