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높지도 커지도 않은 돌 하나가 있어 가뿐하게 올라 서봅니다. '다쳐!' 짝꿍의 외마디 소리에 놀래 깨끔발로 서다가 발을 헛딛고 떨어집니다. 하던 가락은 있어 엉덩방아 찍고 꼴쌍사납게 나뒁굴지는 않았지만 놀랜 가슴 진정시키느라 한참동안 얘 먹었습니다. 박힌 돌을 뽑자는 것도 아닌데 굴려온 돌 취급을 받습니다.
밑은 절벽까지는 아니어도 떼둘떼굴 굴리기 좋은 경사진 물도 없는 '무늬만 개울가' 였는데 말입니다. 마른 풀들이 두 세달 후에는 꽃 피고 새들이 날아들어 아름다운 절경이 되겠지요. 흰구름들이 산그리메 그리며 기온이 화씨 100도 가깝다는 걸 잊게도 합니다. 자동차 안에서 보는 것만도 아찔해 집니다.
'물 마셔!' 당신이 더 놀랜 넘편은 생수를 건넵니다. 진정된 몸맘을 가져간 냉수로 가라앉히고 잠시 쉬는데 금빛으로 빛나는 고운모래 흙위에 무수한 자국들이 보입니다. 인적도 드문 산길인데 '뭐지?' 가까이 가보니 비말이 워커 자욱과 우리차 바퀴자국입니다. 아까 자동차 세우느라 비탈진 좁은 공간에서 온갖 쌩쑈를 다할 때 생겨난 자국들인가 봅니다.
화씨 100도를 못 올라선 기온이 태양빛도 순하게 만드는지 '태양이 너무 눈부셔서..' 살인까지 하게 되는 뫼르소 (Meursault)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신세는 면하게 합니다. 하얀 구름꽃이 빛을 반사하고 품어 안으며 나비 모양이 되기도 합니다. 국민학생 때 하얀 구름을 보면서 '백발꽃' 이란 詩를 써서 숙제로 냈던 걸 거의 빵쩜 점수를 주시면서 이상한 아이 취급하던 울담임샘 눈코입 지운 미운 얼굴도 구름위에 슬쩍 던져넣습니다.
싸간 도시락도 다 까먹고 음료수도 마시고 다시 자동차에 올라타고 구름이 가자는 대로 따라가 봅니다. 포장이 끝난 길을 따라 옆으로 빠져드니 꽤 넓은 길이 나오고도 한참을 달립니다. 풀도 그늘도 없는 돌산이 있는 드넓은 목장에는 한갖지게 말들이 앉아서~ 서서~ 지들끼리 뭔 작당들을 하는지 무심하게 놀고들 있습니다.
한참을 달리고 달려 매케한 흙먼지날리며 샛길로 빠져 듭니다. 'Keep Out of this Property' 집도 안보이는데 자기 집이라며 돌아 나가랍니다. 집채만한 많은 바위가 막아서고 크고 작은 돌멩이들이 총알도 못 뚫고 들어갈 만큼 빽빽하게 산을 이뤄고 있는데 말입니다. 육안으로도 보이는 건너편 길이 손 뻗으면 닿을 것 같은데.
대문앞에는 시큐리티 카메라가 빤히 내려다보며 '나, 총 가지고 나간다' 안에서 우리를 낱낱히 훑고 있을 것 같은 위압감을 느낍니다. 살짝 지치고 아쉽기도 하지만 자동차를 돌려 오던 길로 되돌아 나오면서 잘 놀고있는 말들한테 한 마디 합니다. '이 애들아, 막힌 길이면 그렇다고 힌트라도 좀 주지..' 짝꿍은 피식 웃으며 '졸리면 눈좀 붙여, 코스코에 도착하면 깨울께!' 합니다. 남의 동네 코스코에서 개스도 넣고 필요한 물과 식품들을 사고 몇 가지 빵도 삽니다.
시네몬 (Cinnamon) 계피향이 은근한 계피빵과 프렌치 바닐라향 커피프림 섞은 따뜻한 커피를 새벽참으로 먹고 혼자만의 산책길 블방 우물가를 그림자로 돌면서 '오늘은 또 오늘의 태양이 뜰꺼야' 조금 쌀쌀한 듯한 새벽 공기를 몸맘으로 느끼며 주문처럼 입안에서 오물거립니다. 구름이 가자는 대로 오늘 하루를 내맡기면서 '홧팅!' 을 소심하게 외칩니다.
비말 飛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