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로 머리꺼댕이 잡혀가는 것처럼 골프장으로 끌려가서는 혼자 진지모드가 됩니다. 예전 같으면 김국진씨처럼 대화를 하다가도 훅 쳐날릴 것을 눈앞에 깔린 버섯들까지 신경써 가면서 숨을 몰아쉽니다.
뭐 그렇다고 송이버섯처럼 이뿌장하게 눈앞에 펼쳐진 골프장 버섯들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요. 5번 아이언으로 공 먼저 날려보내고 얼른 한 캇찍습니다.
민들레가 봄처럼 가을처럼 노오랗게 꽃도 피고 홀씨되어 날리면서 공을 감춰기도 합니다. 한 백년은 살아냈을 듯한 올리브 나무가 봄색 가을색을 떨어뜨리며 철 모르는 계절을 탓합니다.
연습도 않했는데 잘 한다면서 입에 침도 안바르고 짝꿍 칭찬을 해대지만 공이 잘 맞긴해 똑바로는 가는데 힘없이 가다가 뚝 떨어져버립니다. 가을 이파리 떨어지 듯 그렇게 살랑거리면서요.
자기 차례인데도 미국선거 얘기에 정신줄 놓고 있는 새로운 멤버 줄리가 자기 남편한테 한 소리 듣고서야 슬라이스를 내며 연못으로 공을 날려보냅니다. 우리가 투표를 했는지 자기가 무에 그리 궁금한지.. 은근 아시안이라고 눌이려는 것 같아 한 마디 툭 던집니다. '우린 인터넷으로 했어!' 별로 곱지않게 나간 내 목소리에 줄리의 남편 레리가 미안해 합니다.
색바랜 편지를 들고 선 비말이네 텃밭사진은 색도 안바래고 새월이 지나도 여전히 파릇파릇 건강해 보입니다. 양파를 키친에서 쿡하면서 꽁지만 잘라 텃밭에 숨겼는데 저렇게 잘 자라줬습니다.
어느 한 때는 감당할 수가 없어 조금만 색이 바래고 누런 전잎이 보여도 죄다버리기도 했는데 요즘은 그 조차도 그리운 날들입니다. 호박이 넝쿨째 기던 비말네 뜨락.. 이젠 자꾸 귀차니즘이 생겨 텃밭일은 시작도 하기 싫어집니다.
쪽파, 양파줄기, 바지락, 피망, 호박들로 부침개를 참 많이도 부쳐 먹었는데요. 어느 때는 비말이가 '전부치는 여자' 가 돼 있기도 했고.. 요즘은 식용유가 어디 있는지 신경 조차 않 써고 삽니다. 골프장 버섯들이 식용같아 들여다 보고 있으니 넘편, '만지지도 마~' 철없는 마눌 먹고 죽을까 걱정되나 봅니다.
태양님 찾아내시던 황금빛 찬란한 망태버섯이라도 만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버디 하나도 없는 파와 양파로 18홀을 끝내고 와서는 몸살이 납니다. 미싱으로 입을 이뿌게 박음질해 주고 싶은 줄리탓만은 아니겠지만 암튼 손가락 수다보다 수신을 해야할 귀가 남의 입을 통해 송신을 하는 듯한 시간들이 힘들었던가 봅니다.
티스토리 오블완을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도 색바랜 편지방은 해덩사항없을 듯 합니다. 카카오 관리자님의 답신이 '국내 (한국) 통신사에 가입된 휴대폰이 없는 해외 거주 한국인 또는 외국인 고객은 본인 인증이 어렵다고 하네요. 전에는 했던 것 같은데 내 머리속의 지우개들은 하나씩 다 지워가는지 기억도 없습니다. 그래도 작심 삼주, 할 수 있는데까지 해보려고 하는데 언제까지가 될지..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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