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거스 치즈버거 Angus Cheeseburger
무화과나무 사이로 살인적인 더위를 품어내는 햇살이 눈을 감게 합니다. 예수님의 저주를 받은 그 무화과나무처럼 석삼년을 열매도 못 맺다가 다늦게사 열 일해대며 혼자 바쁩니다. 코스코에서 사왔던 Angus Cheeseburger (앵거스 치즈버그) 가 거의 동이 났는데 그 사진을 이제서야 봅니다.
가지치기만 당하다가 어느 날 쥔장의 눈에 띄여 간신히 제 이름표 찾아 달았지만 별볼 일없이 달만 보내던 무화과나무가 드뎌 일을 치뤄고 '내가 젤 잘나가~' 난리부르스를 춰댑니다.
손빠르고 맘바쁜 비말이손에 걸리면 남아도는 게 없던 뜨락의 풀꽃나무들 중 몇년을 숨어 혼자자란 무화과나무는 지이름표도 없이 설움받으며 혼자 해냈습니다. 미안타 고맙다 사랑한다.
몇 년을 '잘라? 말어!' 고민하게 하던 무화과나무는 어느 날부터 새순들을 내놔으면서 '안 자르길 잘했지?' 툭툭 말을 내 뱉듯이 연한 싹들을 내놔으면서 잘난 척들을 해댑니다.
언젠가의 7월 무화과나무는 건너편 자카란다와 함께 새벽달 아래 우뚝서서 달빛으로 불빛으로 키친 유리창 밖에서 더는 혼자만 잘려 나갈 수 없다고 데모라도 할 듯 옆으로 퍼집니다.
무화과 나무에 새순을 낼 때마다 오래전 맛본 무화과를 입안에서 먼저 생각해 냅니다. 닥히 좋아하는 맛은 아니지만.
10년 20년 그 언제가 언제 였던지도 잊고 혼자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풀꽃나무들이 눈에서 마음에서 사라지고 다시 띄이면서 만나고 헤어집니다. 이젠 샌드위치도 시들해진다면서 '입맛밥맛 다 떨어지네' 했던 어느 날 넘편이 코스코에서 물건들을 잔뜩 사와서 쏟아붓습니다.
Angus Cheeseburger (앵거스 치즈버그), 한 박스에 8개가 들었는데 $19.98~ 5불을 세일한다면서 5박스를 사왔는데 '치즈버거 백불어치를 누가 다 먹느냐?' 고 궁시렁거렸는데 제가 혼자 거의 다 먹었던 것 같습니다. 맛은 먹을만 했고 간편해서 좋았지만 계속 먹긴 질렸습니다. 몇 달전 찍어둔 사진이 나왔길래 그냥 올렸습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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