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의 토요일이 생기다만 날처럼 철없이 굽니다. 겨울은 등을 보이며 내년을 기약하고 떠났는데, 춥습니다. 봄날은 간다면서 5월이 풀꽃나무들로 해찰들을 떨어대는데 초여름 느낌이다 말고 또 쌀쌀합니다. 끼니는 때만 되면 안불러도 찾아오고 레시피도 없는 비말맛집에서는 요리쿡 조리쿡 늦은 점심으로 키친에서 분주합니다.
점심은 뭘로 먹어? 하는 넘편한테 '아무거나!' 성의 1도 없는 대꾸를 하고 나니 살짝 미안해져 '밥 있고 국 있는데..' 하다가 얼릉 몸을 일으킵니다. '뭐 할건데?' 줄기차게도 묻습니다. '야채치즈 오믈렛 할까요?'눈이 반짝하는 걸 감지하면서 키친으로 내달립니다.
재료는 냉동고와 냉장고, 팬츄리, 각자 앉은 자리에서 소환해 줄 세우고 맡은 바 소임은 지들알아 하라며 간단 명령과 함께 냄비에 물부터 끓입니다. 당근, 호박, 브로콜리, 양배추들은 데쳐서 구멍난 양재기에 건져 물을 빼줍니다. 사이드로도 먹고 잘게 잘라 계란물 푼 거에 같이 넣기도 합니다.
깨끗이 다듬고 씻어 냉동고에 넣어둔 빨강 초록 피망과 그린 쪽파들을 꺼내놓습니다. 살짝 얼은 듯 하나 금방 해동이 되고 바쁠 때는 요긴하게 써먹습니다.
속깊은 양재기 찾다가 맘만 바빠 못 찾고 되바래진 쟁반보다는 좀 깊은 사기그릇에 계란 4개를 깨어 놓습니다. 수저로 휘휘 저어준 후 기름부어 달궈진 후라이팬으로 옮겨 붑습니다.
하얀 빵은 그만 먹자고 약속을 하고도 남은 마지막 식빵은 딸기쨈과 오렌지쨈을 발라 에어프라이어에 넣고 4분 토스트를 합니다.
매번 같은 것 같지만 무늬 지워지고 모양 어그러진 쟁반은 버리고, 새쟁반에 별건 아니지만 별 것인 양 셋팅하는 마눌옆에서 넘편은 '당근하나 먹어도 돼?' 대답도 듣기전에 얼른 하나 입에 넣고 오물거리면서 '잘 삶아졌네!' 하며 슬쩍 눈치를 보더니 '폰 가져올까?' 하더니 옆에 가져다 줍니다. 20여 년 블방질하면서 요즘같이 살갑게 하는 건 처음이라 맘이 좀 무겁습니다. 진즉 좀 그러지..
노랑색 치즈와 야채들이 계란과 함께 녹아들어 소속도 불분명하게 비말이 퓨전식으로 거듭납니다. 토스트는 바싹하게 잘 구워지고 빵속에 스며든 잼들이 달달합니다. 야채치즈 오믈렛이라 이름은 붙였지만 유명 맛집들만 찾으시는 블님들 눈에는 웃끼는 짬뽕일 것 같습니다. 뭐 그래도 간단 속성과로 먹을만 한 게 또 비말맛집 퓨전식입니다.
예전 집 비말뜨락의 동쪽 자카란다나무 밑둥을 잘라내고 빈 자리에 치커리 씨앗을 뿌렸더니 파릇 파릇 새순이 돋아나고 노랑꽃 암탉과 병아리와 분홍 제라늄들이 보호막을 쳐주던 사진을 보면서 올 봄도 치커리는 그냥 씨앗으로 어느 봉투속에 담긴 체 쥔장을 기다리고 있다는 걸 눈치챕니다.
*AI 봇이 알려주는 야채치즈 오믈렛 요리레시피는 이랬습니다.
1 계란을 풀어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합니다/ 2 당근, 양파, 파프리카, 쪽파를 잘게 다집니다/ 3 팬에 기름을 두르고 양파와 당근을 먼저 볶습니다/ 4 파프리카와 쪽파를 넣고 살짝 더 볶아줍니다/ 5 풀어둔 계란을 붓고 젓가락으로 스크램블 하듯 저어줍니다/ 6 반쪽에 토마토 소스를 바르고 치즈를 올립니다/ 7 반으로 접어 약한 불에서 조금 더 익힌 후 뒤집어 완성합니다.
비말 飛沫
'퓨전식 비말맛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계란 한 알이 없다 (78) | 2025.06.03 |
---|---|
Atlantic Salmon (54) | 2025.05.31 |
샌드위치 치킨윙스 (80) | 2025.05.17 |
태평양 대구밥상 (96) | 2025.05.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