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만나졌던 그 봄이
다시 나를 일깨웁니다. 몸살인지
감기인지 병명도 모르면서 시름
앓던 그 밤이 꿈인 양 돌려 세우면서
창밖 아침을 만납니다.
창틈으로 쏟아진 천상
햇살의눈부신 색실 타래
하얀 손 위에 무지개로 흔들릴 때
눈물로 빚어내는 영혼의 맑은 가락
바람에 헝클어진 빛의 올을
정성껏 빗질하는 당신의 손이
노을을 쓸어내는 아침입니다
초라해도 봄이 오는 나의 안뜰에
당신을 모시면 기쁨 터뜨리는
매화 꽃망울 문신같은 그리움을 이
가슴에 찍어논 당신은 이상한
나라의 주인 지울 수 없는 슬픔도
당신 앞엔 축복입니다
봄아침, 이해인 수녀
내 혼에 불을 놓아 24~25쪽
화월이가 지들도
암탉과 병아리되어 함께 줄 섭니다.
'우리도 다육이야!' 이 봄엔 뭐든
줄 세우면 다 꽃이 됩니다.
암탉과 병아리, 노랑꽃
하나 피워놓고 또 다른 꽃들을 불러
모으면서 '봄이야, 모두 준비들 해!'
비말뜨락이 기지기를 켭니다.
허밍버드가 보호색을 띄우며
초록숲속 숨어들다 비말뜨락 쥔장
만들어준 줄을 타고 놉니다.
암탉이 울면 알 나오고
계란 요리를 먹을 수 있다는데
허밍버드가 노래하면 봄날이
꽃을 피울 것 같습니다.
작년 가을 아직 따지 못한
레몬은 하양 분홍으로 꽃을 피웁니다.
분홍 제라늄이 암탉과 병아리들을
몰아내고 밑에 자릴 잡습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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