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거리마다 골목마다 자카란다 보라꽃들이 나무위에서 땅바닥에서 보랏빛 향기로 몸맘을 유혹합니다. 자동차로 오가는 길에, 도보로 동네 한바퀴도는 동안에도.. 예서제서 '나 좀 봐줘' 하면서요.
지난 20여년은 비말뜨락 동서남북을 채워주던 자카란다 보라꽃과 하얀 유카꽃이 대세였지만 2025년 7월을 기다리는 비말뜨락에는 자카란다나무도 유카나무도 없습니다. 오늘은 업동이로 들어온 분홍제라늄이 색을 바꿔가며 꽃모양도 지맘대로 펼쳤다 오무렸다 쌩쑈를 해댑니다.
새둥지 고양이로 부터 지키면서 유카나무위에 올려놓고 밤낮으로 지켜냈더니 은근 바라는 흥부가 받은 금은 보화 박씨는 안 물어다주고 듣도보도 못한 꽃들만 피워대니 꽃구경도 잠깐, 손가락만한 새들이 와서 유격훈련을 받는지 온 하루가 지지배배 시끄럽기만 했던 보라빛 자카란다나무를 사진으로 들여다 봅니다.
동쪽뜨락 유카나무 3개가 나란히 하얀꽃을 피우더니 서쪽뜨락에서 유카꽃나무도 질세라 꽃을 피웠습니다. 하얀 유카꽃이 피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얘기도 있지만, 뭐가 그리 좋은지 짝꿍은 사다리까지 대령할 태세입니다. ‘아서요, 블방질이 무신 큰 일이라고’ 미안해서 한마디하고는 은근 기다리고 있기도 했더랬습니다.
지난 봄 비말뜨락의 업동이로 사랑받던 분홍 제라늄이 살짝 꽃색을 바꿔 '나, 누군지 모르지?' 합니다. 한꼬치 얻어다 심은 꽃이 저렇게 눈치 않보고 잘 자라기도 쉽지않을 텐데.. 참으로 번죽도 좋습니다. 원래 쥔이 성격좋은 분들이시라 그런가 봅니다.
2025.04.11 - [DIY 플랜테리어] - 비말뜨락의 봄날
비말뜨락의 봄날
언젠가 만나졌던 그 봄이다시 나를 일깨웁니다. 몸살인지감기인지 병명도 모르면서 시름앓던 그 밤이 꿈인 양 돌려 세우면서창밖 아침을 만납니다. 창틈으로 쏟아진 천상햇살의눈부신 색실
4mahpk.tistory.com
아침을 대충먹고 손가락만한 오이랑 한 손으로도 가벼운 듯한 배추 2 포기로 찹쌀풀 끓여 기억나는 양념들 다넣고 버무럭거립니다. 맛이야 먹어주는 사람 몫 '난 책임 못진다' 면서요. 오늘은 분홍제라늄 꽃봉오리가 풀섶에 숨어핀 걸 찾아 찍었는데 살짝 흔들렸네요.
비싼 집, 좋은 집 그림같은 집을 짓고.. 그런 꿈 꿔보진 않았지만 컴밖에서 들여다보는 옛집의 키친 유리창 밖은 기분좋은 느낌입니다. 아픈 몸으로 혼자서 죄다 뜯어 부수고 고치면서 짝꿍과 많이도 싸웠던 시간이었는데요. 나중에는 말리다 못한 짝꿍도 함께 집안팎을 꾸며 나가기도 했던 시간들이 한 여름밤의 꿈처럼 아련합니다.
오늘은 분홍제라늄이 얼굴색 바꿔가며 이뿐척을 해대지만, 자카란다, 유카나무, 뽕나무.. 호박이 넝쿨재 굴러다니던 옛집뜨락을 몇년 전 7월 초 사진으로 다시 만납니다. 블방포스팅 사진을 위해 키친 창틀에 올린 뽕잎차를 보면서 어제 끓여 만들어 넣어둔 냉장고속 뽕잎차를 생각해 내기도 합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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