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라글로 블로그 20여 년을 하면서도 행사나 이벤트에 스스로 참가해 본 적은 없었는데 이번엔 어쩌다보니 등 떠다밀린 것도 아니면서 스스로 손가락을 집어넣고 '아파라' 하면서 티스토리 오블완 챌린지 작심 삼주, 21일을 채웁니다.
낡아 바스락거리는 색바랜 편지속에서 찾아낸 느낌좋은 글한 줄처럼 황금빛 찬란하게 번지는 동쪽 먼동이 아름답습니다. 숨은 그림들처럼 볼 때마다 조금씩 다른 풍경들이 만나지기도 하는 비말네 뜨락입니다. 자카란다 나무와 길건너 야자수가 하이 파이브를 하고 있는 것도 같으네요.
비말이를 픽해 주시고 쓰잘떼기없는 긴 글에도 시간 할애해 주시며 색바랜 편지방을 찾아주신 블님들께 답글도 드리면서 블친구님들의 새글에는 공감, 댓글로 함께 해드리면서 충심 (?) 을 다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함에도 100%는 아니었던지라 마땅치 못해 '비말아, 섭섭타!' 하실 블님들도 계시겠지만요.
하얀 쟈스민꽃과 보라색 금줄친 아이리스꽃, 백합과의 하얀 카라꽃도 지칠 줄 모르고 피고 지고 또 피워내던 순간입니다. 나만 아는 숨은 집, 비말네 뜨락의 꽃들과 때늦은 해후를 하며 잠깐 눈을 맞췁니다.
마지막 하나 남은 포스팅 '나만 아는 숨은 집' 주사위가 던져지는 순간 내 맘은 '훨훨 하늘을 날을까? 아니면 땅으로 꺼질까!' 잠깐 들숨날숨으로 숨을 고르며 생각을 끼워 맞췁니다. 넘편이 2시간 밖에 나갔다 오면 점심먹고 다시 나가자고 새벽부터 계획서를 내미는데 벌써부터 마음이 쪼그라듭니다. 이번 오블완 끝나면 며칠은 포스팅 않할 것같은 마음입니다.
진홍으로 활짝 피운 석류꽃이 안방창앞에서 귀염을 받자 하얀 쟈스민이 골이났던지 갑자기 석류나무를 타고 오릅니다.
올해를 11장의 사진으로 표현한다면? 티스토리 오블완 Top Ten List 중 9번째 물음에 '비말네 뜨락 11년 사계풍경' 이라고 답했는데 지난 사진으로 남겨진 색바랜 편지속 '나만 아는 숨은 집' 비말네 집 이야기입니다.
다 내놓으려면 석달 열흘도 더 걸리겠기에 몇 개만 픽합니다. 오래 함께 하신 블님들께서는 이미 아시는 사진들이기도 하실 테니요. 이 나무는 뽕나무인데 갑자기 부겐베리아가 그 속을 채웁니다. 뽕닢 기운받고 지도 힘좀 써고 싶나봅니다.
부겐베리아가 이듬해에는 아예 뽕나무를 가려서면서 뽕가지를 지 나무인 양 꽃잎으로 가리고 피었습니다. 진홍으로 붉게 더 붉게 동백아가씨 흉내를 냅니다.
비말이 옛집은 살고 있을 때는 뜨락일도 귀찮고.. 내 스스로 몸 일으켜 앉고 서고 걷게 되면서 더 넓은 곳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4여년 그 집을 떠나 사진으로 다시 만나지니 그런 집이 없는 것 같아 살짝 아쉽기도 합니다. 결코 욕심부린 건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움직일만 하니 꾀가 났던가 봅니다.
맘에 안들어하던 연분홍, 진분홍 부겐베리아가 진홍색으로 끝판왕이 될 즈음 쥔장은 포기를 서두럽니다. '그래 같이 가자~' 하면서요. 가시없는 제라늄만 죄다 뽑아 쓰레기통에 버렸는데 어쩌다보니 이젠 붉은 꽃들이 마음에 와 안깁니다.
비말네 뜨락을 넝쿨째 기던 서양 호박들은 이미 제 갈 길들가고 가뭄끝에 콩 나듯이 보여주는 호박꽃은 정체불명 입니다. 지난번 사온 단호박을 너무 삶았던지 속을 파내느라 만지니 짓물러서 그냥 국솥에 던져 넣습니다. 통영멸치, 일본 뎀뿌라, 미국호박, 한국 국수와 떡국.. 그야말로 비말이 퓨전식이 요리조리쿡을 합니다. 생각보다 맛나서 다시 해먹자고 합니다.
어느 해 가을을 넘어서던 비말네 뜨락 서쪽하늘, 키친 유리창으로 만나지는 석양녘입니다. 노을진 들녘에 님 가신 오솔길.. 흥얼거리면서 또 다른 저녁을 만들고 있었을 것 같습니다.
할 있는 만큼만 하자며 몸맘 잘 조절해 오다가 티스토리 오블완 챌린지에 손가락을 담궈고 숨은 그림찾기처럼 요시락으로 도시락을 싸댔습니다. 내 나이가 어때서가 아니고 '나이는 못 속이겠다' 면서요. 두 번만 더 오블완했다가는 재활운동 하게 될까 무섭습니다. 그래도 이런저런 숨겨진 내.남의 이야기들과 즐겼던 시간이었던 것 같아 감사해 합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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