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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바랜 편지를 들고

비말뜨락의 봄날

by 비말 2025. 4. 11.

언젠가 만나졌던 그 봄이

다시 나를 일깨웁니다. 몸살인지

감기인지 병명도 모르면서 시름

앓던 그 밤이 꿈인 양 돌려 세우면서

창밖 아침을 만납니다.

비말뜨락의 봄날-화월-암탉과 병아리들
비말뜨락의 봄날, 화월, 암탉과 병아리들

 

창틈으로 쏟아진 천상

햇살의눈부신 색실 타래

하얀 손 위에 무지개로 흔들릴 때

눈물로 빚어내는 영혼의 맑은 가락

 

바람에 헝클어진 빛의 올을

정성껏 빗질하는 당신의 손이

노을을 쓸어내는 아침입니다

암탉과 병아리-제라늄-유카나무
암탉과 병아리, 제라늄, 유카나무

 

초라해도 봄이 오는 나의 안뜰에

당신을 모시면 기쁨 터뜨리는

매화 꽃망울 문신같은 그리움을 이

가슴에 찍어논 당신은 이상한

나라의 주인 지울 수 없는 슬픔도

당신 앞엔 축복입니다

 

봄아침, 이해인 수녀

내 혼에 불을 놓아 24~25쪽

화월 (염좌)-다육이
화월 (염좌), 다육이

 

화월이가 지들도

암탉과 병아리되어 함께 줄 섭니다.

'우리도 다육이야!' 이 봄엔 뭐든

줄 세우면 다 꽃이 됩니다.

암탉과 병아리-아이리스-제라늄-유카
암탉과 병아리, 아이리스, 제라늄, 유카

 

암탉과 병아리, 노랑꽃

하나 피워놓고 또 다른 꽃들을 불러

모으면서 '봄이야, 모두 준비들 해!'

비말뜨락이 기지기를 켭니다.

초록색으로 보호색 띄운-비말뜨락-허밍버드
초록색으로 보호색 띄운 비말뜨락 허밍버드

 

허밍버드가 보호색을 띄우며

초록숲속 숨어들다 비말뜨락 쥔장

만들어준 줄을 타고 놉니다.

 

암탉이 울면 알 나오고

계란 요리를 먹을 수 있다는데

허밍버드가 노래하면 봄날이

꽃을 피울 것 같습니다.

비말뜨락 레몬나무는-그 봄을 살아내고
비말뜨락 레몬나무는 그 봄을 살아내고

 

작년 가을 아직 따지 못한

레몬은 하양 분홍으로 꽃을 피웁니다.

분홍 제라늄이 암탉과 병아리들을

몰아내고 밑에 자릴 잡습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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