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씩 마음에 살이 낄 때면 집어드는 책 박 완서님의 '나는 왜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가' 이 분은 참말로 남의 속엘 들어갔다 나오셨나 보다. 어찌 이리도 글자 하나 마음 하나 놓인것이 버릴 것 하나 없는지.. 그어면서 십 수년 전 어느 봄날에 포스팅으로 올려졌던 글을 찾아냅니다. 아직은 좀더 젊었던 날들인데~ 하면서요.
*가까이서 보면 완강한 나무처럼 보이던 것도 멀리서 보면 연연한 봄빛을 띠고 있으니 참 이상한 일이다. 가까이에서도 푸른빛을 감지할 수 있을 때는 이미 가장귀마다 어린 잎이 뾰족뾰족할 때이다. 요샌 가까이에서도 봄빛이 완연할 만큼 나무들이 물이 오르고 예쁜 새순이 돋아나고 있다.
양회 바닥에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에 꼼지락대던 나무들처럼 사람의 마음도 덩달아 근질근질하고 산란해져서 어디로 훌쩍 떠나고 싶기도 하고 새옷을 장만하고 싶기도 하지만 아무리 그래봤댔자 사람의 봄 단장이 어찌 한 포기 풀에나마 미치랴/ 봄 단장 박 완서/ 나는 왜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가/ 264 - 265 쪽
키가 모자라 손끝이 닿지 못하는 것도 다리가 짧아 껑충발을 해야하는 것도 아닌데 내 맘 끝에 닿아주지 않는 무심하고 야속한 이 봄엔 봄 단장도 맘 단장도 못한 체 그냥 놓쳐 버릴것만 같다.
우리집에도 나무 가장귀에 파릇한 새순이 돋아났고 양회 갈라진 틈새에서 민들레 노랑꽃도 피고 아지랑이도 피어 오르는데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도 새옷으로 치장하고 싶지도 않은 이 봄을 나는 왜 혼자서만 앓고 있나 모르겠다 (2012년 봄)
그렇게 잊은 듯 잊혀지는 봄이 아니길 올래는 조금더 빨리 몸도 맘도 추스려 봄맞이 준비를 할까합니다. 떠나기 시러라 하는 겨울 등떠밀지 마시고 차분히 봄마중으로 봄단장들 하셨으면 합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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