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있는 삶, 작고 확실한 행복, 소비가 주는 행복.. 이라는 '소확행' 누군들 그걸 생각지않고 살겠습니까? 당연히 누리고 살아야 할 일들인데 어쩌다보니 현실에서는 그게 꿈이 돼버린 우리들 삶의 현주소입니다.
색바랜 편지를 들고 선 비말이도 60 후반에 앉아 지나온 길, 가야할 길, 지금 서있는 길에서 멀고도 먼 길들에서 멍 때리며 맥놓고 서성이다가 혹시 '또 다른 삶이 있다면..' 놀으라 돗자리깔아 준 티스토리 블로그 오블완 작심 삼주를 또 다른 한판에 이티손가락을 걸면서 영어 자판기에서 한글로 오타 육타 칠타를 쳐댑니다.
티스토리 오블완 10가지 팁들 중에서 첫번째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 이 어딘가를 생각해 보라고 했을 때 망설임 없이 '티스토리 블로그 글.사진방' 이라 했듯이 지난 20여년을 인터넷 블로그 글과 사진방이 비말이한테는 메인이었습니다.
지금은 티스토리에서 새벽에 눈뜨면 컴퓨터부터 켜고 블로그 비밀번호로 '비말쇄떼' 부터 따고 들어와 '오블완 챌린지' 를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티스토리는 이방인 해외 거주자 늘근소녀 비말이한테 별로 호의적이지는 않은 것 같아 살짝 삐뚤어지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이른 새벽 눈을 뜨고 새벽참을 먹고 답글드리면서 '며칠째 이 블님은 비말이 답글댓글공감 다 잘라 드시네?' 흥칫뽕하면서 '아직 답방도 못 가드렸는데 또 오셔서 좋은 글 주셨네!' 감사한 마음도 됩니다. 갈 길은 멀지만 블글친구님들 새글 하나하나 포스팅글과 사진, 댓.답글들까지 찬찬히 보면서 공감과 댓글을 드립니다. 누군가들은 '비말이 너는 시간이 많으니..' 24시를 48시간처럼 쪼개 사용한다는 게 거짓이 아닌데도 그걸 이해 못 하시는 블님들도 많으시더라고요? 그러고는 오늘의 새글 포스팅을 준비합니다. 몇 백, 몇 천의 글과 사진들 다 뭉쳐두고 뭔 잘난 글 쓰겠다고 매일 새로운 글을 만들어 그 자리에서 올리는 지 넘편도 마눌도 입앙다물고 뻬딱허니 서로를 흘겨보면서요.
24시간을 다 그리 소비해 버리는 건 물론 아닙니다. 하는 것도, 해야 할 일도 많은데 혼자만의 행보가 아니다 보니 살짝씩 삐꺽거리기도 하고 삐뚤어지기도 합니다. 가끔 '비말아, 니는 왜 네 바깥양반을 넘편이라 부르니?' 궁금해 하시는 블님들도 많으십니다. 남편 (허즈밴드) 은 넘편, 아내 (와이프) 는 마눌.. 뭐 그게 한국어에서도 영어에서도 틀린 뜻은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어감은 안이뻐도 이름표처럼 블방에서 달고 삽니다.
내 편 아니면 다 남의 편이잖습니까? 살아내는 동안 많은 내 편과 남의 편을 만나고 헤어지는데 내 짝으로 만나서 내 편이 안되주면 그건 슬픈 일이지요? 블로그에서도 많은 남의 편들과 싸워는 시간도 있고 내 편돼 주셔서 '작고 확실한 행복' 을 줄 때도 있습니다. 밖에 나가 작은 돈으로도 싱싱하고 좋은 식재료를 사면, '소비가 주는 행복' 도 만끽할 수 있고, 그 걸로 비말이 퓨전식을 만들어 포스팅 글과 사진으로 올리고 블글친구님들과 함께 노닥거릴 수 있다면 그게 또 '저녁이 있는 삶' 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가을에서 겨울로 달리는 비말네 뜨락 석류나무들, 외식은 사절 '비말네 퓨전맛집' 에서 요리쿡, 요즘 듣는 겨울 음악- 초혼 (통기타 가수 강지민)~ 내돈 내산 쉐퍼가 만들어 준 음식점 테이블에 폰카들이대며 모델 않세우고 '내돈 내산 내가 만든..' 그러면서 솥단지째로 비싼 고급 식기류 없이도 파랑 빨강불꽃 피워내는 개스불위에서 혼자 '뻑이야' 가면 뒤퉁수가 근질거림을 느끼면서도 키친 창밖의 가을 풍경에~ 내가 만든 음식에~ '그대라면 어디라도 난 그저 행복할 테니' 누군가의 '초혼' 을 불러 제낍니다. 꼭 죽어야만 만나지는 행복이 아닌 들숨날숨으로 만나지는 소확행으로요.
어릴 때 고향동네 (통영) 할머니들이, 그래봤자 아직은 60대 전후? 골목어귀 평상에 앉으셔서 '나한테 낼이 올지 모르겄따..' 시며 말끝을 흐리시면 '맞따! 맞따!' 한 입들이 되셔서 확실치도 않은 내일 (투마로우) 때문에 잠시 쿨쩍이기도들 하셨는데 아직 울아부지 언문이라고 비약하시던 그 한글로 지 이름 석자도 못써던 비말이였지만 그 분들의 세상이야기가 귀에는 잘 들리고 맘에도 잘 담궈지기도 했더랬습니다.
'얼라가 왜 할매들 노는 데서 그라고 앉았나?' 시면서도 먹을 거 챙겨주시던 숙이, 옥이, 선이네 조모님들.. '울집 손들은 말도 않듣고 몬 쓰겠는데 지아 야는 커서 뭐가 될라노 모르겄지만..' 칭찬도 못 들은 체 하며 심부름도 해 드립니다. 이젠 그 분들보다 훨씬 더 많은 나이테를 세면서 이바구를 핫바지 방구세 듯 블방동 우물가에서 늘근소녀가 되어 일탈기로 털어내는 비말, 부러운 것도 억울할 것도 없을 나이인데.. 속이 얄궃게 바스락 거리면서 내려 앉습니다.
밖에 나갔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 '저녁이 있는 삶' 을 갖고, 소소하나 내 마음을 흡족하게 해주는 '작고 확실한 행복' 하나도 챙겨 품으며, 꼬장중우 쌈지돈을 털어서라도 뭔가 내 돈으로 살 수 있는 '소비가 주는 행복' 도 느낄 수 있는.. 우리 모두에게 그런 오늘이 함께 해드렸으면 합니다. 어떤 이들은 수챗구멍에 걸친 머리카락같이 쳐박아 넣고 돌아보지도 않을 소확행을 소소하나 확실한 나만의 행복으로 만나시는 이쁜 주말 되셨으면 합니다.
비말 飛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