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작심 삼주 오블완 챌린지 21일 막을 내리고도 여느 날처럼 일찍 눈이 떠집니다. 알게 모르게 강박 관념이 맘 속에 자리를 깔고 앉았던지 꿈속에서도 '주제는 뭐가 좋을까? 제목은 뭘로 하지!' 답도 없는데 혼자 골머리를 앓습니다. '끝났어!' 어디선가 짝꿍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역시 넘편이 아닌 내 편이 맞는 가 봅니다.
그랬던가 말든가 벌떡 일어나 짝꿍한테 좀더 맛난 음식을 만들어 줘야할 것 같아 냉동고 냉장고 속을 새벽부터 바스락대며 낑낑 헉헉 속끓는 소리를 내가며 냉장고 털이를 합니다.
무우, 파, 양파, 브로콜리, 할랴피뇨, 꼬치어묵, 대구살.. 지난 번에도 비슷한 재료들을 가지고 국물을 많이 생기게 하고 국을 끓였는데 짝꿍은 처음 먹어보는 것처럼 호들갑 떨면서 '으허~ 허억~' 요란스럽게 먹으면서 시원하고 좋았다기에 이번에는 물을 조금 덜 붓고 고춧가루도 한 스푼넣고 대구무우 꼬치어묵탕으로 끓여볼까 합니다.
머리속에 계획하고 맘먹은 대로 조리요리쿡이 돼 줄지는 숫가락 입에 대고 맛을 봐야 알 일이지만요. 짝꿍의 '크어~ 좋다!' 소리가 굿장단처럼 나와야 '일단 성공' 느낌이 됩니다. 먹을 때는 '괜찮아' 해놓고는 나중에 꼭 뒷말 '조금은 짰지만 괜찮아~ 좀 매웠지만 맛은 좋았어..' 하는 말들 못하게 정성을 들일 참입니다.
시간도 넉넉하니 키친에서 불옆을 떠나지않고 개스불 조정을 합니다. 잠깐 자리뜨면 짝꿍 끓어 오르는 것만 보고 다 됐다고 불을 꺼버릴 수도 있으니요. 암만 신경꺼라고 해도 걱정이 된다나 뭐라나~ 하기사 블방질 하느라 지난 20여 년 태워 없애 버린 솥과 냄비가 몇이나 되는지 셀 수도 없었으니 할 말은 없습니다.
작심 삼주 오블완을 위한 몸바쳐 맘바친 스물 한개의 제목들을 보면서 피식 웃음이 나옵니다. 21살 때보다 유치하게 놀고 있는 제 자신을 보면서 '그만 좀 내려놓자!' 낯선 남한테 말하 듯 입밖으로 뱉아냅니다. 주사위는 던져지고 파티는 끝났지만 '혹시나..' 하는 기다릴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해외 거주자, 이방인의 설움은 나고 자란 내 나라에서도 같습니다.
* 나만 아는 숨은 집 (11/27)/ 열 두개의 폴더로 (11/26)/ 접어진 자리에서 (11/25)/ 내 스킨속 치환자 (11/24)/ 작고 확실한 행복 (11/23)/ 오블완 이모티콘 (11/22)/ 오블완이 뭐길래 (11/21)/ 단풍나무숲 침묵 (11/20)/ 단풍찾아 산으로 (11/19)/ 단풍없는 가을산 (11/18)/ 비말이 죽이야기 (11/17)/ 가을빛 내리던 날 (11/16)/ 해외 거주의 설움 (11/15)/ 골프장 버섯들로 (11/14)/ 왕산모용 실미역 (11/13)/ 오늘 공휴일인가 (11/12)/ 오렌지 호박 고추 (11/11)/ 햄버거 쿠폰까지 (11/10)/ 오블완 교촌치킨 (11/09)/ 석류나무의 사계 (11/08)/ 배롱나무의 일생 (11/07)
고구마, 대추, 찹쌀 잡곡밥을 쿠쿠밥통한테 부탁하고 무가 웬만큼 물러졌길래 코스코 대구살 다섯토막을 몽탕다 털어넣고 속깊은 솥뚜껑을 닫아주고는 몇 가지 반찬도 준비합니다. '밥 있고 국 있는데 반찬은 있는 걸로 해도 되는데..' 시엄니께서도 않하던 잔소리를 넘편은 쉬지않고 해댑니다. 은퇴 후 수다가 입을 못 닫는데 말려지지가 않습니다.
시퍼렇게 '푸를 청' 하던 초록파는 색바래고 기운잃어 널부러진 체 타이어샵 고무 인형처럼 펄펄끓어 오르는 솥단지속에서 춤을 춰다 무우와 대구등에 엎어지고 맙니다. 기회는 이때다 싶어 꼬치어묵을 대구와 무우밑에 찔러넣습니다. 이젠 완벽한 대구무우 꼬치어묵탕이 됐습니다.
하지 말라고 해도 기여이 설겆이는 자기가 한다는 걸 그 조차 기회를 않주고 혼자 대충 다 끝냅니다. 다시 거울앞에 돌아온 누이가 되어 지난 가을 찍어온 색바랜 이파리들을 찾아내며 '오늘 여기 가 볼까요?' 21일이 넘게 먼저 어딜 가자는 말없던 마눌입에서 '가즈아~' 하니 얼씨구나 '그럴까?' 하는 짝꿍한테 살짝 미안한 마음이 되어 '코스코도 들리고?' 했더니 '응, 응~' 밖에 나가고 돈써는 일이 무에 그리도 흥겨운지 '이해불가' 지만 오해없는 이해쪽으로 맘을 돌립니다.
그 동안 함께 해주신 고마운 블글친구님들께 답글 댓글 공감하트 하나라도 성의 표시는 해얄 것 같아 혹시 그 동안 글 자주 안내셔서 못 찾아뵌 맞구독 블글친구님 새글이 있나 챙깁니다. 살아 있으니 할 것도 많고 속도 상하고 지치는 일도 많지만 내 스스로 할 수 있을 게 많아 감사한 마음이 됩니다.
티스토리 오블완 챌린지로 살짝 버거운 나날들 이었지만 그만둬 버리고 싶었던 티스토리 블로그를 새로운 쇄떼하나 찾아 비말이의 숨겨진 보물창고를 여는 느낌이 되기도 합니다. '비말 飛沫 Splash 스플라쉬 물방울' 또그르르 색바랜 낙엽위에 한 방에 날아 떨어집니다. 배 부르고 등 따숩고 짐 하나 내려 놓으니 슬슬 잠이 쏟아지지만 짝꿍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몸을 일으킵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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