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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바랜 편지를 들고

앉은뱅이 민들레

by 비말 2025. 3. 7.

뜨락 잔디밭에 노랑 민들레꽃이 하나 둘 피어나더니 그예 민들레 홀씨를 품고 떠날 준비를 합니다. 아직 봄맞이도 못 했는데 비말네 동네에는 비가 내리다가 우박까지 내렸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빅 베어에는 한국의 강원도 산골처럼 눈이 쏟아져 아침에 봄차림으로 나섰던 사람들은 추위에 벌벌떨고, 뉴스의 눈속에 길막혀 옴짝달싹도 못하는 이들도 많더라고요. 올 겨울 눈 한번오지않은 동네에 우박이 쏟아지는 이상한 날입니다.

햄구이-호박구이-노랑 민들레꽃 홀씨되던 날
햄구이, 호박구이, 노랑 민들레꽃 홀씨되던 날

 

*앉은뱅이 민들레는 일반적인 민들레와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르다고 하는데 주로 한국에서 자란다고 하네요. 미국의 노랑 민들레와는 차이가 있나봅니다. 크기도 작고 꽃색이 노랗지만 연한 편이고 잎모양도 작고 얇으며 둥글다고 합니다. 한반도에서 자생하며 특히 해안가나 바위 틈새와 같은 다소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특성을 보인다고 합니다.

파 양파 호박 채썰어-호박전으로 굽고 뒤집고
파 양파 호박 채썰어 호박전으로 굽고 뒤집고

 

나 죽은 뒤 이 나라 땅이 식민의 너울을 벗었거든 내 무덤가에 와서 놀아라/ 새떼처럼 하얗게 아이들 데리고 와 웃으며 손뼉치며 놀아라/ 나 죽은 뒤 아직도 이 나라 땅이 식민의 너울로 그늘져 흐리거든/ 내 무덤가에 오지 말아라 돌아가 피 흘리며 싸워라

아무곳에나 잘 자란다는-앉은뱅이 민들레꽃
아무곳에나 잘 자란다는 앉은뱅이 민들레꽃

 

나 죽은 뒤 아무곳에나 잘 자라는 앉은뱅이 민들레로 돋아/ 타는 마음으로 이 땅을 지켜보다 꽃 다하면 풀씨로 산천 떠돌며 보리라/ 너희와 너희의 아이들이 진달래처럼 살고 환하게 살고/ 살아 지켜야 할 이 땅에서 너희가 어떻게 살고 있는가 보리라/ 앉은뱅이 민들레/ 도종환 詩 접시꽃 당신 104쪽

도종환 서정시집-'접시꽃 당신'-목차를 보며
도종환 서정시집 '접시꽃 당신' 목차를 보며

 

민들레 꽃말은 '행복, 이별, 평화의 상징' 이라고 합니다. 서양 문화에서 민들레는 주로 희망, 행복, 소망을 상징하며, 동양 문화, 특히 한국과 중국에서는 인내와 회복력을 상징하고 미국 인디언들은 '치유의 식물' 로 사용했다고 하네요.

민들레의 마음으로-차 한잔의 여유로 행복
민들레의 마음으로 차 한잔의 여유로 행복

 

차 한잔의 여유로 비 내리고 눈 내리고 우박까지 동반하는 이상한 봄날앞에 나앉습니다. 초록색 물약이 눈을 감기기도 하고 감기도 아닌데 기침이 나오고 아프지도 않는데 드러눕고 싶은 날, 기름튕긴 손이 '아파라' 하는데 멍 때리며 블방으로 뛰어듭니다.

도종환시인의 팬은 아니지만 서정시집이라는 '접시꽃 당신'  실천문학 그 시집속에 앉은 詩들은 이런 날 꽤 쓸모가 있어 한번씩 들쳐보기도 합니다. 앉은뱅이 민들레가 비말네 뜨락의 서양 민들레와는 차이는 있겠지만 민들레꽃의그 꽃말들 '행복, 이별, 평화의 상징과 희망, 행복, 소망, 치유.. 는 같은 맥락일 것 같습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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