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가 넓기도 하고 크기도 엄청 큰데 예전에 서울에 가면 가끔 동네분들이 미국가면 당신 아들이나 딸한테 전해 달라시면서 선물꾸러미를 맡길 때가 있는데 참으로 난감합니다. 어떤 분 아드님은 비말네 캘리포니아랑 시차가 3시간이나 나는 뉴욕에 사시고, 또 어느댁 따님은 2시간 이상 시차가 벌어지는 중부에 사시기도 합니다.
그러든다 말던가 울가족들은 '너가 좀 힘들겠지만 부탁들어 드려라!' 하는 눈치.. 내 짐들 다 버리고 남의 짐들 들고와 다시 주소 적어 보내는데 그것도 돈이 많이 듭니다. 같은 미국이라 공짜인 줄 아시는 분들도 많으십니다. 까칠하고 못된 성격 감춰기 위해 차칸병에 걸린 것 처럼 그러고 살던 한 때도 있었네요. 단풍없는 가을산에서 고국의 블글 친구님들 가을놀이를 부러워 하면서 서울의 25년 전을 생각합니다.
오늘의 주제도 글감도 아무것도 준비않된 상태에서 짝꿍한테 딱 1시간을 부여받고 아무글 잔치로 오블완을 시작하려는데 머리속에서 지진이 납니다. 한국 (남한) 의 4배가 넘는 다는 미국 캘리포니아 비말네 동네는 아직도 지난 여름의 잔재가 그대로 남은 곳도 많은데 옆동네는 첫눈이 내렸고 다른 곳에서는 폭우도 내렸답니다.
*나무야 나무야 겨울 나무야/ 눈 쌓인 응달에 외로이 서서/ 아무도 찾지않는 추운 겨울을/ 바람 따라 휘파람만 불고 있느냐/ 평생을 살아봐도 늘 한 자리/ 넓은 세상 얘기도 바람께 듣고/ 꽃 피던 봄 여름 생각하면서/ 나무는 휘파람만 불고 있구나
헌데 이 나무들은 겨울나무가 아니고 철모르는 계절을 잊은 11월 중순의 가을나무입니다. 살짝 물들까 말까 색바래가지만 단풍들기 전에 또 다른 봄을 맞게 될 것도 같습니다. 철없는 나무밑에 새순을 틔우고 있었습니다. 단풍없는 가을산에서.
어느 한 세월에는 물이 흐르고 있었을 계곡이 말라 맨땅을 드러내고 있는데 그래도 나무들은 푸르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지난 여름 캘리포니아는 산불도 엄청났는데 마른 풀들이 죽은 듯 숨도 안쉬고 널부러지 있습니다. 조금더 있으면 초록잎도 내고 꽃도 피울 풀꽃나무들을 기다려 줍니다. 단풍까지야 바라지도 않고 내년 봄 파피꽃 필 때까지만.
꼬불꼬불 산길을 오르고 내리면서 겨울 봄 여름 가을 사계를 분간키 어려운 산속에서 정자하나 만나고 잠시 몸을 앉힙니다. 야외 음악단처럼 소리가 울리는 지붕밑에서 '아~ 아~ 아~'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악을 써봅니다. 다람쥐가 있다고 사진 찍으라고 하던 짝꿍 놀래서 '왜 그래, 괜찮아?' 합니다. 나야 멀쩡하지..
단풍이 시작될 것 같은 이름 모를 나무들 앞에서 '나무야 나무야 가을 나무야~' 또 한번 목청을 가다듬습니다. 그래도 어느한 때는 우리반 소프라노도 담당했고 교회 성가대에도 섰는데 이젠 삑싸리내며 갈라지는 소리에 넘편만 경기를 일으키며 색바래 넘어갑니다.
단풍없는 가을산에서 맨땅에 헤딩만 하고 와서는 오늘의 또 다른 비말이의 도전장을 내밉니다. 오블완은 선 넘고 금 밟으며 그냥 24시 안에만 제출하면 땡인 거 맞지요? 댓글, 답글없이 공감만 드려도 다들 스토리홈에 이뿌게 앉아들 계시더라고요? 비말이의 오가블, 오늘도 가뿐하게 블로그 포스팅 글올리면서 손가락 놓습니다. 짝꿍 숨넘어가면 제가 더 힘들어 지니요.
비말 飛沫
'색바랜 편지를 들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풍찾아 산으로 (54) | 2024.11.19 |
---|---|
햄버거 쿠폰까지 (66) | 2024.11.10 |
오블완 교촌치킨 (69) | 2024.1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