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색바랜 편지를 들고

호숫가 산책길에

by 비말 2025. 6. 25.

아침을 먹고 느지막하게 호숫가 산책길을 걷던 중, 잠깐 멈춰섭니다. 호수주변 물가에는 다리가 긴 새들과 목이 긴 새 한마리와 거북이, 자라들이 줄지어 앉아 아침햇살을 맞으며 노닥거리고들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평일아침-호숫가 산책길에
미국 캘리포니아의 평일아침, 호숫가 산책길에

 

바람도 없이 잔잔한 호숫가에는 아침햇살이 물 그림자를 만들며 반짝이는데 몇 마리 겁많은 자라들은 인기척을 느꼈는지 물로 뛰어들고, 나머지 아이들은 설마하는 마음인지 꿈쩍들않고 햇살맞이를 합니다.

기러기 두마리가 우리와-같은 곳을 보고 있네요
기러기 두마리가 우리와 같은 곳을 보고 있네요

 

거위같은 기러기 (Goose) 두 마리가 우리있는 멀지않은 곳에 같은 방향을 보고 서 있는데 사이가 좋아보입니다. 암수 한쌍인지 친구들인지 잘 모르겠는데 그냥 우리 좋을대로 부부라고 생각합니다.

기러기 한 마리가-주둥이를 있는 대로 내밀고
기러기 한 마리가 주둥이를 있는 대로 내밀고

 

가끔 보이는 깡패같은 캐나다 기러기 (Canada Goose) 는 아닌데, 사이좋게 호수가를 바라보고 있더니 갑자기 한 마리가 휙 돌아서서 우리쪽으로 옵니다. 놀래 피하려 했더니 옆으로 뒷뚱거리며 주둥이를 있는 대로 내밀고 갑니다. '둘이 싸웠나?' 짝꿍이 한 마디 합니다. 짝꿍한테 폰카로 하나 찍어두랬더니 당신 손가락으로 반을 가리고 찍어놨습니다.

흥칫뽕이다-암수 사이는-전쟁과 평화입니다
흥칫뽕이다, 암수 사이는 전쟁과 평화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는 다양한 종류의 기러기가 서식하고 있다는데 특히 겨울철에는 많은 기러기들이 월동을 위해 찾아온다고 합니다. 기러기 종류들에는, 눈 기러기 (Snow Goose), 로스 기러기 (Ross's Goose), 큰흰이마 기러기 (Greater White-fronted Goose), 캐나다 기러기 (Canada Goose), 쇠 기러기 (Cackling Goose), 흑기러기 (Brant).. 제 눈에는 다 거기서 거기, 같은데 말입니다.

평화가 먼저든 전쟁이 먼저던 간에-화해하면
평화가 먼저든 전쟁이 먼저던 간에 화해하면

 

짝꿍 왈, 암컷이 화내고 가는 것 같애? 하길래, '내가 보기엔 숫컷인 것 같은데.. 아마도 삐뚤어져서 혼자 딴데 가나봐!' 넘편과 마눌이 티격태격 조용히 투쟁중인 기러기들보다 더 시끄럽게 투닥이고 사그라집니다.

암수를 가릴 수도 종류도 다르지만-화평입니다
암수를 가릴 수도 종류도 다르지만, 화평입니다

 

그러든가 말던가 호숫가의 목이 긴 새가 앞서고 거북이, 남생이들은 업고 업히고 얄맞춰 강좌를 듣고 있는 것처럼.. 경청들 하느라 언덕위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관심도 없습니다. 잔잔한 호수에 납작돌 던져 물수재비 뜰 장난꾸러기도 없으니 평화 그 자체입니다.

사진만으로는 그저 조용한-캘리 호숫가 산책길
사진만으로는 그저 조용한 캘리 호숫가 산책길

 

아침 호숫가 산책길에는 평일이라 거니는 사람은 별로 없는데 도로에 자동차들은 분주합니다. 조금 늦게 길을 나섰더니 매일 만나며 눈인사하던 사람들은 하나도 없고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 듯 합니다. 두 마리 기러기 (Geese) 들은 다시 한 편이 되어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겠지요?

기러기 한마리 Goose-기러기 두 마리 Geese
기러기 한마리 Goose, 기러기 두 마리 Geese

 

AI한테 '기러기와 거위는 다른가요?' 하고 물었더니 친절하게 답을 줍니다. 동양의 거위는 '개리' 를, 서양의 거위는 '회색기러기' 를 길들인 것이라는데, 거위는 덩치가 크고, 집을 지키는 용도로도 길러지며, 식용으로도 활용된다고 합니다

*기러기 (Wild Goose) 는 야생에서 서식하며, 계절에 따라 이동하는 철새이고, 거위 (Domestic Goose) 는 야생 기러기를 인간이 가축화한 조류라고 합니다. 즉, 거위는 기러기의 후손으로, 인간에 의해 길들인.. 야생에서 자유롭게 이동하며 살아가는 것이 기러기이고, 인간과 함께 살며 번식하고 진화한 것이 거위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합니다.

비말 飛沫

반응형

'색바랜 편지를 들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은 분홍제라늄  (48) 2025.07.01
프리웨이를 달리며  (70) 2025.06.27
꽃말이 멋진 호박  (78) 2025.06.22
비말뜨락 하늘새  (90) 2025.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