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하고 핫한 반전

온 세상이 보랏빛 향기가 아닌 퍼플 태양으로 '보라, 빛이다!' 그러는 것 같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7월 둘째주 수요일입니다. 하루 24시가 쿨하고 핫한 반전은 없지만, '죽을 만큼 아프고 '힘들어서 죽겠다' 그런 것만 없어도 살만은 한 것 같습니다.

쿨하고 핫한 반전도 없이 인상 깊었던 장소

 

지난 해 티스토리 작심삼주 오블완 챌린지에서 '올해 가장 인상 깊었던 장소' 를 말해 보라기에 골프장 호숫가에서 만났던 황금 거북이를 다시 한번 볼 기회가 있을까시퍼 거기로 달려갑니다. 오전인데도 더운지 오리들도 자라들도 물위에 나무 그늘밑에 반반씩들 있습니다.

노랑 만들레꽃, 분홍 토끼풀이 핫하고 쿨한

 

드라이브 샷을 하기엔 등허리가 아파 그냥 가볍게 아이언으로 짧게 가기로 합니다. 날려보낸 골프공은 잠시 잊고 연못가 주위를 빙빙돌면서 '황금 거북이 나와라 오버' 암만 주문을 외워도 엄한 아이들만 놀래 달아납니다.

황금 거북이 대신 자라가 눈앞에서 첨벙

 

물속에서 지친 자라가 뭍으로 올랐다가 놀래 물로 뛰어들기도 합니다. 그때 우리가 구출해 준 황금 거북이 비슷한 애를 짝꿍은 봤다는데, 그 후 저는 한번도 못 만나 아쉽긴합니다. 알도 낳고 새끼들 키우면서 잘 살아낼 거라는 짝꿍말에 '그렇겠지?' 하면서도 한번더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자라가 물속에 오래 있더니 지치는지 뭍으로

 

 

인상 깊었던 장소

 

비말이 발자욱소리에 놀래 호수로 뛰어들었던 자라가 다시 뭍으로 기어 오르는 걸 보면서 빠르게 눈으로 스캔을 합니다. '골프공 않보고 뭘봐?' 넘편소리에 자라도 비말이도 깜짝놀라 '식겁이야!' 합니다. 쿨하고 핫한 반전은 없을 거라고 몇 번이고 말을 했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습니다.

120미터 파3에서 Bogey, 고양이도 비웃네?

 

파3, 120미터도 않되는 거리에서 아이언 9로 쳐올렸는데 골프공이 날다가 맙니다. '그러기에 신경 좀 써라니까.. 그걸 못 올리면 어떡해!' 참으로 다행입니다, 남편이기에 망정이지 코치나 감독이었으면 한대 얻어맞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냥 즐기자는데 왜 자꾸 가르치려 하는지! 60 후반의 할매가 남자와 같은 화이트선에서~ 다들 잘 한다고 하는데 뭔 욕심인지.

오수를 즐기던 검은 고양이 네로와 비말이 공

 

힘 조절을 잘 못한 골프공이 튕겨져서 깃발과 그린을 넘기고 언덕 아래로 굴러내립니다. '조심해 검은 고양이 있으니까!' 소리치는 넘편보다 더 얄미운 건 검은 고양이 네로 입니다. '비말아, 설마 네 공이 나를 맞히겠니?' 하는 듯 꼼짝도 않고 나무 그늘아래 엎드려 있습니다. 맞았으면 어쩔뻔 했니? 한 마디하면서 대충 공을 쳐 올립니다. 쿨하고 핫한 반전도 없이 심심하게요.

하이눈, 물속에서 잔디위에서 핫하고 쿨하게

 

조금 여유가 생긴건지 아까의 그 자라가 같은 장소에서 홨다갔다 물위에서 노닥거리고 암수 짝을 지운 오리들은 물속에서 뭍에서 즐기고 있습니다. '나도 저 물에 뛰어들고 싶다!' 그런 맘이 될 즈음 '물 좀 마셔!' 짝꿍이 찬물을 건네줍니다. 벌써 한 병을 다 마셔 배가 빵빵하지만 시원하게 들이킵니다.

정오가 넘고 퍼플 태양은 '보라, 빛이다' 하면서 핫하게 빛을 쏟아냅니다. 썬글라스 속으로 파고드는 태양 광선이 목덜미를 타고 내리는 땀을 만들어 냅니다. 목덜미의 세워진 카라깃에 소금끼가 묻어나는 느낌입니다. 쿨하고 핫한 반전은 없었지만 이열치열, 아침에 늦잠까지 자고도 하루를 제대로 챙긴 수요일 입니다.

비말 飛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