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가 4월 중순을 꺽어돌면서 이상한 변실술로 몸맘을 변화무쌍하게 합니다. 티비뉴스도 그렇고 인터넷 떠도는 가벼운 입소문도 그렇고.. 승질머리 더러운 시엄니처럼 맘에 드는 게 하나도 없이 투닥이고 사그라집니다. 새벽부터 블방질로 몇 시간 달리다가 아침을 먹고 동네 한바퀴 산책길을 나섭니다.
한 참을 걷다가 소나무 (Pine) 한 그루와 마주섭니다. 늘 스쳐 지나는 소나무는 온갖 풍파를 만나 지난 여름에는 꼴이 말이 아니었는데 그래도 이 봄에는 지난 솔방울들을 달고 있는 게 멋져보이고 소나무 솔향기가 풍겨 나올 것 같아 나무둥치에 바짝 붙어섭니다.
소나무 솔향기가 솔솔날 것 같은데 아무 향이 없습니다. 내 코가 막혔나? '자기요, 이것 좀 맡아봐요?' 그런다고 또 와서 맡습니다. '아무 냄새도 없는데?' 그래도 솔방울이 알차니 일단 폰카를 들이댑니다.
'불로장수, 영원불멸, 강한 기상, 정절' 꽃말도 많은 소나무 (Pine) 는 우리나라 나무같아 어디서 만나져도 반가운 나무입니다. 명품 소나무, 허리휜 소나무, 바위틈에 깡가져 자란 소나무, 솔가지가 꺽이고 뿌리가 드러나도 버티고 선 소나무.. 이방인으로 살아내는 우리들 삶의 여정같기도 합니다.
소나무는 건강과 장수의 상징으로 금강송, 해송, 백송, 적송, 여송, 육송.. 동양에서는 귀한 대접을 받았다고 하지요. 소나무의 '솔은 으뜸' 을 의미하여, 소나무는 나무중에 으뜸이라는 뜻을 가진다고 합니다.
소나무가 건축 목재로도 일 하기엔 좋아 많이 사용하는 편인데 잘 썩지않고 단단하며 휘거나 갈라지지 않아 좋습니다. 톱으로 자를 때, 나무를 태울 때 나는 그 향에 취하기도 합니다.
예전집 차고 앞에는 두 그루의 소나무가 있었는데 갸들을 데려오지 못해 젤로 아깝고 아쉬웠는데 지난번 동네 가까운 곳에 갔다가 집앞을 자동차로 달리면서 깜놀했습니다. 소나무들은 거의 잘려져 나가고 그 나마 남은 솔가지들은 누렇게 죽어 있었습니다.
해마다 봄이면 연한 솔가지를 따서 생솔잎주도 담고 노오랗게 황금빛으로 변하면서 끌적해지는 느낌이 보약같아 좋았는데 이사하면서 십 수가지의 과실주들과 함게 딸넴 차고에 뒀더니 썩은 것 같아 버렸다고 하더라고요.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대문밖에서 보초서던 소나무가 아무래도 'Korean Pine (한국 소나무)' 같다던 말을 듣고 애지중지 가꿔던.. 짝꿍 사랑하던 울집소나무 솔향기는 봄바람타고 봄을 달리기도 했는데..
그 많던 나무들 거의 다 베어버리고, 죽이고 강쥐 몇 마리가 사람들 가까이도 못오게 난리굿을 하면서 짖어대던 이제는 남의 집.. 25여년 전 처음 샀을 때보다 더 폐허가 돼 있었던 날을 생각하며 아침 산책길에서 만난 소나무한테 말을 겁니다. 죽지말고 꿋꿋이 버텨 네 소나무 솔향기가 솔솔 날리게 하라고요.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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