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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바랜 편지를 들고

길건너집 팜츄리

by 비말 2025. 2. 12.

미국 캘리포니아의 비말네 뜨락이 삭제된 순간입니다. 안방 창가에 붙어서서 동남쪽 창밖을 향해 디카를 눌러대며 여명의 아침을 놓칠세라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숨을 죽입니다. 어둠속에서 황금빛 찬란하게 빛나는 먼동안에 갇혀진 울집 담너머 풍경속 길건너집 팜츄리가 멋져 보입니다.

먼동-여명의 눈동자-Eyes of Dawn 되어
먼동, 여명의 눈동자 (Eyes of Dawn) 되어

 

시커멓게 그림자로 마주선 사이프러스나무와 자카란다나무들이 담너머 길건너집 팜츄리들과 눈인사하는 시간입니다. '저 팜츄리만 없었으면 황금색을 좀더 볼 수 있었을텐데!' 사진을 볼 때마다 아쉬워하며 눈총을 줬던 남의 집 뜨락 야자수나무입니다. 헌데 십 수년 세월이 흐르고 다시 보니 갸들이 멋을 더해 줬다는 생각이 듭니다.

빛이 생겨나고-사그라지는-찰라의 순간들
빛이 생겨나고 사그라지는 찰라의 순간들

 

그리 길지않은 철라에 수 많은 빛과 어둠이 수 만가지 생각들로 가득 채워졌을 시간입니다. 빛이 있으매 어둠이 있고 어둠속에서 사부작거리며 또 다른 하루를 위해 빛과 어둠이 함께 하나봅니다. 한치 앞도 모르는 인간의 좁은 시야와 소견을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커닝하 듯 알아냅니다.

먼동이 사라지는-비말뜨락에-아침해가
먼동이 사라지는 비말뜨락에 아침해가

 

비말네 뜨락이 어둠을 뚫고 밤길을 걸어나옵니다. 창안에서 비말이는 사부작거리며 여명의 눈동자 (Eyes of Dawn) 되어 세상이 깨어나고, 하늘색이 기지개를 켜고 퍼지면서 들숨날숨 공기가 가능성으로 가득차는 마법의 시간을 맛 보면서 새벽이 걸어나오는 순간, 목격자가 됩니다.

담너머 길건너 집 차고앞의-야자수나무들
담너머 길건너 집 차고앞의 야자수나무들

 

자카란다 사이프러스 팜츄리 바나나나무

 

순식간에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조용해진 동남쪽 하늘, 담너머 길건너 남의 뜨락 팜츄리들이 선명하게 초록색으로 보입니다. 이 때는 이미 비말이도 패리오 문을 열고 나와 뜨락 담벼락에 매미처럼 붙어 디카로 마무리를 하는 순간입니다. 45 마일로 달릴 수 있는 보이지도 않는 4차선 차도는 아직은 자동차 한 대도 없이 조용합니다.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시간-비말네 뜨락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시간, 비말네 뜨락

 

비말뜨락 자카란다나무와 사이프러스나무가 양옆에 포토죤 액자처럼 서서 담너머 남의 집 팜츄리와 바나나나무를 건너보면서 한 마디하는 것 같습니다. '애들아, 니네 주인님께 물좀 더 달라고 해!' 빛이 사라진 남쪽 하늘아래서 왜소하고 초라해 보이나 봅니다.

4차선 도로가 딱붙어-길거너 참츄리가 함께
4차선 도로가 딱붙어 길거너 참츄리가 함께

 

아침해가 비말네 뜨락 하늘에 자리를 잡고 자카란다나무 사이로 빛을 쏟아냅니다. 또 다른 어둠이 빛으로 반사되어 초록의 사이프러스나무들을 키다리 시커먼스들로 만들어 버립니다. 잠깐 동안 빛과 그림자 놀이로 아침이 어둠을 밀어냅니다.

My Book of Bible Stories-성경 동화 이야기책
My Book of Bible Stories 성경 동화 이야기책

 

60여년 넘게 성경말씀을 공부하고 찬송가를 불러댔는데 이제서야 아이들의 동화 성경 이야기책에서 팜츄리를 제대로 알아집니다. 'My Book of Bible Stories' 예전에 주일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던 책 표지를 보면서 '팜츄리네?' 합니다.

예수님이 예루살렘으로 입성하시던 시간 주민들이 환호하며 흔들어대던 그 종려나무잎이 야자수나무였다는 것을 그림으로 보면서 알아집니다. 길건너 남의 집 팜츄리에 눈총만 주던 시간을 다시 떠올리며 '고맙다, 애들아 니들 덕에 또 다른 색바랜방 추억이 생겼다' 며 오래된 사진들을 들여다보며 웃습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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