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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바랜 편지를 들고

모종의 습관사이

by 비말 2025. 4. 9.

국민학교에 입학하면서 매일 일기를 써는 숙제가 주어지고 게으름 피우다 한꺼번에 일주일치를 써놓고는 요일과 날짜는 그 때마다 맞췄는데 날씨가 문제라, 손쉬운 그림부터 일단 그려놓고 마무리를 했더랬습니다. 내가 보기엔 완벽한데도 울동네 신내린 선이 고모보다 더 영험한 울담임샘한테는 안 통했던 60년 전쯤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날씨 외울 걱정도 없이 실시간 알려주시는 스맛폰과 블글친구님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밤낮을 바꿔가며 소리나는 일기장을 채우기도 하는 시간들. 한글로 시작했던 20여년 전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변함없이 컴퓨터를 열고 들어와 블방동 새벽을 달립니다.

돈이 밥이 나오는 것도 아니었는데
돈이 밥이 나오는 것도 아니었는데

 

웹로그 (web log)' 의 줄임말이라는 블로그 (blog) 라는 글이 사전에 없었던 1990년대 중반부터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블로그를 만들고.. 지금까지도 하고 있는데 언제부턴지 '블로그' 가 너무 어렵습니다.

블방문을 열고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 봤을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햄릿의 독백이 아니라, 블로그를 살리느냐 죽이느냐~ 공개냐 비공개냐.. 가 머리끝을 잡아 당기기도 합니다.

묶어진 단 한분의 글친구 (맞구독자) 도 없이 '댓글수 상위 1 % 넘사벽' 그냥 카피성 멘트가 아닌.. 어떤 글을 들고 오셔도 감사한 마음으로 답글을 드리고 공감 댓글로 달려가기도 했습니다. 물론 제 혼자힘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었지요. 색바랜 편지방에서 함께 해 주신 모든 글친구님들께 늘 많이 감사드립니다.

다음 블로그 댓글란-넘사벽 상위 1%
다음 블로그 댓글란 넘사벽 상위 1%

 

컴퓨터로 밥 빌어먹고 살 때도 않하던 블로깅, 채팅같은 글들 주고 받기를 정신줄 놓고 해대면서 미지의 세상으로 부터 전해받는 기운들이 피가되고 살이되고 에너지가 되기도 합니다. 색바랜 편지방에서 답글로 하루를 시작하고, 글주신 블님들 꽁지잡고 따라가 새글에 댓글 공감 드리고~ 울부모님께 이랬더라면 효녀상도 받았을 텐데 하면서.. 오늘도 열심히 블방질로 하루를 달립니다.

To be or not to be-블방질 때려치워?
To be or not to be 블방질 때려치워?

 

돈이~ 밥이 나오는 것도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닌데.. 암튼 장하다는 생각에 혼자 기를 써댔습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것들 줏어다 놓은 것도 아니고 남의 힘빌어 도배한 것들도 아닌 '툭' 하면 '탁' 하고 받을 수있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소리나는 일기장에 옮겨놓고, 칭찬으로 도배되는 댓글보다는 함께 추억하면서 주거니 받거니 하며 놀고 싶었습니다.

10%가 100% 되는 날에는-더 어렵습니다
10%가 100% 되는 날에는 더 어렵습니다

 

"워낙에 댓글이 많이 달리니 주눅이 들어서 그냥 도망갈까 하다가 들키면 어쩌나 싶어서 쓰고 가기로 했습니다. 블로그, 어느 누구는 마약같은 존재라고까지 했다는데 일면 일리가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자기의 감정조절과 모종의 습관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면서도 '긍정적인 게 훨씬 많다' 라는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

그래, 이건 내 일기야 일기.. 희망의 드라이브를 겁니다. 적어도 안녕이라는 말 한마디 없이 슬그머니 사라지는 블로거는 되지 말아야지 하면서."/ 오랫만에 색바랜 편지방을 찾아주신 수필가 블친님의 댓글 중에서 (2017년).

수필가 블친님의-블방 메모리는-위안이 되고
수필가 블친님의 블방 메모리는 위안이 되고

 

*블로그라는 말은 웹 (web) 과 로그 (log, 기록) 를 합친 낱말로, 스스로가 가진 느낌이나 품어오던 생각, 알리고 싶은 견해나 주장 같은 것을 일기처럼 차곡차곡 적어 올리는 형식을 취한다.

대한민국에서는 2002년 11월 최초의 블로그 서비스 blog.co.kr 이 시작되었으며, 2003년 네이버, 다음 등 포털이 블로그 서비스를 시작했다. 다음에서 블로거 뉴스라는 메타블로그 서비스를 제공하고 포털 첫화면에 신문 기사와 함께 개인 블로그 포스트를 노출시키면서 블로그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졌다.(인터넷 위키백과에서).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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