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을 만들어요, 우리 (이해인)
생일 날 잘 먹으려고 먹지를 않고 이레를 버티더니 '굶어 죽더란다! 어릴 때 입도 짧고 밀가루 음식도 별로라 국수도 잘 안먹고 끼니를 굶고 앉아 '배 안고픕니다' 무언의 전쟁을 하고 있을라치며 아버지께서 조용하나 좀은 무섭게 하시던 말씀입니다. 그 때야 홍합넣은 미역국에 흰쌀밥 한 그릇이면 최고의 생일상이었지만요.
손녀의 앵두같은 입술사이를 비집고 나온 케익들 이름이었습니다. Brown (White) Chocolate Cake, Almond Croissants, Cherry Danish.. 저는 속이 느글거려 한 입만 먹어도 여엉 아닌데 입술이 하얗게 까아맣게 범벅이 되도록 '아앙~' 포크로 푹푹 퍼먹습니다. 조금더 자라면 '살 찐다고~ 몸매 망가진다고..' 거부할 빵들입니다.
Happy Birth Day To You! 영어로 한국어로 전등불 끄고 촛불을 불어 끄면서 마음에 담긴 소원들을 풀어냅니다. 이해인님의 '생일을 만들어요, 우리' 이 시는 아직은 꽃봉오리도 아닌 새싹한테는 어려운 글이겠지만 나중 어느 날엔가는 함께 할 수 있는 글이라 띄워봅니다. 태어난 날만 생일일 수 없는 모든 분들과 함께요.
쵸콜렛 케익도 밤색 하양색 따로여야 하고 자기가 원하는 맛도 색깔도 정해주면서 그런 걸 먹겠다니 집에서 만드는 건 포기하고 제과점으로 갑니다. 아몬드맛 체리맛 딸기맛.. 에쿵 정신 없어라~
나이가 몇 살이 되고 양초를 몇 개를 꽂고.. 설레던 그런 날들이 언젠가부터는 '가는 날이 더 가까운 길' 그러면서 챙기는 걸 거부하시는 분들도 계시지요. 하루 중 맛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시간도 생일상 받은 만큼 행복한 날이잖습니까?
살아있는 날의 시작은 오늘이고 지금 이 순간입니다. 늘 깨어 있으라는 성경 말씀처럼 살아보려 했는데 그랬다가는 제 명도 다 채우지 못할 것 같아 조금씩 내려놓고 하나씩 빼 먹으면서 대충 대강 한 눈으로 살아가려 합니다. 외눈박이라고 봐야할 것 못 보고 그냥 스쳐 지나지는 않잖습니까? 우리도 생일을 만들어요. 좋아요, 싫어요, 그냥 기억하고 싶은 모든 것들로 너와 나 그리가 우리가 되어서.
생일을 만들어요, 우리 (이해인)
무언가를 새로이 시작한 날 첫 꿈을 이룬 날 기도하는 마음으로 희망의 꽃삽을 든 날은 언제나 생일이지요/ 어둠에서 빛으로 건너간 날 절망에서 희망으로 거듭난 날 오해를 이해로 바꾼 날 미움을 용서로 바꾼 날 눈물 속에서도 다시 한 번 사랑을 시작한 날은 언제나 생일이지요/ 아직 빛이 있는 동안에 우리 더 많은 생일을 만들어요 축하할 일을 많이 만들어요 기쁘게 더 기쁘게 가까이 더 가까이 서로를 바라보고 섬세하게 읽어주는 책이 되어요/ 마침내는 사랑 안에서 꽃보다 아름다운 선물이 되어요 늘 새로운 시작이 되고 희망이 되어요, 서로에게
전 같으면 죄다 뽑혀져 쓰레기통으로 직행했을 아이들이 방치된 듯 버려졌다가 포스팅을 위한 블로그 쥔장의 얄팍한 심뽀에 다시 황금빛 햇살아래 반짝입니다. 연분홍 제라늄, 하아얀 쟈스민, 붉은 석류꽃들이 다른 듯 하나되어 봄날을 노래합니다. 함께여서 더 이뿌고 아름다운 아이들 입니다. 생일을 만들어요, 우리~ 그래, 봄꽃들아 니들도 생일 만들어 함께 놀아! 오늘이 니들 최고의 날이다.
줄기차게 내리던 비가 햇살 한 줌으로 ‘황금빛 찬란하게 안장높이 채우고 달려라 황금마차 마음 설레게’ 아직은 볼 색이 꽃빛과 닮은 아이는 연분홍 제라늄도 됐다가 붉은 석류꽃도 됐다가 하아얀 쟈스민으로 청초해 지기도 합니다.
Happy Birth Day To You! 생일 축하한다! 언젠가의 너의 날이 네 앞에 펼쳐질 때 이 날을 기억할 수 있게 오늘부터 1일로 '생일을 만들려무나' 유치원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대학원 나올 즈음엔 나와 나는 다른 세상에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기억하고 추억할 수 있는 수 많은 것들로 햇살처럼 꽃잎처럼 달콤한 체리 데니쉬 케익맛처럼~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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