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집 뜨락에서는 이맘때 쯤이면 잎 없는 호박줄기들이 힘없이 늙은 호박을 달고 넝쿨에 걸린 체 바닥을 기었는데 엄한 나무들만 창밖 풍경을 가리며 '뭘 봐?' 합니다. 황금둥이 사랑이가 넝쿨째 뜨락을 굴러다니던 시간으로 거슬러 오릅니다.
비몽사몽 봄볕에 졸고 약기운으로 졸다가 자동차 조수석에 앉아 또 졸면서 외국인 마켓을 다녀옵니다. 생선과 야채를 사고 호박을 진열한 부스앞에 멈춰섭니다. 20 몇년 전에도 그런 날 있었는데.. 꿈결같은 느낌을 재연하며 호박사진을 찍습니다. 산장의 여인이 아닌 귀곡산장 노파같은 몰골이지만 마음만은 호박꽃 피워 잠시 즐거웠습니다.
*호박꽃은 꽃술의 모양과 씨방의 윗면으로 암수꽃으로 구분한다는데 암꽃은 꽃술이 하나로 씨방이 없고, 수꽃은 꽃술이 3개로 씨방이 있으며, 수꽃은 빨리지고 암꽃은 오래 피어있다고 하네요. 때 아니게 호박공부를 하면서 멋진 자태를 뽐낼수 있게 겸손, 배려, 풍요, 번영, 풍성함, 대담함, 광대함.. 그 꽃말을 입안에서 되뇌여 봅니다.
호박을 펌킨 (Pumpkin) 혹은 스쿼시 (Squash) 라고 부르는데 종류마다 이름은 다르더라고요. 우리나라의 '애호박, 단호박' 그런 것들처럼요. 많은 호박들이 진열돼 있었지만 비말뜨락에서도 함께 했던 버터넛 호박 (Butternut Squash), 도토리 호박 (Acorn Squash), 스파게티 호박 (Spaghetti Squash) 들을 다시 만나면서 반가움에 몇 장 찍어옵니다.
버터넛 스쿼시 (Butternut Squash) 는 비말뜨락에서 흔하게 넝쿨째 뒹궐던 땅콩호박들이지요. 우리나라의 단호박과 같은 달달함이나 애호박같은 부드러움은 없지만 땅콩처럼 생겼는데 크기는 엄청 커 땅콩같은 작은 느낌은 아닙니다.
'겸손, 배려, 풍요, 번영, 풍성함, 대담함, 멋진 자태, 광대함' 호박꽃의 꽃말처럼 겨울부터 봄, 여름, 가을까지 새순을 내면서 초록 이파리, 솜털같은 줄기의 가시, 노란꽃 한송이, 배배 뒤틀린 넝쿨들이.. 같은 듯 다르게 영양소를 공급하며 사계절내내 기쁨을 주는 행복둥이들입니다.
Acorn Squash는 '도토리 호박' 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름처럼 도토리처럼 생긴 겨울 호박의 일종으로, 달콤하고 고소한 맛이 납니다. 여느 호박들과 마찬가지로 건강에도 좋은데 특히 비타민과 미네랄, 항산화 작용, 소화 개선, 심장 건강, 체중 관리, 혈당 수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데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마켓부스에서 누군가 데려가 주길 기다리는 호박들.
Spaghetti Squash (스파게티 스쿼시) 는 입맛에는 아니었지만 신기한 느낌으로는 한몫 했습니다. 영양소가 풍부하고 비타민 C, 비타민 B6, 망간을 포함한 필수 비타민과 미네랄이 가득하며 저칼로리, 섬유질 풍부, 세포 손상을 보호하는 베타카로틴이 포함.. 수분 함량이 높아 수분유지릏 도우며 심장 건강을 지원해 줘 스파게티 스쿼시의 섬유질, 비타민 C, 베타카로틴은 심장 건강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돼 준다고 합니다.
'황금둥이 사랑이' 는 비말뜨락의 Acorn Squash가 완전히 익어서 참외같이 변형된 호박입니다. 첨엔 돌연변이인 줄 알고 그 출생의 비밀을 캐기위해 마켓들을 찾아 헤메기도 했네요. 요즘은 인터넷과 AI봇이 열일 해주니 폰카만 들이대도 바로 보여 주더라고요. 한국마켓에서 꿀참외를 사다먹고 씨를 숨겼는데 갸들인 줄 알았습니다.
새벽부터 블방동 답글 댓글 공감으로 달리다 새 포스팅 준비를 하려니 기운이 빠집니다. 고시공부를 이렇게 열심히 한다면 지금부터 해도 뭔가는 할 것 같다며 웃자 '그렇게 해!' 짝꿍, 웃자고 한 말에 웃지도 않으면서 맞장구를 칩니다. '그거 옛날에 우리 마당에 있던 호박들이네?' 사진을 오픈하자 알은 체를 합니다. 안방과 부엌창 앞에 서면 눈맞춤하던 남쪽 호박뜰에서 어느 여름 내내 만나지던 청순한 호박꽃이 눈을 번쩍떠게 합니다.
올 봄, 어떤 호박을 비말뜨락에 심어 가라앉는 몸맘을 띄우나~ 머리 조아리며 블방질에서 다시 호미질 모드로 전환합니다. 호박 무식자에서 호박 사랑꾼으로 거듭나는 노년의 하루가 살짝 설레임으로 다가서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2월 끄트머리 날, 비말이 미래의 3월 하늘이 화창하고 맑은 새로운 한 달이셨으면 합니다, 블글친구님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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