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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바랜 편지를 들고

소나무 솔향기가

by 비말 2025. 4. 18.

미국 캘리포니아가 4월 중순을 꺽어돌면서 이상한 변실술로 몸맘을 변화무쌍하게 합니다. 티비뉴스도 그렇고 인터넷 떠도는 가벼운 입소문도 그렇고.. 승질머리 더러운 시엄니처럼 맘에 드는 게 하나도 없이 투닥이고 사그라집니다. 새벽부터 블방질로 몇 시간 달리다가 아침을 먹고 동네 한바퀴 산책길을 나섭니다.

한 참을 걷다가 소나무 (Pine) 한 그루와 마주섭니다. 늘 스쳐 지나는 소나무는 온갖 풍파를 만나 지난 여름에는 꼴이 말이 아니었는데 그래도 이 봄에는 지난 솔방울들을 달고 있는 게 멋져보이고 소나무 솔향기가 풍겨 나올 것 같아 나무둥치에 바짝 붙어섭니다.

소나무 한 그루가 하늘을 다 가립니다
소나무 한 그루가 하늘을 다 가립니다

 

소나무 솔향기가 솔솔날 것 같은데 아무 향이 없습니다. 내 코가 막혔나? '자기요, 이것 좀 맡아봐요?' 그런다고 또 와서 맡습니다. '아무 냄새도 없는데?' 그래도 솔방울이 알차니 일단 폰카를 들이댑니다.

솔가지에 달린 솔방울 하나가 애초롭기도
솔가지에 달린 솔방울 하나가 애초롭기도

 

'불로장수, 영원불멸, 강한 기상, 정절' 꽃말도 많은 소나무 (Pine) 는 우리나라 나무같아 어디서 만나져도 반가운 나무입니다. 명품 소나무, 허리휜 소나무, 바위틈에 깡가져 자란 소나무, 솔가지가 꺽이고 뿌리가 드러나도 버티고 선 소나무.. 이방인으로 살아내는 우리들 삶의 여정같기도 합니다.

솔방울 두 개가 '우리도 좀 봐줘' 합니다
솔방울 두 개가 '우리도 좀 봐줘' 합니다

 

소나무는 건강과 장수의 상징으로 금강송, 해송, 백송, 적송, 여송, 육송.. 동양에서는 귀한 대접을 받았다고 하지요. 소나무의 '솔은 으뜸' 을 의미하여, 소나무는 나무중에 으뜸이라는 뜻을 가진다고 합니다.

솔방울 네 개가 우리도 있는데 하는 것도
솔방울 네 개가 우리도 있는데 하는 것도

 

소나무가 건축 목재로도 일 하기엔 좋아 많이 사용하는 편인데 잘 썩지않고 단단하며 휘거나 갈라지지 않아 좋습니다. 톱으로 자를 때, 나무를 태울 때 나는 그 향에 취하기도 합니다.

헤아릴 수 있으면 '솔방울 세 봐라' 합니다
헤아릴 수 있으면 '솔방울 세 봐라' 합니다

 

예전집 차고 앞에는 두 그루의 소나무가 있었는데 갸들을 데려오지 못해 젤로 아깝고 아쉬웠는데 지난번 동네 가까운 곳에 갔다가 집앞을 자동차로 달리면서 깜놀했습니다. 소나무들은 거의 잘려져 나가고 그 나마 남은 솔가지들은 누렇게 죽어 있었습니다.

소나무 솔향기가 없으면 어때 '멋지다, 너'
소나무 솔향기가 없으면 어때 '멋지다, 너'

 

해마다 봄이면 연한 솔가지를 따서 생솔잎주도 담고 노오랗게 황금빛으로 변하면서 끌적해지는 느낌이 보약같아 좋았는데 이사하면서 십 수가지의 과실주들과 함게 딸넴 차고에 뒀더니 썩은 것 같아 버렸다고 하더라고요.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하늘아래 하나뿐인 명품 소나무처럼 솔솔
하늘아래 하나뿐인 명품 소나무처럼 솔솔

 

대문밖에서 보초서던 소나무가 아무래도 'Korean Pine (한국 소나무)' 같다던 말을 듣고 애지중지 가꿔던.. 짝꿍 사랑하던 울집소나무 솔향기는 봄바람타고 봄을 달리기도 했는데..

그 많던 나무들 거의 다 베어버리고, 죽이고 강쥐 몇 마리가 사람들 가까이도 못오게 난리굿을 하면서 짖어대던 이제는 남의 집.. 25여년 전 처음 샀을 때보다 더 폐허가 돼 있었던 날을 생각하며 아침 산책길에서 만난 소나무한테 말을 겁니다. 죽지말고 꿋꿋이 버텨 네 소나무 솔향기가 솔솔 날리게 하라고요.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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