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바람이 찬 건지 몸맘이 으시시 살 떨리게 한기가 듭니다. 감정과 감성이 선넘고 금밟으며 차칸여자 코스프레를 해대며 숨 죽이고 속 죽이며 블방질로 신새벽 혼자 삽질하는 여자! 오늘은 철도 없고 철도 모르는 비말네 배롱나무 하얀꽃이 되어 강아 아씨꽃이 됩니다.
언젠가부터 일년 단위 365일로 놀면서 블방 소리나는 일기장을 뒤적거리기도 하며 치매 예방법으로 블방질을 호미질보다 더 많이 하고 있습니다. 비말이 뜨락 아이들이 '할매 뭐 하노?' 궁금해 할 만큼요. 티스토리에서의 짧은 기록이 2년이 넘는 동안 일년에 열 두개씩 폴더수를 26개나 만들어 쌓아놓고 있는데 아직도 이 블로그, 티스토리와는 친해지지가 않습니다. 다들 잘하고 있으신 것 같던데~ 비말이만 그런가요?
블방 여기저기서 황화 코스모스가 금빛으로 온 블로그 사진방을 채우고 산따라 물따라 흐르는데 배롱나무 꽃말이 생각나 다시 찾습니다. '사랑하면 보이는 나무, 떠나간 벗을 그리워하다' 멀리 가까이 곁을 떠난 이들도 떠올리는 아침입니다.
국민학교 졸업식날 누가 '애기 훔쳐 갈까봐 갓난쟁이 막내 여동생을 업고 졸업식에 갔다' 시던 큰오라버니도 생각나고 어느 하늘아래 숨쉬고 있는 것 만으로도 '고맙다' 시며 매일이 '감사 기도' 라시던 맏이 언니도 생각납니다.
담을 넘어서고도 자동차가 씽씽 달리는 넓은 도로를 지나 남의 집 담장안에 있는 진홍색 배롱나무꽃이 비말에 뜨락 담장안 석류와 같은 붉은 색을 내며 눈들을 맞췁니다. 국제 통화료 없이도 전화가 가능한 세상인데 막내 얘기 들어 주실 언니오빠 두 분은 이젠 지구별에 살고 있지 않으시네요. 뭔 일들을 혼자해 냈을 때, 지치고 힘들 때 젤로 먼저 알리고 자랑하고 싶은 분들 이신데~ 철도 없던 계절이 바뀌고 바쁜 일 하나씩 다 밀어내고 나니 갑자기 속이 허해 지는지 그리움만 쌓입니다.
*배롱나무 (Lagerstroemia indica) 는 부처꽃과에 속하는 낙엽 소교목이며 꽃이 한 번에 피고 지는 것이 아니고 여러 날에 걸쳐 번갈아 피고 져서 오랫동안 펴 있는 것처럼 보여 백일홍나무 또는 목백일홍이라고도 부른답니다. 손 뻗으면 바로 닿을 것 같던 저 길을 반 년만에 걸어 보기도 했던 날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배롱나무의 한자 이름은 백일홍 (百日紅) 인데, 이것은 꽃이 오랫동안 피어 있는 데서, 혹은 개화 기간이 100일 정도라는 의미에서 유래된 이름이라고 합니다. 분홍, 진홍, 자주, 하얀색 꽃들이 봄부터 초겨울까지 피기도 합니다. 비말네 뜨락에서 빛과 그림자를 만들어내던 동남쪽 하늘과 담너머 세상입니다.
배롱나무를 사찰에 심는 것은 출가 수행자들이 해마다 껍질을 벗는 배롱나무처럼 세속의 습성이나 욕망을 떨쳐 버리라는 의미이기도 하며, 선비의 거처인 종택이나 서원, 정자에 심는 것은, 배롱나무처럼 '깨끗하고 청렴한 성품을 닮으라' 는 뜻.. 이라고도 합니다. 교통 사고로 누워있을 때 비말네 대문앞 하얀 배롱나무보다 더 많이본 길 건너집 붉은 배롱나무~ 이 집은 땅도 집도 비말네 보다 2배는 더 크고 넓었는데 과실나무도 엄청 많았습니다.
'헤어진 벗에게 보내는 마음' 이라는 꽃말을 가진 배롱나무는 사랑하면 보이는 나무, 떠나간 벗을 그리워하다, 부와 귀함을, 수다스러움, 꿈, 행복, 웅변.. 사연도 꽃말도 많은데 그 색깔들도 여러가지입니다. 이름도 많아 배롱나무, 자미화, 목백일홍, 백일홍, 강아 아씨꽃, 양반나무, 간지럼나무.. 비말네 대문앞 하얀배롱나무, 강아아씨꽃.
겨울에는 허옇게 껍질을 벗고 앉아 진짜 뼈같아 보여서 뿌리째 뽑아버리려 무진 얘를 써대다 말았는데 비말네 대문앞에 선 하얀 목백일홍, 강아 아씨꽃은 가지하나에 수 십, 수백개의 하얀꽃들이 솜망치처럼 흔들리며 바람따라 춤을 추었습니다.
비말 飛沫
'색바랜 편지를 들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배롱나무의 일생 (45) | 2024.11.07 |
---|---|
철모를 창밖 풍경 (0) | 2024.10.05 |
투마로 네버컴스 (50) | 2024.09.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