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날들에 갈 수 있는 길들이 참 많기도 합니다. 오늘가는 길, 내일갈 길, 함께 가는 길, 홀로 떠나는 길.. 어릴 때 소풍 전날이면 초저녁부터 까치발 세워 봉창문앞에서 서성이며 '비라도 내릴까~ 강풍이라도 불까~ 내일이 영영올 것 같지않아 맘동동 발동동거리며 기다리던 시간들에서 바람과 함께 사라진 수 많은 기억들을 잠시 또 소환해 냅니다.
Tomorrow Never Comes (투마로 네버컴스) '내일이 오지 않을 것 같아도, 오늘을 살아가자'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말하려는 건 아니었는데.. 세상이 달라지고 시간이 흐르니 요즘 인터넷 로봇 AI의 정보들은 전혀 다른 곳에서 톡톡 튀어 나오면서 '아, 이런 것도 있구나!' 막다른 블방길에서 정보하나 보고 길찾아 나서기도 합니다.
오누이가 함께 9월 소풍길
스무살 초, 마루끝에 궁둥이만 걸치고 '무슨 하루가 이리도 길어!' 막내 혼잣말로 쫑알거리는 걸 언니 수돗가에서 푸성귀 씻으시다 말고 '니도 내 나이돼 봐라..' 그러셨던 시간을 마음에 담아봅니다. 그 언니께서 갑자기 소풍을 떠나셨다는 소식을 큰조카의 오열과 함께 국제통화로 전해 듣습니다.
전화기가 추석전부터 말썽이라 안부 전화도 못 드리고 '컴안 인터넷에서~ 매장에 가서..' 스맛폰들 비교 분석하며 이것저것 고르고 있는 중이었는데.. '전화기 새로 사면 바로 전화해라' 시며 전날 언니가 먼저 전화주시면서 조금 지쳐하는 막내한테 '니는 나보다 30년은 더 살아야 하니 건강해라' 시며 '사랑해 우리 막내!' 하셨는데..
4년 전 2020년 9월, 추석전에 큰오라버니가 떠나신 그 9월 2024년에 언니께서 추석 쇠시고 소풍길 떠나셨습니다. 누나와 남동생은 생일날도 3월 초, 2일차 이신데 기일도 9월 하순, 2일 차이로 함께 하시네요. 6.25 전쟁통에서도 오누이 두손 꼬옥 붙잡고 '내 동생~ 우리 누야..' 평생 부부들보다 더 오래 고운정 미운정 77년을 함께 하셨는데 말입니다.
투마로 네버컴스
'내일이 오지 않을 것 같아도, 오늘을 살아가자' 방탄소년단 (BTS) '투마로 네버컴스 (Tomorrow Never Comes)' 가 전하는 메세지처럼 미래와 현재가 불안하고 흔들리지만 젊은 세대들과 같이 고민할 수 있는 그 내일이 있다는 거에 블랙홀로 꺼져들던 마음을 살짝 부풀려 띄우며 다잡아 봅니다.
Tomorrow Never Comes (투마로 네버컴스) 는 앨비스 프레슬리 (Elvis Presle) 의 노래이기도 하네요.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네요/ 내일 우리가 결혼할 거라고/ 하지만 내일은 결코 오지 않아요' 그래도 살아만 있으면 내일은 오고 보고 싶은 이들, 하고 싶은 일들, 몸으로 맘으로 하며 들숨 날숨 한숨으로 살아가는 게지요.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르고 또 다른 우리의 내일을 기대하면서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내일은 또 다른 내일 (After all, tomorrow is another day), 우리 한국에서는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로 알려진 미국의 소설가 마거릿 미첼의 장편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Gone with the Wind)' 빅터 플레밍 감독의 영화속 엔딩 장면에서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 (비비언 리)' 가 눈을 빛내며 눈물 범벅이 되어 하던 대사를 입안에서 옹알이 하듯 되뇌여 봅니다. After all, tomorrow is another day~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꺼야..
내용은 아시듯이 '미국 남북전쟁' 을 배경으로 한 스칼렛의 인생 역정.. '스칼렛 오하라' 는 조지아주 클레이턴 카운티 존스보로 근처에 있는 '타라 농장' 을 소유한 대농장주인 제럴드 오하라의 장녀로, 예쁜 얼굴과 매력적인 몸매로 관심과 인기를 한 몸에 모으는 16살 소녀 (스무살은 된 줄 알았던), 이웃의 애슐리 윌크스를 사랑하지만 그는 성격이 비슷한 사촌 멜라니와 약혼을 한다하고.. 스칼렛은 애슐리와 멜라니에 대한 질투로 사랑하지도 않는 멜라니의 오빠와 결혼하고 6주만에 남편 찰스는 전장터에서 사망, 어린 미망인이 되고 맙니다.
미움과 시기, 질투, 삶과 죽음.. 이런 저런 믾은 일들을 겪은 스칼렛이 사랑하지도 않는.. 방탕한 듯, 따뜻한 듯, 잘난 체하는 남자, '레트 버틀러 (클라크 게이블)' 의 도움으로 고향 '타라' 로.. 그는 사랑하는 스칼렛에게 작별의 키스를 남기고 그 토록 증오했던 남부 정부군에 입대하러 떠나가고.. 스칼렛은 절망에 빠지지만 여태껏 힘든 일에 맞닥뜨렸을 때 마다 되뇌이던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거야' 를 마지막으로 소설도 영화도 끝 맺는데 그 감동은 맛본 여러분들이 더 잘 아시지요.
영화, 워렌 비티, 페이 더너웨이, 진 해크먼 주연의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와 유아인 (영화 베테랑으로 열연했는데..) 주연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의 암울한 세상이 아닌 '투마로 네버컴스 (Tomorrow Never Comes)' 내일이 오지 않을 것 같아도, 오늘을 살아가자는 방탄소년단 (BTS) 의 노랫말처럼.. 가을소풍 떠나는 느낌으로 블방길 소풍 나옵니다. 온 몸에서 기운이 다 빠져 나간 듯 맥어리는 없지만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거야' 그러면서요.
4남매의 맏이, 그 무게들로 평생 힘드셨을 언니와 큰오라버니, 두 분의 9월 소풍길이 행복하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막내는 색바랜 편지를 들고 내일은 또 다른 내일 (After all, tomorrow is another day).. 블방일기를 추억으로 남기면서 아프지도 지치지도 힘들지도 슬프지도 말자며 주문을 외웁니다.
블방 글친구님들, 너무 무겁지않게 눈으로 맘으로 스치 듯 읽으셨으면 합니다. 내 년 이맘때 쯤에 놓고 가신 댓글을 보셔도 덤덤해 하실 수 있으시게요. 그리고 내 조카들.. 미안하고 고맙다. '애들아, 수고들 많았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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