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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지 & 이벤트

2024 감사한 것

by 비말 2024. 12. 24.

올해 가장 감사한 것은? 매일이 감사인사가 흘러 나와야 하는데 그것도 립써비스처럼 입술만 달싹거리고 손가락만 까닥거리게 되는 시간들 입니다. 일년 전이 머언 옛날처럼 아득하기만 하고 몽롱해 안개속을 헤메는 느낌입니다.

2024년은 오랜시간 함께 하던 많은 것들을 손에서 놓고 마음에서 떠나보낸 게 더 많아 슬프고 지친 날들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매일 울고만 살 수는 없는 일이지요. 일년을 보낸다는 것은 색바랜 편지를 들고 선 비말이 블방 폴더가 하나더 채워지기도 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여왕도-공주도-아닌-늘근소녀 비말이
여왕도 공주도 아닌 늘근소녀 비말이

 

비말네 퓨전식이 요리쿡 조리쿡하면서 나라도 국적도 소속도 불분명하게 만들어지느라 블방동 우물가의 두레박 오르내리는 소리만이 한국의 늦은 밤 미국의 이른 새벽을 달궈기도 했더랬습니다. 18년이 된 강쥐 바둑이가 많이 힘들어해서 작년을 못 넘길 줄 알았는데 새해에도 밥타령만 해대면서 다 지워진 기억속에서도 지하고 놀아주는 할베와 먹을 것 챙겨주는 할매와 눈도 맞춰줬던 게 고맙기도 했습니다.

기억력 지워진 강쥐가 자다가도 눈을 떠 '피피 푸푸' 를 가리겠다고 기척을 해주니 24시간 보초를 순번없이 서기도 했네요. 안간힘 써도 한 다리를 못 써게 되고는 자꾸 자빠지니 조금만 늦어져도 할베한테 호통을 치면서 웁니다. '나, 마루바닥에 쌌잖아요!' 하면서 원망어린 눈초리로 자존심 상해합니다. '그냥 아무데나 싸! Dog이 왜 그런 걸 가려?' 짜증을 내기도 했지만 늘 고마왔습니다.

18년 세월을-함께 하다 떠난-강쥐 바둑이
18년 세월을 함께 하다 떠난 강쥐 바둑이

 

누구 생일, 친정 엄마기일, 시어머니생신이 겹치고 다음은 시아버님 기일에 둘째 조카, 작은 오빠, 짝꿍의 생일들이 줄잇고 있지만 그걸 다 챙기는 건 아니고.. 12월과 1월은 비실거리는 비말이 몸으로는 생각만으로도 숨가쁜 시간들입니다. 올해는 마음의 지주셨던 형부도 언니도 떠나셨지만 아직은 서울에 전화드리면 받으실 것 같은데.. 그래서 새 스맛폰도 안사고 그냥 있습니다.

김치도 맛있게 담을 줄도 알고 니 입에도 내 입에도 잘 맞는 음식들로 식탁을 채울 수도 있으니 감사함 입니다. 밥상에 올려질 반찬없어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될 만큼 혼자 자뻑도 하게 됩니다. 살짝 지치는 게 있다면 젊은 날들 보다 키친에서 식칼들고 혼자 전투중일 때가 더 많아진 게 힘듭니다만.

비말네 음식이-모두 퓨전식만은-아닙니다
비말네 음식이 모두 퓨전식만은 아닙니다

 

할베, 할매와 눈 마주치면 입맛다시던 강쥐 바둑이를 보면서 인터넷바다를 헤엄치며 '요리조리 쿡쿡' 하게도 된 2024년 초가 긴터널을 지나온 것 같기도 하고 '나 고기 잘 안먹어!' 하던 내편인 듯 넘편인 짝꿍과 고기없으면 땡깡부리며 밥그릇앞에서 기도하고 앉은 바둑이와 기 싸움하던 시간들.. 건강식과 영양식을 묻고 따지며 돼지고기 삼겹살과 수육 만드는 과정도 마스터했습니다. O형과 A형이 만들어내는 맛 쫄깃쭐깃한 삼겹 수육맛이라면서요.

인터넷에서-수육 만드는 것도-배우고
인터넷에서 수육 만드는 것도 배우고

 

비말이네 메인 한방차는 역시 대추와 생강, 계피들 넣고 끓인 겨울차 입니다. 가끔 게으럼이 날 때는 인스탄트 가루로 영역 표시만 하기도 하지만요. 한 줄기 꺽어다 꽂은 분홍 제라늄이 그 더운 여름도 견뎌내고 핑크빛 소문을 내면서 시들어 떨어지는 낙엽들과 함께 하면서 '나도 좀 봐줘!' 합니다.

계절을 스치다-만난-대추차와-핑크 제라늄
계절을 스치다 만난 대추차와 핑크 제라늄

 

손편지로 손글씨로 이런저런 글을 써넣고 혼자만 아는 암호처럼 숨어쓰던 일기가 어느덧 소리나는 일기장이라며 몸맘을 스쳐 지나고 온몸으로 부딪히며 알은 체 해주기도 합니다. 스플라쉬, 비말~ 그러면서 물보라도 일으키고 물장구도 치면서 지난 블로그 글.사진들로 계획을 세우게도 됩니다.

니맘대로-내맘대로-요리쿡 조리쿡-비말 퓨전
니맘대로 내맘대로 요리쿡 조리쿡 비말 퓨전

 

올해 가장 감사한 것은? 티스토리가 아니더라도 살아낸 세월 감사해야 할 일들이 천가지 만가지가 되겠지만 손잡고 눈마주치며 못하는 인삿말 E.T. 손가락걸며 인사여쭵니다. 2024년 한 해도 일주일 남짓 남았네요. 별 볼일 없을 삶의 여정길에서 함께 해주신 블방 글친구님들께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비말이가 감사한 인사글 전하면서 메리 크리스마스! 합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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