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부터 늦가을까지 뭐에 홀린 듯 여러번 다녀온 캘리포니아주의 동남쪽 아구앙가 (Aguanga) 와 안자 (Anza) 시에 올 겨울 다시 다녀오면서 짝꿍이 '공기도 좋고..' 하면서 슬쩍 말을 흐리는 느낌을 감지하면서도 못 들은 척 합니다. 구름이 솜사탕보다 더 하얗고 뭉실거리는 하늘과 사철 푸른 나무들만 보면야 그냥 주저앉아 살고 싶은 마음이지만..
'개를 둔 곳' 이라는 뜻을 가진 Aguanga (아구앙가) 는 아메리카. 미국 원주민'(Native American), 인디언 마을의 이전 마을에서 유래됐다는.. '개 사육장' 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마을 주민의 대다수가 백인 82.4%, 아메리카 원주민 1.8%, 아시안 2.1% 기타 인종 9.7%.. 동네를 공부를 하면서 가슴이 뻐근하게 아팠던 게 원주인 (인디언) 들이 시작한 마을에 더는 인디안들이 살고 있지 않는다는 것에 마음이 좀 그랬던 지난 포스팅글들을 떠올립니다. 이번에는 사람보다 개들을 더 많이 만난 산행이기도 했습니다.
아구앙가 시와 안자 밸리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371번 프리웨이 하나로 쭈욱 연결된 길인데 보통 집 하나가 10 에이커 (12,000평) 이상이라 보니 집은 게딱지 같고 나무숲만 울창해 구글지도로 보면 그나마 보이는데 직접 가서 그 땅에 서면 길을 잃고 헤메기 십상입니다.
그런 중에 산길에서 작은 곰만한 개를 만나게 되면 자동차 안에서도 온 몸이 굳어지고 겁이 납니다. 멀리서 시커먼스 한 마리가 급하게 달려오는데 자동차를 잠깐 세운 체 차창을 열고 지도를 보다가 둘다 경직됩니다. 강쥐를 좋아는 하지만 너무 크고 무섭게 생긴 아이라.. 헌데 쿠티 몇 개에 온갖 아양을 떨어대며 이쁜 짓을 해댑니다.
*Anza (안자) 캘리포니아는 Anza Valley에 위치한 해발 평균 고도 3,921피트 (1,195m) 의 반건조 지역이며 Temecula 에서 동북동쪽 32마일 (51km) , Palm Springs 에서 남서쪽 40마일 (64km), San Diego 에서 북동쪽 90마일 (140km) 떨어져 있는 프리웨이 371번으로 2020년 조사 기준으로 인구는 약 3,070여명의 마을이라고 합니다. 2025년은 빈 집들이 더 많아 인구가 얼마 안될 것 같아 보였습니다만.
개들의 천국인지 넓은 땅 철조망안에는 사람은 안보이고 개들만 뛰어놉니다. 꼬질 꼬질 흙땅에서 굴린 애들이 털도 안 깍여 눈도 잘 안보이는데 열 마리도 넘을 개들이 뛰고 솟고 앉아서 서서 우리를 구경하고 신기해 합니다. 사진보다 훨씬 더 큰 개들이 덩치도 크고 몸무게도 엄청나 보이는데 사진은 구여운 멍멍이들 같아 보이네요.
같은 엄마 아빠를 둔 건지 자세히 보니 모두들 다른 듯한데 같은 종류들입니다. 짝꿍말이 '비싼 애들이야!' 멀리서 가까이서 헐레벌떡 우리를 향해 왈왈대며 짖기는 하지만 다들 친근하게 꼬리치며 반기는 기색입니다. 사진을 꽤 여러장 찍어었는데 발 빠른 몇 마리들만 계속 찍혀 있네요? 주먹만한 강쥐부터 저보다 큰 애들도 많았는데.
땟국물이 줄줄~ 털도 자라 꼬질꼬질 하긴해도 사랑받고 사는 아이들인 것 같았습니다. 개판 오분전이었지만 개들의 천국으로 요즘 미국 새통령이 막아서는 이민 정책에서 설움받는 인간, 사람들보다 행복해 보였습니다. 많은 분들 불법 이민자로 추정되어 분류되고 한국분도 많다는 뉴스를 보면서 미국의 오랜 역사속 미국 원주민들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개보다 못한 인간의 삶의 여정길은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제 맘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슬퍼지는 현실입니다. 정치를 하시는 분들이 조금더 마음을 열고 맑고 밝은 생각들로 앞날을 봐 주셨으면 하는 기도로 개판 오분전 현실을 향해 소심하게 소리쳐 봅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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