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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 여행

돌탑 깨부수며 돈탑 쌓기

by 비말 2023.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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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탑 깨부수며 돈탑 쌓기


2018년에 오만평 정도의 땅이 싼값으로 나왔다며 짝꿍이 은근 욕심낼 때 나도 함께 동조 했더라면 우리는 지금 꽤 큰 돈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왜 들은 체도 않고 '우리가 무슨?' 그러면서 웃고 말았을까 요즘 자주 떠올립니다. 나도 돈욕심 생겼나?'

돌 밭에서 돈이 나올거라는 생각보다는 있는 돈도 그 돌들과 함께 부서져 나갈 것같아 '꿈도 꿔지말고' 라고 했더니 '그냥 그렇다고..' 하면서 꼬리를 내렸던 짝꿍이 조금더 어필하면서 보통때처럼 자기 주장을 내 세웠더라면 지난 코로나 19 이후 몇 배로 오른 땅값들 덕보며 이왕하는 고생 돌탑 깨부수면서 돈탑 쌓아 올렸을 텐데.. '아, 아쉽다!' 그러면서 웃기도 합니다.

 

돌탑 깨부수면서 돈탑 쌓아 올렸을 지도 모를 땅

모래와 자갈과 집 채만한 바윗돌들이 동산을 이뤄고 있어도 그게 다 돈이 되는 것들 이었는데 '욕심없는 내 맘' 만 내보이느라 짧은 소견에 괜히 짝꿍만 닥달당하게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고 나서 2020년 9월 하룻만에 팔린 집 덕분에 (?) 홈레스가 되어 늙은이 셋이서 떠돌이 별되어 동가식서가숙하며 돈 가지고도 굶고 사는 생활도 했더랍니다. 이름모를 도시에 작은 승용차에 의지한 사람둘과 강쥐 바둑이 셋의 나이 합이 230살도 넘었을 것 같은데 꿈꿔던 여행길이 아닌 집없는 천사들이 되어서 말입니다.

 

2019년 다시가서 본 봄동산 5만평의 실체

집 팔아 땅사서 집 짓는 동안 '바윗돌 틈에 텐트치고 살자' 는 말에 온갖 말들로 쐐기를 박으며 말렸던 몇 년전 일이 다시 생각나면서 '그랬더라면 2020년 코로나 19는 우리를 피해 갔을 텐데..' 다시 아쉬운 생각을 해봅니다. 요즘 낮잠 밤잠 가리지않고 계속 잠을 자다보니 밖으로 돌출하지 못한 에너지가 뇌주름을 쥐락펴락 하면서 그네를 타나봅니다. 지금 저 사진들을 다시보니 돌들은 그대로 두고 작은 컨테이너만 하나 놓고 살아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비말이한테 모진 바람이 세차게도 불었던가 봅니다. 생각이 이리도 바뀌다니요.

2020년 희망을 품고 다시 동쪽으로

여긴 또 다른 곳입니다. '달마가 동쪽으로 간 이유' 까지는 아니더라도 라스베가스, 아리조나, 엘에이 외곽 북쪽과 서쪽을 헤메다가 코로나로 먼저 버림받은 동네들에서 그 여름의 끝 막차타고 저승길 갈 것 같아 다시 돌아온 캘리포니아~ 그 가을, 이듬해 겨울도 만만치는 않았습니다. 사람이 눈앞에서 죽어가는데 호텔 모텔들은 돈 벌 궁리만 하고 빈 방이 그대로 열린 체 보여지는데도 '방 없다, $100!' 보통 때는 더러워서 문고리도 잡기 싫었을 것 같은 방들이었는데.. 카드 수소료까지 떼어먹으면서 '문둥이 콧구멍 마늘을 빼 먹지, 원!' 어떤 곳은 주먹만한 강쥐도 사람과 같은 값을 내라고 하더군요. 나중 좋은 날 오면 '니들 다 주거써!' 사진도 찍어두고 메모도 해뒀는데 살아나니 다 용서가 되더랍니다.

우리가 에덴의 동쪽이라 불렀던 곳~ 들숨날숨으로 숨쉬며 살 수 있을 것 같았던 곳~ 꿈에 부풀어 달려간 그 곳 역시도 이미 코로나 19가 휩쓸고 간 버림받은 물과 땅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1880년 대에 물길따라 찾아든 사람들로 북쩍거릴 때는 꽤 번화한 곳이라고 하더군요. 사람도 많이 살지않던 그 곳에 남은 몇 않되는 사람들은 모두가 친절해서 '우리 여기서 살까?' 그러기도 했습니다.

2021년 12월 그나마 희망을 조금줬던 곳

비말이는 혼자 또 다른 꿈을 꿉니다. 둘다 따놓고도 장농면허인 캘리포니아 부동산자격증으로 땅떼기 야금야금 떼 팔면서 집 주위에 키큰 나무를 심고 그 안에는 키작은 푸성귀들이 매일 초록으로 식탁을 채우며 붉은 색이라고 뿌리째 봅아 버리던 제라늄도 가시가 성가스럽다고 가지째 잘라내던 장미도 치커리 민들레들이 잔디와 함께 무성히 자라도 눈치 안주고 함께 살 수 있을 날들을.. 하늘을 올려다 볼 수 있는 마당이 넓은 곳에 작은 집 하나짓고 새벽먼동에서 저녁노을까지 망치들고 돌멩이들 캐내 쪼개 돌탑 깨부수면서 돈탑 쌓아 올리는 하루도 나쁘진 않을 거라고요.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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