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아이리스
미국 캘리포니아 봄이 숨바꼭질하면서도 예서제서 꼬무락거립니다. 낼 모레면 오월인데 오늘 새벽엔 히터켜고 패딩을 입었습니다. 아침이 열리던 어느 4월엔 황금빛 커튼을 열어 제치면 '굿모닝 아이리스' 인사가 절로 나올 만큼 비말뜨락이 하얗게 꽃별이 깔려있었습니다.

처음 핀 봄꽃처럼.. ‘붓꽃아, 너 황금 보랏빛 고운색 어따 감췄니?' 수줍게 꽃색 숨기고 하얀 나비같이~ 하얀 별같이.. 지들끼리 시끄럽습니다. 먼동을 지운 하늘이 아직은 아침해를 올리지 못한 시간입니다.

울타리쳐 진 키큰 나무가지들 속에 가려 보일뚱 말뚱 숨어핀 꽃들이 쥔장의 관심사 밖에서도 소박한 한소끔 행복, 이바구들로 해찰들을 떨어댑니다. 그 봄 그 여름 그 가을 그 겨울이 한장 사진속에서 굿모닝 아이리스, 봄꽃나비 합니다.

6인치짜리 프렌치 브레드를 채우려다가 구차니즘에 그냥 치킨바베큐와 치커리를 쟁반에 올립니다. 닭은 뽕나무 줄기로 삶아내고 비말이 퓨전소스로 대충 버물러 달달하게 볶아냅니다. 사과도 잘라놓고 비말뜨락의 오렌지도 까놓고 땟깔 고우라고 오렌지 껍질도 몇 개 올려줍니다.

흙화분에 한줌 씨앗으로 묻혀온 이름모를 풀꽃나무들이 뜨락 한귀퉁이에서 숨결을 고르고 동서남북 짝꿍 숨어서 준 물을 얻어마신 아이들이 너도 나도 꽃인 양 함께 피어납니다.
잡초인 줄 알았던 아이리스가 하얗게 꽃을 피우고 초록대를 올리며 긴 허리를 휘청이며 석류가지를 잡고 늘어집니다. 줄기를 베어내고 뿌리를 파내도 은근과 끈기로 버텨냅니다. 아이리스 분갈이를 해야 겠다며 팔걷어 부치고 뜨락으로 나섭니다.

하얀 아프리칸 아이리스 (African Iris) 가 '이래도 우릴 파 버릴꺼야?' 곱게 꽃대를 올리고 꽃봉우리를 펼칩니다. 무지개여신 아이리스가 맞나봅니다. 굿모닝 아이리스! 지 자신이 이뿐 걸 아는 것들은 4가지가 없기는 하지만 비말뜨락 Iris는 사랑이라는 이름답게 촌시런 순이들 같습니다.

처음 집을 사왔을 때 그냥 버려진 듯 죽은 땅에 구멍만 뻥뻥 뚫려서 땅두더지들이 작은 무덤을 만들어놓고 풀 한포기없는 맨땅에 시커멓게 불에 탄 것같은 이 덩어리들만 있었습니다. 나중 그게 아이리스 (Iris) 인 걸 알기까지는 봄이 온 후에서야 알았고요. 아직은 등허리에 쇠를 감고 워커나 휄체어 탈 때라 기운 1도 없을 때.. 호미들 기운도 없어 밥숫가락으로 하나씩 뜯어낸 아이리스 구근들입니다.

또 다른 어느 해 봄, 창안에서 서성이며 아침을 맞습니다. 휄체어에서 내려 졸업을 하고 워커도 없이 조막만한 강쥐 똘순이 목줄에 의지해 1시간쯤 동네 산보도 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블방님들은 '여행가는 거 돈 얼마 않드니 좀 나돌아 다녀라!' 고도 하고.. 살짝 슬픈 시간들 이었습니다.

햇빛도 토양도 비료도.. 신경 1도 안써면서 무식하게 물만 주면서 키워내던 아이리스.. 번식률은 일등, 앞뒷뜰 동서남북을 달리는 그녀들이 무지개 여신입니다. 하얀 아프리칸 아이리스는 그 우아한 아름다움 덕분에 정원이나 화분에서 훌륭한 관상 가치를 드높인다는데 비말뜨락 Iris들은 비말이 생명의 은인들 입니다.
그 꽃말이 순수와 깨끗함, 천상의 아름다움의 상징이라는 그리스 신화 무지개여신 Iris, 비말뜨락 아프리칸 하얀 아이리스가 새로운 시작을 알립니다, 굿모닝 아이리스!
비말 飛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