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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바랜 편지를 들고

석류꽃이 피었네

by 비말 2025. 5. 2.

오월의 향기와 색은 석류꽃 색이라며 어느한 때는 푸욱 빠져들기도 했던.. 평생을 시러라하던 붉은 색에 혹해서 속도 간도 다 빼놓고 살던 시간도 있었네요. 2016년 5월 중순쯤의 비말뜨락 석류 (Pomegranate) 꽃과 열매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비말뜨락 동서남북을 핫하게 달궈던 진홍색 석류와 주황 붉은 꽃을 달고 선 석류들 나무입니다. 아침 창가에 붙어서면 '석류꽃이 피었네?' 그러면서 하루를 시작하던.. 완숙한 아름다움이 그 꽃말입니다. 한용운님의 해당화 대신 석류꽃을 들여다 봅니다.

비말뜨락 석류가 알알이 맺힌 풍경
비말뜨락 석류가 알알이 맺힌 풍경

 

당신은 해당화가 피기전에 오신다고 하였습니다/ 봄은 벌써 늦었습니다/ 봄이 오기 전에는 어서 오기를 바랐더니/ 봄이 오고 보니 너무 일찍 왔나 두려워 합니다.

철 모르는 아이들은 뒷동산에 해당화가 피었다고/ 다투어 말하기로 듣고도 못 들은 체 하였더니/ 야속한 봄바람은 나는 꽃을 불어서 경대 위에 놓입니다 그려/ 시름없이 꽃을 주워서 입술에 대이고/ '너는 언제 피었니' 하고 물었습니다/ 꽃도 말도 없이 나의 눈물에 비쳐서/ 둘도 되고 셋도 됩니다/ 해당화/ 만해 한용운

커튼을 들치면 창밖에는 석루꽃 피고
커튼을 들치면 창밖에는 석루꽃 피고

 

어린 날 아직 한글도 제대로 깨치지 못하던 때 만화방에 쪼르르 달려갑니다. 일원동전 두개를 손안에 꼬옥쥐고 종종 걸음으로.

동서남북 잊혀진 뜨락에서도 석류꽃이
동서남북 잊혀진 뜨락에서도 석류꽃이

 

가게에서 일원에 두개 하던 하얀 돌사탕 사서 입에 넣고 오물거리며 일원에 두권 볼 수있는 신간들.. 중편과 하편이 나왔을 게고 돌사탕 하나는 나중에 엄마 갔다드리고 오늘 본 만화책 줄거리 얘기해 드릴 마음에 신이나서 만화방 미닫이 유리문을 힘차게 밀어 부칩니다.

석류나무 석류꽃말은 완숙한 아름다움
석류나무 석류꽃말은 완숙한 아름다움

 

지아가 글은 몰라도 어중간한 학교 갓들어간 애들보다 눈썰미도 있고 낫다고 만화방할아버지의 대학생딸 옥이언니도 인정해 준 난데.. '야, 이 반피이 가스내야! 글도 모름시로~ 인내라!'

한참을 눈박고 보고 있는 책을 빼앗아갔던 머리에 기계충있던 그 머스마한테 눈물만 글썽한 체 암말 못하고 '얀마, 만화를 글로 읽냐? 그림으로 보지!'

허밍버드가 숨어서 석류꽃을 탐하고
허밍버드가 숨어서 석류꽃을 탐하고

 

빼앗긴 책에서 눈도 못 뗀체 아쉬움에 혼자속으로만 궁시렁댑니다. 우리 작은오빠한테 안일러 바치나 봐라, 니 머리통에 땜통하나 더 만들어 줄끼다! 꾸욱 참아줬더니만.. 나쁜 넘!

오월이 석류의 계절일까? Pomegranate
오월이 석류의 계절일까? Pomegranate

 

아직도 그런 날의 내 모습이 눈에 선한데~ 언제 나는 이리도 자라나서 어른이 되었을까? 나도 모르는 새 훌쩍 커버리고 늙어버린 세월.. 니도 나도, 우리는 정말 언제 피어났을까?

5월이면 비말뜨락이 붉은 석류꽃으로 물들던 때를 생각하며 '석류꽃이 피었네' 사진속에 빠져듭니다. 남들은 국내로 해외로 황금연휴를 즐기겠다고 난리도 아닌데 '나이들고 늘거지면 움직여야 돼!' 하면서도 여행만은 아직도 아직이라며 손사래를 치는 비말네 넘편과 마눌입니다.

그해 겨울 석류껍질을 달고 석류 새순이
그해 겨울 석류껍질을 달고 석류 새순이

 

올해는 아직인 석류나무 (Pomegranate) 잔홍색꽃과 열매를 지난 사진들로 그 꽃말, 완숙한 아름다움과 함께 해봅니다. 딸넴과 사위, 가자는 대로 다 따라다녔다가는 객사할 것 같아 '니들끼리 놀아라~' 그랬다고 전화 한통없이 지들끼리 바쁜척들 하는데 '흥칫뽕이다, 우리도 바빠!' 합니다.

석류나무 분갈이로 홈가드닝으로 한창 바쁠 철인데.. 더는 보고 싶은 것도, 가고 싶은 곳도, 하고 싶은 것도 없는가~ 보다며 둘이 킬킬대면서요. 연휴들 즐기셨으면 합니다. 오늘은 그냥 눈으로만 즐기시라고 대화란은 막겠습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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