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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바랜 편지를 들고

33년 전에 받은 엽서한장

by 비말 2023. 1. 22.

라스 베가스에서 온 엽서 1989

33년 전에 받은 엽서한장

요즘 새벽마다 블로그 색바랜 편지 비말이방에 들어 오기전 몇몇 블방을 로그인하지 않은 체로 들렸다 옵니다. 십 수년 동안을 늘 시부모님 모시고 사는 느낌으로 연세가 있으신 블로거님들과 블로깅하다가~

티스토리에 와서 몇 달 동안 다시 20대 때의 저를 보는 것처럼 몸도 마음도 분주해지기도 하면서 잠시 '내가 잘 하고 있나?' 점검하는 마음이 되던 중 비공개로 묶어 둔 예전 포스팅에서 'Las Vegas에서 온 엽서 1989' 라는 글을 찾아내고는 다시 손질해 '33년 전에 받은 엽서한장' 이라는 이름으로 올리게 됩니다.

 

뜨락의 호순이 호박

캘리포니아 바로 옆동네, 'Las Vegas (라스 베가스) 에 다녀온 지가 얼마나 됐나?' 했더니 짝꿍 '뭘 얼마나 돼 몇 년전에도 다녀 왔는데!' 합니다.  지난 2020년 가을, 하룻만에 갑자기 팔린 집 덕분에 (?) 갈 곳도 정하지 못한 체 딸넴네 있다가 부자동네 체질이 못 되는 두 노친네와 강쥐 바둑이가 10월 이후 떠돌이로 집없는 천사가 되어 호텔로 모텔로 옮겨다니던 몇 달.

뉴스에서는 종일 '오늘은 몇 명이나 사망했나~' 코로나 19앞에 하루에도 몇 백명씩 쓰러지고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집부터 구하자' 며 캘리포니아 끝에서 끝까지 자동차로 여행 아닌 여행을 다니며 '나중에 집 팔고 나면 캠프차 사서 여행 다니자' 던 짝꿍의 말을 건성으로 흘러들었는데 그게 이상한 것에서 소원풀이를 해줬던 날들이었네요. 그렇지만 그 때는 공항에서 게임머신 구경만 하고 동전하나도 못 넣어보고 눈찜만~ 전 세계 각국으로 부터 라스 베가스로 날아드는 수 많은 여행자들을 인터넷에서 구경만 하다가 지난 엽서를 꺼내보며 ‘나도 한 때는’ 그러고 있습니다.

 

Las Vegas 89

라스 베가스 어느 게임머신에서 동전 떨어지는 소리가 갑자기 들리기도 합니다. '우리 라스 베가스 가볼까?' 뜬금없는 소리에 짝꿍, '죽어도 그 동네 안 간다며?' 인터넷 광고에 나온 집이 2018년 지은 것으로 거의 새 집인데 30만불 정도에 나와서 운전해 갔다가 섭씨 40도가 넘는 더위에 바둑이가 기절을 하고 저도 까무러쳤던 기억을 떠올립니다. 그 당시 바둑이는 이빨도 다 빠지고 몇 번의 고비를 넘기고도 잘 견뎌 내더니 요즘 많이 힘들어 하네요. 치매에 귀도 먹고 반신을 거의 못 써는데도 정신이 저나 짝꿍보다 더 맑아 자기 밥 때와 산책 때는 확실히 챙기면서 돌쇠와 밥순이를 마구 부려먹습니다. 아, 그때 그 집은 요즘 시세로 70만불이 넘어 있더라고요, 몇 년 동안에.

초창기 이민생활 몇 년 동안에는 학교 일터 동네에서 만나진 많은 외국인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친하게 지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의 색바랜 편지방에서 처럼요. 1989년도에는 유달리 엽서가 많이 왔다는 것을 30 몇 년이 넘고서야 알아집니다. 한국 전쟁에도 참가 하셨다던 백인 부부, 할머니는 장교로 할아버지는 졸병으로 만나 사랑하고 결혼도 하시고 사남매를 두셨지만 고등학생이던 둘째딸을 마약으로 잃으시고 맏아들도 큰딸도 가슴아픈 사연들이 많으셨지만 나중 아들과 딸들이 잘 되어 남은 생은 행복하게 사시다 떠나셨습니다.

 

뜨락의 호순이 호박으로 호박 잡채

뜨락에서 도움받은 한줌 밖엔 안되는 파와 뿌리는 이미 소라고동한테 다 파먹힌 양파줄기가 봄인 줄 알고 고개를 내민 민들레와 시금치 대신 한 치커리와 당근 아스파라가스 호박들이 만나져 호박 잡채라는 이름으로 이국의 구정설을 달랩니다.

마당을 기며 혼자서 다늦게사 계절감각 잃고 헤메던 호박, 호순이들이 오늘은 효녀 노릇들을 합니다. 겉은 새파랗고 속은 샛노란 이쁜 아이들이 '호박 잡채' 라는 이름으로 탄생하고 33년전에 보내온 엽서한장의 설렘으로 Las Vegas 1989년을 추억으로 가슴 뛰게도 합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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