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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바랜 편지를 들고

햄버거 쿠폰까지

by 비말 2024. 11. 10.

몇 년전 딸넴과 사위가 갑자기 초대를 해서 어바인 딸넴네 다녀왔던 날이 떠올라 기여이 그 포스팅을 찾아냅니다. 레스토랑 예약한다는 걸 말렸더니 애들과 함께 집에서 먹자며 꼬시는 바람에 억지 (?) 로 가서~ 맛나게 먹고는 왔지만~ 은근 사위와 대결구도가 된 '남자의 자존심' 짝꿍얼굴이 생각나 웃기도 합니다.

애들이 바쁜 중에 차려 준 킹 LobSter (랍스터) 와 질좋은 소고기로 만들었지만 시커멓게 태운 스테이크.. '햄버거 쿠폰까지 1일 남았습니다.' 오블완 티스토리 챌린지 알림에 '난 어차피 맛도 못 볼텐데 뭐~' 억울한 맘에 지난 계절별 포스팅들 뒤적여 비말이 쟁반에 눈찜을 해댑니다.

LobSter (랍스터)-소고기 스테이크
LobSter (랍스터) 와 소고기 스테이크

 

코스코에서 오렌지 치킨을 사왔는데 입맛에 3% 부족한 것 같아 조리사 요리사 자격증도 없는 비말이는 요리쿡 조리쿡 요리 연구사로 나서서 퓨전 요리사가 됩니다. 그냥 뎁혀 먹기만 하면 되는 것을 지가 무신 장금이 언니야 따라쟁이 한다꼬 쌩난리를 치면서 10분이면 끝낼 상차림을 3시간으로 늘여 짝꿍이 숨어 주전버리하게 합니다. 먼저된 거 좀 주느냐 물으면 '아니야, 배 하나도 안고파!' 화들짝 놀래 딸꼭질까지 하게 만들면서요.

코스코 오렌지치킨에서-비말이 쟁반까지
코스코 오렌지치킨에서 비말이 쟁반까지

 

비말네 뜨락 오렌지나무에서 따온 황금색 오렌지로 장식을 하며 그 꽃말처럼 '순결, 신부의 기쁨' 으로 비말이 쟁반을 채웁니다. 오븐에서 막 구워낸 바나나 바베큐 치킨 토스트가 사진속에서도 그 맛을 상기시키며 입맛을 다시게 합니다.

고등어탕국속-콩나물-두부-파-무우-피망
고등어탕국속의 콩나물 두부 파 무우 피망

 

'한국인의 밥상' 이라며 너스레떨면서 비말이가 올렸던 생태도 동태도 아닌 고등어탕국을 '바로 이거지!' 햄버거가 대수야? 혼자 응어리진 마음을 풀어냅니다. 겉절이도 맛 있었고 탕국물도 시원했는데 손맛도 입맛도 자꾸 선 넘고 금 밟아 넘편이 식사도중 냉수를 들이키게 합니다.

전에 어느 남성블로거님 '비밀아, 우린 너 그러고 사는 거 관심 1도 없으니 미국서 어찌 살았는지나 글로 엮어봐라' 셨는데 흥칫뽕이십니다, 비말이는 그래도 넘편 국그릇에 맹물부어 간맞춰는 일은 아직까지는 않하고 삽니다. 벌써 그게 언제적 일인데 여직도 뒷끝있는 비말이.. 옆동네에서 그 분 이름표만 봐도 '왜 이분은 사과 않하시지?' 혼자 김칫국물 마시며 오늘도 가뿐하게 블방동 우물가에서 두레박 첨벙입니다.

비말네 뜨락-치커리-민들레-석류 새순
비말네 뜨락 치커리, 민들레 석류 새순

 

아빠보다는 자기신랑이 양식요리는 더 잘 한다는 딸넴의 눈치없는 한 마디에 갑자기 랍스터가 얼굴 붉히며 물로 뛰어들고 싶어하던 날.. 덜 구워진 스테이크 쟁반앞에 눈감은 마눌, 들킬세라 어구어구 입안으로 밀어넣는 걸 넘편이 보고는 슬며시 '난 좀더 구워야겠다’ 며 일어서니 사위, 자기가 하겠다며 바싹 태워 씹지도 못하게 만든 소고기 스테이크.

돌아오는 자동차 안에서 짝꿍은~ '비싼 돈주고 손질해 놓은 거 사와서 굽기만 해 놓고는!' 사위하고 '요리 대결구도' 였던가 봅니다. 남자의 자존심. 늙으나 젊으나 남자들은 '라떼는 말이다!' 하면서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기도 하나봅니다. 별 것도 아닌 일들에 핏대들 세우며 언성 높이기도 하는 실없는 세상이기도 합니다.

Onion Tea-양파-배추 겉절이-찹쌀밥
Onion Tea~ 양파, 배추 겉절이, 찹쌀밥

 

오블완 챌린지 알림판에 '햄버거 쿠폰까지 1일 남았습니다.' 보는 순간 이미 다먹고 지구별 별똥별에 섞여 거름이 되었을 비말이쟁반을 찾아 '이것도 좋았고 저것도 괜찮았는데..' 오블완 내려놓고 내돈 내산 내가 만든 음식들로 '오늘 블로그 완료' 그러면서 '시.분.초' 를 무시하며 ' 오가블' 공개로 클릭을 합니다.

캘리포니아 비말네 동네 기온이 내려가면 단골 찻집처럼 끓여대는 Onion Tea, 양파차로 입가심 하며 오늘의 밥상은 달랑 찹쌀밥 한솥 쿠쿠밥통한테 부탁해 솥단지 체로 올리면서요.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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