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대보름날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한글로 한국 블로거님들과 매일을 달리다보니 미국과 한국시차를 자꾸 헷갈려 오차를 내면서 기일도 생일도 달력의 빨강날들도 퓨전이 되고 맙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정월대보름날은 하루 일찍 한국날짜로 미리 땡겨 먹었습니다. 갖가지 나물들 대신 바다 향기나는 생굴 (Fresh Oysters in Shell) 과 오곡밥은 아니지만 찹쌀밥과 소고기 미역국으로 간단식 퓨전 보름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어린 날 엄마는 온갖 나물들과 생선전들을 구우시면서 오곡밥으로 상을 차려 내셨는데 비말이네는 순엉터리 입니다. 그러든가 말던가~ 맛나게 먹어주는 짝꿍덕분에 기분좋게 그릇들 비워냅니다.
흑백 필림속에서 스치 듯 떠나보낸 오랜 기억들을 다시 추억으로 길어올리며 늘근소녀 일탈기로 잠시 멍때리는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개와 늑대의 시간속에 반갑게 내게로 달려오는 짐승이 내가 키우는 개인지 아니면 나를 해하려는 늑대인지 분간도 안가지만 기분좋게 맞을 준비를 하면서요.
그녀들 리즈시절은 개늑시 시간처럼
그녀들 리즈시절은 개늑시 시간처럼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렇게들 말하지만 지나간 것들이 다 사라져야 한다는 건 아니겠지요. 지난 것은 지난대로 보이면 보이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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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 가족, 6인용 쿠쿠밥솥에 밥이 차고 넘칩니다. 노랑 고구마 (Yam), 대추, 다시마를 넣고 찹쌀밥을 지었습니다. 지난번 짝꿍 생일에 사용하고 남은 미역으로 소고기 넣고 불린 미역을 3시간 가까이 끓였는데 국물이 실종돼 다시 물붓고 끓이느라 맛이 좀 덜했지만 진국이었습니다.
짝꿍이 밖에 나갔다가 마켓에 들려 껍질이 단단한 굴 2개를 사왔는데 어찌 까는 줄도 모르고 또 속이 어떨지도 모르는 걸 사왔다고.. 제가 눈치를 좀 줬더랬습니다. '바닷가에서 어릴 때 굴 까먹었다며?' 하는 넘편한테 눈총을 주며 '그건 껍질이 얇고 어린, 바위에 붙은 굴이었지!' 하면서 얼음이 거의 녹을 때까지 냉장고에 두고 있었습니다.
짝꿍은 망치로 박살을 내고 비말이는 망치로 톡톡 두들겨 칼집을 내고 벌려서 깨끗이 씻어 하나씩 먹었습니다. 마눌 생각해 사왔다가 봉변만 당한 넘편한테 미안해 며칠 후 값이 더 내린 굴을 파운드로 사와서 맛나게 해 먹었습니다.
바다의 진미 신선한 굴 (fresh oysters) 은 반껍질로 생으로 먹거나 (raw on the half shell), 살짝 그릴에 굽거나, 혹은 맛있는 토핑과 함께 구워먹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다고 합니다. 비말네에서는 그냥 한국식 양념 초장에 찍어먹는 걸로 승부사를 띄웠습니다. 인터넷에서 알려준 방법은 다음에 해먹기로 하고 공부만 해둡니다.
생으로 즐기기는 부순 얼음위에 굴을 올리고 레몬즙을 살짝 뿌리거나, 핫 소스와 식초, 샬롯, 후추로 만든 미뇨네트 소스를 곁들여 먹고, 그릴에 구워먹기는 굴 위에 마늘 버터를 조금 올리고 파슬리를 뿌린 다음, 살짝 탄 것이 보일 때까지 굽는다고 합니다.
*구운 굴 락펠러 만들기: 시금치, 빵가루, 리치한 베샤멜 소스를 혼합한 것을 굴 위에 얹고, 거품이 일고 황금색이 될 때까지 구우면 맛난 Baked Oysters Rockefelle가 된다고 합니다.
몇 가지 나물, 애호박 무우채 시금치 브로콜리들로 구색만 맞춰고 조개 두부국 대신 소고기 미역국으로 했지만 서울 머스마 짝꿍은 바닷가 태생 늘근소녀 입맛과는 다르니 좋다면서 맛있게 먹어줍니다. 미국식 정월대보름날답게 오곡밥은 아니지만 찹쌀밥과 생굴로 2인 파티는 조촐하게 끝냅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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