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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바랜 편지를 들고

살아있기에 맛 보는 행복들

by 비말 2022. 12. 24.

 

살아있기에 맛 보는 행복들

참으로 오래 살았나 보네?
몇 억겹의 세월을 거쳤기에 이름표가 다섯
생일이 세 번에, 그 새 두 어번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긴 했지만
잘 자고 일어난 잠처럼 정신이 해맑아지고
기분도 쾌청하니 좋습니다.

 

 

하늘도 땅도 계절도 사람도
'변심은 무죄' 어느 새벽에 큰오라버님께서
생일축하로 맨 먼저 국제전화를

주셨는데 또 착각을 하시고는
'임마, 니가 틀렸어~ 오늘 네 생일 맞잖냐?'
한국과 미국 17시간의 '시차'

 

 

남의 나라 달력으로 살다보니
음력 양력 구분이 모호해지고 제 생일 잊고
사는 건 보통이었는데 몽텅거려서
기억나는 날 해먹기도요.

살다보니 저만 오락가락하는 게
아니고 양력으로 쇠던 짝꿍과 음력으로만
기억되던 제 생일이 같은 날에.

 

 

친정엄마 기일과 시엄니 생신이
같은 날 함께 있기도 하고 삼년상도 아닌데
매일 아침 식탁에서 절 해대는

짝꿍보면서 울엄마 기일은
'마음으로만 하자' 고 혼자 맘먹고 있었는데
이미 지방을 써서 준비하고 있기도.

 

 

현실이 백분의 일만 건져진데도
남들 보기에 '좋아 보인다' 하면 지치고 힘든
것들 다 가려져서 저도 좋으네요.

비말이보다 부지런한 사계속에
죽었고 살아있고 잊혀져가는 모든 것들과
오늘도 행복하셨으면 합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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