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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바랜 편지를 들고

단풍없는 가을산

by 비말 2024. 11. 18.

캘리포니아가 넓기도 하고 크기도 엄청 큰데 예전에 서울에 가면 가끔 동네분들이 미국가면 당신 아들이나 딸한테 전해 달라시면서 선물꾸러미를 맡길 때가 있는데 참으로 난감합니다. 어떤 분 아드님은 비말네 캘리포니아랑 시차가 3시간이나 나는 뉴욕에 사시고, 또 어느댁 따님은 2시간 이상 시차가 벌어지는 중부에 사시기도 합니다.

그러든다 말던가 울가족들은 '너가 좀 힘들겠지만 부탁들어 드려라!' 하는 눈치.. 내 짐들 다 버리고 남의 짐들 들고와 다시 주소 적어 보내는데 그것도 돈이 많이 듭니다. 같은 미국이라 공짜인 줄 아시는 분들도 많으십니다. 까칠하고 못된 성격 감춰기 위해 차칸병에 걸린 것 처럼 그러고 살던 한 때도 있었네요. 단풍없는 가을산에서 고국의 블글 친구님들 가을놀이를 부러워 하면서 서울의 25년 전을 생각합니다.

단풍없는-가을산
단풍도 없는 가을산이 혼자 놉니다

 

오늘의 주제도 글감도 아무것도 준비않된 상태에서 짝꿍한테 딱 1시간을 부여받고 아무글 잔치로 오블완을 시작하려는데 머리속에서 지진이 납니다. 한국 (남한) 의 4배가 넘는 다는 미국 캘리포니아 비말네 동네는 아직도 지난 여름의 잔재가 그대로 남은 곳도 많은데 옆동네는 첫눈이 내렸고 다른 곳에서는 폭우도 내렸답니다.

지난 여름의 잔재들이-마른 풀꽃나무로
지난 여름의 잔재들이 마른 풀꽃나무로

 

*나무야 나무야 겨울 나무야/ 눈 쌓인 응달에 외로이 서서/ 아무도 찾지않는 추운 겨울을/ 바람 따라 휘파람만 불고 있느냐/ 평생을 살아봐도 늘 한 자리/ 넓은 세상 얘기도 바람께 듣고/ 꽃 피던 봄 여름 생각하면서/ 나무는 휘파람만 불고 있구나

헌데 이 나무들은 겨울나무가 아니고 철모르는 계절을 잊은 11월 중순의 가을나무입니다. 살짝 물들까 말까 색바래가지만 단풍들기 전에 또 다른 봄을 맞게 될 것도 같습니다. 철없는 나무밑에 새순을 틔우고 있었습니다. 단풍없는 가을산에서.

가을하늘-높은 줄 모르고-올라서는-가을나무
가을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서는 가을나무

 

어느 한 세월에는 물이 흐르고 있었을 계곡이 말라 맨땅을 드러내고 있는데 그래도 나무들은 푸르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지난 여름 캘리포니아는 산불도 엄청났는데 마른 풀들이 죽은 듯 숨도 안쉬고 널부러지 있습니다. 조금더 있으면 초록잎도 내고 꽃도 피울 풀꽃나무들을 기다려 줍니다. 단풍까지야 바라지도 않고 내년 봄 파피꽃 필 때까지만.

물없는-계곡에서도-잘도 자라는-나무들
물없는 계곡에서도 잘도 자라는 나무들

 

꼬불꼬불 산길을 오르고 내리면서 겨울 봄 여름 가을 사계를 분간키 어려운 산속에서 정자하나 만나고 잠시 몸을 앉힙니다. 야외 음악단처럼 소리가 울리는 지붕밑에서 '아~ 아~ 아~'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악을 써봅니다. 다람쥐가 있다고 사진 찍으라고 하던 짝꿍 놀래서 '왜 그래, 괜찮아?' 합니다. 나야 멀쩡하지..

단풍이 시작될 것 같은 이름 모를 나무들 앞에서 '나무야 나무야 가을 나무야~' 또 한번 목청을 가다듬습니다. 그래도 어느한 때는 우리반 소프라노도 담당했고 교회 성가대에도 섰는데 이젠 삑싸리내며 갈라지는 소리에 넘편만 경기를 일으키며 색바래 넘어갑니다.

새벽 기온은 겨울인데-가을흉내 내는 나무들
새벽 기온은 겨울인데 가을흉내 내는 나무들

 

단풍없는 가을산에서 맨땅에 헤딩만 하고 와서는 오늘의 또 다른 비말이의 도전장을 내밉니다. 오블완은 선 넘고 금 밟으며 그냥 24시 안에만 제출하면 땡인 거 맞지요? 댓글, 답글없이 공감만 드려도 다들 스토리홈에 이뿌게 앉아들 계시더라고요? 비말이의 오가블, 오늘도 가뿐하게 블로그 포스팅 글올리면서 손가락 놓습니다. 짝꿍 숨넘어가면 제가 더 힘들어 지니요.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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